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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북극해에 얼음이 없는 시대가 온다
곧 북극해에 얼음이 없는 시대가 온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24.08.22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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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북극곰 생존 프로젝트>(안치용, 이윤진 지음 마인드큐브)
'북극곰 생존 프로젝트'(안치용, 이윤진 지음)
                  '북극곰 생존 프로젝트'(안치용, 이윤진 지음)

 

북극권은 북위 66.5도를 연결한 북극선 위쪽 지역을 말한다. 둘레가 16000km에 달하는 북극권은 미국, 러시아 등 8개국 영토와 영해에 걸쳐 있는 광대한 지역이다. 북극은 전 세계 기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침수, 홍수, 태풍, 가뭄, 폭염 등 이상기후의 발원지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북극에 도착한다. 북극이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탄광 속 카라니아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2000년대 이후 북극의 온도는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연구팀이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년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 온난화 평균의 4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버팔로대 제이슨 브리너 교수가 해양학회 저널 오션그래피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2000년대 이후 매년 그린란드 빙상이 녹은 양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약 1000억 톤 증가했다. 21세기 빙상 손실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그린란드 남서부에서만 최소 88000억 톤에서 최대 359000억 톤의 빙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그린란드 빙상의 감소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1실무그룹 보고서는 해수면을 상승시키는 주요한 원인으로 빙하와 빙상 손실을 꼽았다.

저지대 섬과 해안 도시는 수 세기 내 지도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현재 세계 인구의 약 10%가 해발 10m 미만 해안 지역에 거주하며, 2050년에는 이 수치가 10억 명을 넘는다. IPCC가 발간한 해양 및 빙권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은 이미 저지대 주변에 홍수와 해안 침식 위협을 일으키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개발 가속화와 맞물려 2100년까지 연간 홍수 피해 규모를 2~3배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험이 가장 큰 곳은 몰디브, 투발루와 같은 대양의 도서 국가들이다. 국토 평균 해발고도가 1m 안팎에 불과한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 홍수와 같은 기후위기에 극도로 취약하다. 몰디브의 1190개 산호섬 가운데 80% 이상이 해발 1m 미만에 자리한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매년 0.8~1.6mm 상승한다면, 2100년까지 국토의 약 80%가 수몰될 것으로 보인다. 해수면이 1m 상승하게 되면 몰디브 섬들의 85%가 바다에 잠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SG 전문가인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와 이윤진 ESG연구소 대표가 공저한 북극곰 생존 프로젝트(마인드큐브)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이 전하는 내용은 예상보다 더 암담하다. 해빙모델 교차비교 프로젝트(SIMIP)’ 연구진이 20214월 학술지 지구물리학연구회보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제시한 모든 시나리오를 들여다본 결과, 대부분의 시뮬레이션에서 2050년 이전에 북극에서 9월의 해빙이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 최후의 빙하가 무너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북극 얼음은 대개 여름철에 녹고 겨울철에 다시 어는데, 그린란드 북쪽 빙하는 여름철에도 잘 녹지 않는다. 가디언에 따르면 2018년 북극에서 가장 오래되고 두꺼운 그린란드 북쪽 빙하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1970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상학자들은 최후의 빙하가 붕괴하기 시작한 데 대해 무섭다고 표현했다.

북극 얼음이 사라지면 극단적 이상기후가 일상화할 수 있다. 극지방의 찬공기를 가두는 제트기류에 이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얼음이 녹으며 따뜻해진 북극의 공기가 제트기류를 교란하면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그래픽에서 보듯 제트기류가 느슨해져 출렁거리게 된다. 이 출렁거림 때문에 따뜻한 공기가 북극으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올 기회를 얻게 된다. 겨울철 중위도권에서 기록적인 한파가 나타나는 이유다.

북극권의 얼음이 녹으며 영국 저 위로까지 열을 전달하는 멕시코만류가 느려지고 있고 지구 전체 기후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대양의 거대한 흐름이 멈추어 설 수 있다는 예측까지 있다. 모두 임박한 재앙에 관한 묘사다. 저자들은 확실히 북극 이야기는 묵시록을 닮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건성으로 듣는다는 점까지 닮았다고 덧붙이며.

이 책은 이 분야에 평소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저자들이 북극곰이 어떻게 죽어갈지, 북극해의 얼음은 언제 다 녹을지, 남극은 지구온난화로부터 안전한지 등 평소의 궁금증을 가능한 한 실증적으로, 또 최신의 과학 데이터로 풀어서 정리했다.

서문의 다음 글이 현재 기후위기에 관한 그나마 가장 긍정적인 태도라고 할 때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게 만든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말해야 할 텐데, 그게 쉽지 않다. 루쉰(魯迅)쇠로 된 방이야기를 하며 탈출이 불가능한 방에서 잠들어 있는 사람을 깨우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물은 기억이 난다. 지금 인류가 처한 상황은 그 방보다는 분명 낫다. 그렇다고 루신이 말한 대로 여럿이 함께 걸어 희망의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이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희망의 근거가 없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시답잖은 정언명법이 우리 세대의 의무라는 정도의 얘기는 어쩌면 나눌 수도 있겠다.”

 

김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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