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걸음마를 뗀 한국판 발행 4돌
걸음마를 뗀 한국판 발행 4돌
  • 성일권
  • 승인 2012.10.12 17:42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 한국판이 이번 49호로 발행 4돌을 맞았습니다. 여타 신문 같으면 유력 정치인과 재벌들이 보내온 화환들로 넘쳐나는 기념행사를 그럴듯하게 치를 법하지만, 애당초 우리 편집진은 그런 걸 꿈조차 꾸지 않았습니다. 국내 언론의 창간 행사를 보노라면, 아까운 지면에 참석해주신 분, 화환을 보내주신 분, 또 축하 메시지를 주신 분 등 수천 명의 이름을 깨알 같은 글자로 나열하곤 합니다. 얼마나 많은 유력 정치인과 재벌들의 이름이 등장하느냐에 따라 언론사의 우열이 가려지는 듯합니다. 정작 독자들은 그런 것에 관심 없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유력 정치인과 재벌들이 언론사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이기에 창간 행사는 당연히 그들만의 자축 행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르 디플로>는 유감스럽게도 유력 정치인이나 재벌들과 잘 사귀지 못했습니다. <르 디플로>는 어느 언론도 솔직하지 못한 불편한 진실을 밝혀왔을 뿐인데, 어찌된 일인지 '불온' 매체로 낙인찍혔습니다. 일부 기업의 홍보 책임자들은 "이념지향적인 <르 디플로>의 기사들은 국내 어느 좌파 진보언론보다 위험하고 거북스럽다"고 털어놓기도 합니다. 오히려 우리 편집진은 <르 디플로>가 국내 재벌들의 반칙이나 변칙 경영을 제대로 폭로한 적도 없고, 유력 정치인의 비리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뤄본 적이 없어 늘 아쉬워했는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눈 밝은 독자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르 디플로>의 지면엔 돈이 될 만한 광고가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온라인 부문에서도 유료 광고가 전무합니다. 광고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언론의 현실에 견주어보면, <르 디플로>의 매출 구조는 지극히 위태롭기만 합니다. 진보 인터넷 미디어마저 상당수가 사회비판적인 기사와는 달리 즉석 퇴폐만남, 도박 등 반윤리적 광고들로 도배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솔직히 <르 디플로>의 광고 매출 부문은 극히 미미합니다. 그럼에도 <르 디플로>가 건재한 것은 바로 독자 여러분이 우리 곁을 지켜주시기 때문입니다. 구독료가 결코 만만치 않을 텐데도 많은 독자분들이 혼자 읽기에 아깝다며 친지들에게 구독을 권유해주십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르 디플로> 편집진은 독자분들의 아쉬움과 불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서 접하기 힘든 고급 담론을 기대했는데, 막상 받고 보니 들고 다니기도 보관하기도 어정쩡한 형태라는 사실과, 그 주제와 내용이 우리에게 다소 생소할 뿐 아니라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뭔가 특별한 콘텐츠를 기대했는데 거기에 미치지 못한 아쉬움…. 모든 게 <르 디플로>의 발전을 위해 귀담아들어야 할 귀중한 지적입니다. 차근차근 고쳐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독자 여러분! 이제,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 도약의 발길을 내디디려 합니다. <르 디플로>가 작지만 단단한 언론이 되도록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를 갈망합니다. 내년 5돌에는 그동안 미뤄온 창간 기념식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면서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글•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발행인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성일권
성일권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