그동안 경제와 사회 전반에 ESG의 적극적 도입과 광범위한 적용을 요구한 시민사회가 국내외 전방위적 ESG 확산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7일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지속가능성과 ESG 포럼’에서 지속가능재단 박주원 ESG센터장은 ‘ESG의 규제화와 시장화에 대한 시민사회의 대응’이란 주제의 발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포럼은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KSRN, 집행위원장 안치용), UNGC,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지속가능경영재단,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바람, 한국장애인인권포럼, ESG연구소가 공동 주최했다.

ESG와 관련한 공시 규제는 2021년 11월 IFRS가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출범시키고 2023년 6월 전 세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기업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최종안을 발표하며 모양을 갖춰가는 추세다. 최종안은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 정보를 투자자 등에게 공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ISSB 최종안은 글로벌 지속가능성 정보공시의 기준선(global baseline)으로 가능할 전망이다. 한국은 2026년 이후 자산 2조 원 이상인 KOSPI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고 ISSB 기반의 세부 적용 지침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으로 대표되는 공급망 규제는 대기업에 의한 공급망 이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급망 국내 3법과 ESG 공급망 실사 간의 충돌은 “비밀 기술자료“, “물품구매 통상범위“, “시정조치 강요와 경영간섭"의 3가지 이슈로 요약된다고 박 센터장은 설명했다. ESG 평가와 개선계획, 시정조치 요구 등이 불공정거래나 부당한 요구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법에 명확히 반영돼야 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분쟁 광물 규제는 3TG로 알려진 주석, 탄탈럼, 텅스텐, 금의 채굴과 유통 전반에 관한 실사로 나타나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 중심 10개국에서 생산된 3TG에 불법 노동착취나 무장단체 자금 유입 가능성이 커 해당 금속을 포함한 상품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 실사를 요구한다. 분쟁지역의 인권침해를 종식하는 것을 목표로 한 규제이다. 이외에 탄소 중립 목표 선언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관련 입법 및 정책 도입을 강화하는 탄소 규제, 생물다양성과 자연보존 공시 규제가 ESG 규제화의 주요 현상이다.
ESG 규제화는 ESG 규모화로 연결된다. 박주원 센터장은 ESG 시장 수렴이 시민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ESG의 제도화가 ESG 워싱의 가능성을 더 높여주면서 시민사회 또한 ESG 제도화의 반사이익을 공유하는 파트너로 변질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계적이고 제도적인 ESG에 머물지 않고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변화관리 관점의 ESG가 되어야 하며, 기업의 ESG 워싱을 모니터링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선도하는 집중력, 역량,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동형 한국에너지전환사업단(유) 대표는 “ESG가 점점 시장화하고 제도화 혹은 규제화한다면 시민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축소될 것이기에 ESG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어떤 사업을 해야 하는지,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SG 규제에 너무 많은 내용을 통합하고 있는 만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종오 KOSIF 사무국장은 “오히려 ESG 규제화를 통해 소송 등 ESG 워싱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여건이 조성된다”고 ESG 규제화의 긍정적인 면을 지적했다. 규제화의 부작용인 자율성의 제약 등 우려되는 부분에는 지원을 늘려야 한다며 “규제와 지원은 비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충호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는 시민사회만의 ESG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관점을 제시하며 “시민사회는 ESG의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고 확장해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은경 UNGC 실장은 시민사회와 기업이 유리된 상황을 지적하며 “이상적인 시민사회에는 비판과 견제하는 역할만이 아닌 조언을 함께 하는 NGO플랫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는 “ESG의 규제화 속에서 시민사회는 계속해서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이후의 제도화와 지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며 역할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아연 지속가능바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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