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먹방 콘텐츠’
‘의식주(衣食住)’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음식은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백세시대를 맞이하여 음식에 관한 관심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SNS(Social Network Services)에는 음식 정보뿐 아니라 이른바 ‘먹방 콘텐츠’가 넘쳐나고 있다. ‘먹방’이란 먹는다는 뜻의 '먹'과 방송을 의미하는 '방'이 합쳐진 신조어로, 아프리카TV의 인터넷 방송 초창기에 흥행하면서 현재까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음식 영상콘텐츠이다. 이미 영어사전에도 먹방은 ‘Mukbang’으로 등재되었으며, 지상파 방송들도 셀러브리티(Celebrity, 셀럽)를 동원한 먹방 콘텐츠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문화코드로서의 음식
그런데 음식은 생존이나 향유의 차원을 넘어, '문화코드(culture code)'와도 연관되어 있다. 문화코드란 한 공동체 혹은 동일 문화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작동하는 문화적 무의식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특정 대상에 대한 문화코드는 오랜 역사, 문화, 관습 등에 의해 형성된다. 음식은 이러한 문화코드를 설명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는데, 클로테르 라파이유(Clotaire Rapaille)는 그의 저서 <컬쳐 코드(The Culture Code)>에서 치즈를 통해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코드를 비교한 바 있다. 프랑스인의 문화코드는 치즈의 숙성 정도에 따라 실온 보관하는 살아 있는 것으로 여기는 반면, 미국인의 문화코드는 저온으로 살균한 치즈를 합성수지 용기에 포장하는 죽은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르게 나타나는 문화코드는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차원이 아니라, 음식에도 나라별 문화코드가 있음을 말해준다.

‘고독한 미식가’를 아시나요?
먹방 콘텐츠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2012년부터 방송된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Solitary Gourmet)>이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드라마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드라마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직장인 차림을 한 중년 남성이 홀로 식당에서 각종 음식을 먹으며 맛에 관한 생각을 솔직하고도 친근하게 전한다. 특히 주인공 마츠시게 유타카(松重豊)가 음식을 먹을 때 나오는 특유의 느린 내레이션은 음식에 대한 진지함을 강화한다. 그는 최근 본인이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The Solitary Gourmet)>(2025)의 홍보 차 한국을 찾은 바 있다. 그리고 한 인터뷰에서 홀로 먹는 밥, 즉 '혼밥'의 자유로움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그의 말대로, 맛있는 음식을 홀로 먹는 그 고독은 자유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닌가.
<고독한 미식가>는 만화, 드라마, 영화를 넘어, 최근 한국과 일본의 합작 먹방 콘텐츠까지 만들어냈다. 먹방 콘텐츠로 20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한국의 유명 가수와 함께 한국과 일본의 맛집을 상호 소개하는 <미친 맛집>이라는 OTT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제목인 ‘미친 맛집’은 미식가 친구의 맛집을 줄인 말로, 두 주인공은 한국과 일본의 맛집을 소개하는 미식가 친구로 등장한다. 현대사회의 특징을 융합 문화(Convergence Culture)로 설명하는 헨리 젠킨스(Henri Jenkins)에 따르면, 원작의 세계관을 유지하며 다른 장르로 제작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은 기존의 충성된 고객을 그대로 유인하는 전략이다. 물론 이 프로그램은 <고독한 미식가>의 사전 기획 단계에서 고려되지 않았겠으나, 드라마의 고정 팬들이 <미친 맛집>을 열렬히 시청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당신도 ‘고독한 미식가’인가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먹방 콘텐츠는 그야말로 대세 중의 대세이다. 디지털 플랫폼의 범용적 특성을 토대로, 유명인이나 일반인 모두 각자의 취향대로 먹방 콘텐츠를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주로 숏츠로 먹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업로드하거나 식당을 찾아가서 음식을 먹는 행위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요리에 재능이 있는 이들은 직접 음식을 하고 먹는 과정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한 OTT에서 제작한 요리사들의 대결 프로그램 종료 이후, 먹방 콘텐츠는 그야말로 전문성까지 보이며 확장되고 있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위가 아닌 그것을 보는 행위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많은 먹방 콘텐츠가 우리에게 묻는 것만 같다. “당신도 고독한 미식가인가요?”라고, 아니 “당신은 고독한가요?”라고.
글·김소영
문화평론가 겸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술연구교수. 기술 중심의 탈경계적 대중문화에 관한 학제 간 연구를 수행 중이다. 한국영화학회 국제학술상임이사와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학술이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브레히트학회 공연이사 및 『영화연구』 편집위원과 『스토리콘텐츠』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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