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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충성심만으로 ‘트럼프 2.0의 저주’ 풀 수 없어”
“단순한 충성심만으로 ‘트럼프 2.0의 저주’ 풀 수 없어”
  • 문정인 | 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특임교수
  • 승인 2025.01.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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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과 미국 없는 한반도’를 가정한 이탈 전략도 고민해야
- 문정인·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특임교수/대담 성일권

한국은 심각한 복합위기에서 벗어날 것인가? 국내 정치가 무도한 정치 지도자의 폭압적인 비상계엄과 탄핵 논란에 휘말린 가운데, 북한과의 군사적 긴장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고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2.0의 등장은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불길한 조짐을 예고한다.

트럼프 공포증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다. 트럼프 2.0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고 심지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위협함으로써 한미동맹을 교란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트럼프는 이미 서울이 연간 11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의 최근 타결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그는 ‘머니머신’인 한국이 최소 100억 달러, 즉 9배 증가한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연합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무기 배치 중단과 같은 협상 카드를 사용하여 비용 분담 조건을 재협상하려 할 것이다.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글로벌 아시아>의 편집인으로서 대한민국 전임 대통령 3인의 외교자문 및 특보를 지낸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작금의 위기상황에 대한 답을 구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3일 ‘반국가 세력’을 제거한다는 명분 아래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 정당화될 수 있나요?

“아니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계엄령 선포를 정당화할 만한 전쟁이나 전쟁과 같은 비상사태가 없었잖습니까. 게다가 자신의 이념 노선과 정책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는 게 말이 됩니까. 각료들에 대한 탄핵 소추, 정부 예산 삭감, 행정부에 불리한 법안 제정과 같은 입법 교착상태는 미국과 서구 유럽의 선진 민주주의에서도 일상다반사입니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민주적 과정입니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민주주의를 ‘이전투구의 이해 충돌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기술(art of muddling through)’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러한 민주적 관행을 체제 붕괴의 ‘반국가적’ 행위로 규정했던 것이지요. ‘종북 세력’이라는 용어도 문제가 있습니다. 윤은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을 비판하고 한반도 평화 구상을 지지하는 정치인과 시민들을 종북 세력 또는 친북 동조자로 낙인찍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대단히 자의적이고 용납할 수 없습니다.

만약 그들의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고 기소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기소할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자신을 국가와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아요. ‘짐이 바로 국가’라는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을 연상하게 해요. 현직 대통령이 극우 유튜브를 탐닉하고 그들의 용어를 그냥 쏟아낸다는 것이 참으로 한심한 일이지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는 물론, 민주적 관용도 없는 무도, 무법, 무지, 무능의 지도자였던 것 같아요.”

 

“예측 불가능한 윤 대통령의 행동에 미 정부 배신감 컸을 것”

- 미국 정부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 선포를 ‘사전 통보’하지 않았던 것 대해 커다란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이는 제국주의적 과잉 반응의 표현인가요?

“계엄령 선포 자체가 불법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불법 행위를 어떻게 바이든 행정부에 사전 통보를 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는 워싱턴의 우려가 타당했고, 미국의 항의를 제국주의적 과잉 반응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가장 굳건한 동맹국으로서의 지극히 정상적이고 정당한 반응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자유 국제주의 노선에서 보면 윤 대통령의 계엄 조치에 대한 배신감이 컸을 겁니다.

사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연합에서 가장 목소리 높고 충실한 파트너 중 한 명이었습니다. 바이든 미 행정부도 그를 아시아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보았지요, 왜냐하면 윤 대통령이 미국과의 ‘가치 동맹’을 주창하면서 이러한 보편 가치의 세계적 확산에 십자군 역할을 자처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가 아무런 명분 없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이용하여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을 시도하며, 정적들을 체포하려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위협했다는 사실은 미국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요. 백악관, 블링컨 국무장관, 커트 캠벌 국무 부장관의 반응에서도 이점은 명백해요.”

 

- 지난해 12월 14일 국회에 의해 탄핵당한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라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안보와 외교 정책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단기적으로 한국의 외교 안보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협력 메커니즘에 기초한 현상유지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압니다. 북한에 대해서는 공세적 정책을 폈던 윤석열 전임 정부와 달리, 방어적 억제 전략을 통해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공식적으로 윤 대통령을 파면한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져야 합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다면, 그는 윤 정부와는 상당히 결이 다른 외교·안보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큽니다.”

 

- 워싱턴은 이재명의 대통령직에 대해 우려해야 할까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이재명 대표가 평화, 재분배를 통한 경제성장, 그리고 복지와 공정에 중점을 두는 진보적 정치 지도자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실행에서는 실용적 접근을 할 것입니다. 이념적으로 경직되고 정치적 경험이 부족했던 윤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은 광범위한 정치적, 행정적 경험을 가진 노련한 실용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타협점을 찾는 방법을 압니다. 오랜 인권변호사로서, 이재명은 숙련되고 강인한 협상가입니다. 성남시장 8년과 경기도지사 4년의 경력을 보면 그의 리더십이 이념보다는 문제 해결에 역점을 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의 리더십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합니다. 과거에 이 대표가 다분히 반미 포퓰리스트적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이재명은 현실주의자입니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한반도에서의 전쟁 방지입니다. 북한에 대한 핵 억지력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과의 동맹과 핵우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따라서 그 역시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입니다.

다만, 이 대표는 다양한 외교 채널을 통해 베이징, 모스크바, 그리고 평양과의 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을 강화하고자 할 것입니다.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과 보호주의 무역 정책에 관해서는 강력한 협상 자세를 견지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 서울-도쿄-워싱턴 삼각관계와 서울-베이징-도쿄 삼각관계를 조화시키는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동북아와 한반도에 과거 냉전식 진영 정치가 부활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 이재명은 트럼프와 협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요?

“그럴 겁니다. 이재명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과 강력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 진정성 있는 열린 마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할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미 있는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면, 이재명도 그에 상응한 조처를 할 겁니다. 불행히도 그 역도 성립할 겁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주의적 충동을 만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 위협에 대한 상이한 위협 인식, 한미 간 쟁점 될 것”

- 새로 들어설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한미 관계 전망은? 현안들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윤곽이 잡혀가요. 미국의 패권적 확장과 미국적 가치의 세계적 확산을 주장하는 네오콘 세력은 배제되었고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파와 트럼프식 거래주의 추종자들이 주요 포스트에 포진했습니다. 트럼프 2.0은 미국의 단기적 국익 증진에 주력할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조망하면 한미 관계가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가 한미 관계를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매년 11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그 9배에 달하는 100억 달러 정도는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불응했을 때, 한미 연합 군사 연습과 훈련, 그리고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진 배치를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를 협상 카드로 쓸 수 있겠지요. 트럼프 행정부의 MAGA 정책 플랫폼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지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직거래도 문제 시 됩니다. 트럼프는 이미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우려됩니다. 첫째,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비핵화가 아니라 북의 핵미사일 감축과 미국의 대북 제재 완화 및 국교 정상화를 교환하는 핵 군축 협상에 들어가는 경우입니다. 우리 정부의 비핵화 목표에 크게 어긋나는 거지요. 둘째,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입니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북한이 주장하던 통미봉남(미국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을 배제하는 북한의 전략)이 구체화되는 거지요.

중국에 대한 한미 간의 상이한 위협 인식 또한 쟁점이 될 겁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위협을 북한 위협보다 상위에 놓고 주한미군의 임무와 기능도 그에 맞추어 재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대중 견제와 봉쇄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북한의 위협을 우선시하는 서울로서는 워싱턴의 이러한 전략에 전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 인식의 불일치가 한미 관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의 통상 압박이 주요 의제가 될 것입니다. 보편 관세 부과, 대한 무역 적자 극복을 위한 특별 관세 부과, 미국에 대규모 투자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중단, 그리고 물량 규제(quota)와 같은 비관세 장벽 도입 등은 한국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이를 ‘트럼프의 저주(Trump Curse)’라고 합니다. 한국으로서는 세 가지 대응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첫째, 트럼프 2.0 행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전략, 둘째, 우리의 국익을 훼손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고 강력히  항의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미국으로부터 이탈하는 대안적 전략을 모색할 수도 있지요.

이 중 어느 선택을 해도 어려움이 있기 마련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 ‘트럼프 미국’이 만족하는 양보를 하기 힘들고, 그에 따른 국내 정치적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목소리 내서 항의하고 강력한 협상에 임하는 것인데 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겁니다. 협박과 회유의 거래에 능숙한 트럼프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미군과 미국 없는 한반도’를 가정한 이탈 전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혁명적인 발상의 전환과 비용 감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 보지요.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핵 문제입니다. 트럼프 2.0에 어떤 기대를 하십니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과거로부터 학습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는 실용적 접근을 했으면 합니다.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라는 허망한 목표를 잠시 접고 미국의 저명한 핵과학자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제안해 왔듯이, 북한의 핵미사일 무기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고(halt), 되돌리고(rollback), 그리고 장기적이면서 점진적으로 해체(dismantle)’하는 접근을 했으면 해요. 그 과정에서 한미 연합 군사 연습과 훈련 중단, 제재 완화, 그리고 국교 정상화 같은 카드를 보다 파격적으로 신축성 있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직거래 가능성 대비해야”

-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친분을 자주 강조했습니다. 이 둘 사이의 직거래가 우리의 국익을 크게 해치지 않을까요? 우리 정부의 대응 방안은 뭘까요?

“앞서 지적했듯이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상태에서 핵 군축 협상을 하고 그 과정에서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면 우리의 국익이 크게 위협받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트럼프-김정은의 직거래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것은 축복이 될 수도 있어요. 만약 트럼프가 제재 완화와 국교 정상화를 협상 카드로 써서 김정은으로 하여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활동을 중단하고, 핵무기와 미사일을 감축하는 동시에, 핵 프로그램을 점진적이고도 검증가능하게 해체토록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진전이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전제조건은 그러한 노력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남북관계 개선, 전쟁의 공식적 종식과 정전협정의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로의 전환, 역내 핵 군비통제체제, 그리고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창설과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트럼프 2.0의 무역 압박에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우리 전체 수출의 25%를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트럼프의 신보호주의 정책이 대단히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적극적 통상 교섭과 우리 기업들의 활발한 대미 로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혁신과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 교역 파트너 다변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활성화와 한중일 3국 FTA 체결 등 열린 지역주의의 강화,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자간 협력 주도 등 다각적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무역압박에 열린 지역주의와 다자주의로 대처해야”

- 트럼프는 선전포고하듯 거액의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미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핵심 실세들은 한국을 안보 무임승차국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이들에게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도 가변적입니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 정부가 준비를 잘해야 하겠지요. 국내 정서로 보아 트럼프가 요구하는 분담비용을 그대로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유럽이 현재 고뇌하는 것처럼 한국도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미국으로부터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완성해서 우리 군이 주력군이 되고 미군이 지원군이 되는 체제를 조속히 갖춰야 할 것입니다. 핵 억지 전력처럼 우리 군이 구비가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협력을 확실히 해야 하겠지요. 그리고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안보 환경의 변화도 모색해야 합니다. 미국의 전략적 변심에 대비하여, 동맹에 기반을 둔 미국 중심의 집단 방위체제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동북아 안보 구도를 조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동 안보라는 대승적 목표 아래 지역의 모든 국가를 포함하는 포용적 다자안보협력을 통한 집단 안보 체제(collective security system)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는 유엔 헌장에 부합하는 대안입니다.”

 

- 국내외적인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요?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이라는 개념으로 문명의 부침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 12.3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치명적 도전이었지요. 그러나 용기 있는 시민과 정치인들의 응전이 한국형 민주주의(K-democracy)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봅니다. 영하의 추위에 아스팔트 거리에서 힘들게 민주주의의 길을 닦고 있는 젊은이들을 보세요. 특히 젊은 여성들의 역할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움을 느낍니다. 이들은 공동체 지향적이자 미래지향적입니다. 이들은 깨어있고 용맹스러우며 창의적입니다. 이들의 집단적 응전이 우리가 직면한 안과 밖의 도전들을 새로운 축복으로 전환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인터뷰이 문정인·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특임교수
문정인 연세대 제임스 레이니 특임교수는 외교·안보·통일 분야에 정통한 석학으로 꼽힌다. 미국·일본·중국·유럽·북한 관련 사안에서 다양하고 폭넓은 안목과 인적 연계망을 갖췄다. 2000·2007년·2018년 모든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한 유일한 학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로 활동했다. 영문 외교안보 계간지 <글로벌 아시아>의 편집인과 ‘지속가능한 안보를 위한 아시아 태평양 지도자 회의(APLN)’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어 성일권·<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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