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이하 문체부)는 2024년부터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분야별 전문가 자문회의와 공개포럼 등의 논의를 거쳐 지난 3월, 2035년까지 우리나라의 10년을 책임질 중장기 문화비전인 「문화한국 2035」를 발표하고 문화정책 방향 설정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의 주 방향은 경제•사회 위기 및 인공지능(AI) 시대 등 세계 문화 중추 국가로의 정책 방향을 통하여 대한민국 문화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의 문화정책은 국가 주도의 중앙 지역 하향식 전달 구조, 공급자 중심의 아날로그식의 정책이라며 앞으로는 민간 주도, 중앙과 지역의 수평적 파트너십, 수요자 중심, 디지털•AI, 국제사회의 선도자로 대한민국이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미래를 위한 문화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를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시장 중심 지원의 전환, 문화 분권을 위한 중앙과 지역의 수평적 협력 모델 구축, 지역에서 필요한 정책의 실질적 수요자의 욕구에 맞도록 세분화되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전환, 이제는 아날로그 시대를 넘어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영역 간 융합되는 디지털•인공지능의 대전환, 끝으로 대한민국 위상에 맞는 국제사회의 역할과 기여의 강화를 통하여 시대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중장기 문화 비전의 필요성을 이번 발표에 추진 배경으로 제시했다.
1. 인구/사회
지금의 대한민국은 사회, 경제 기술 등 모든 영역의 변화가 다차원적으로 작동되며 복합적인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2020년 총인구 감소, 2024년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인구의 20%를 돌파, 2035년에는 30%까지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저출생•초고령화가 심화하였다. 그로 인해 예술, 콘텐츠 등 문화 인적 자원도 감소하고 고령층의 건강한 삶을 여가로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주 배경 주민•1인 가구 비중 증가, 세대•이념 등 차이나 차별이 아닌 서로 표현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문화정책 대응 강화 필요하다. 2023년 전체 시군구의 40%인 89곳이 법정 인구감소 지역, 청년층 수도권 이동 등 인구감소 및 유출로 지역 활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이는 ‘정주 여건•일자리 취학 → 인구 유출 → 인구감소 → 지역쇠퇴’의 악순환이 지속된다. 오랜 숙제인 수도권 쏠림의 지역 문화 향유 격차는 여전하다.
2. 경제/기술
199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 및 1인당 GDP는 현재 2%대 초반 수준으로 현 상황 지속 시 성장률은 조만간 1%대로 진입하며, 2035년 이후에는 0%대로 하락을 예상한다. 그와 연관된 OECD 평균 대비 격차는 지속해서 발생하며,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제조업 중심으로 고용 여건 악화를 전망하고 있다. EU에서는 2050까지 미래 변화를 몰고 올 중요 3대 흐름 중에서 기술 변혁 가속화를 인간이 주체가 되는 기술사회를 예측하고 OECD에서는 2035 디지털 미래 관련 4가지의 시나리오를 전망하였다. 하나, 개인의 자율성 강화(iChoose), 둘, 플랫폼 정부화(Platform Government), 거대 글로벌 기술기업의 부상(Corporate Connectors), 넷, AI가 가져올 풍요와 부작용(Artificial Invisible Hands)이다. 즉, 이제는 생성형 AI 기술로 인하여 전 세계 AI 시장 규모는 2024년 5,543억 달러(약 700조 원), 국내 AI 시장 역시 2024년 3조 662억 원 규모로 성장 예상(삼성SDS 인사이트리포트, 2023.8.) 골드만삭스는 생성형 AI가 10년 후 세계 일자리 3억 개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글로벌 GDP를 7%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Goldman Sachs, 2023.4.5.발표) 하였다. 이는 성장 일자리에 미칠 영향도 커질 전망이지만 창작 방식의 거대한 변화의 서막, 저작권 등 윤리 및 규범에 대한 현장의 요구가 심화될 우려도 있다.
3. 국제/문화
IMF의 연구에 의하면 해외 투자·특허출원건수, 문화수출·세계유산, 디지털, 교육, 세계 영향력, 제도 등에 대한 객관적 지표 기준으로 점수화한 결과 66개국 중 한국이 1위(국제통화기금, 소프트파워 측정: 새 글로벌 인덱스, 2024.10.20.)이며, 영국 컨설팅 그룹 브랜드파이낸스 조사에 의하면 100여 개국 17만 명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국가별 소프트파워 순위는 193개국 중 미국 1위, 한국 15위(브랜드파이낸스, 글로벌 소프트파워 지수 2024 보고서)로 나타났다. 또한, OECD 38개국의 국가문화지수 종합순위를 보았을 때 종합 10위로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예술적 탁월성, 문화산업의 경쟁력 요인이 타 국가에 비해 높이 나타났다. 이는 K_POP,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의 중심 K-컬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국, 중동 등 세계적으로 확산한 것으로 기인한다.
지역소멸의 위협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역 문화•관광 자원을 활용하고 저출생•초고령화 사회에 대응한 국민 여가•문화 다양성 정책의 대응을 강화하여야 한다. 또한, 경제 및 K컬처 등 높아진 국제 위상에 걸맞게 세계 속 문화리더십을 제고하고 인공지능•디지털을 혁신 요소로 재도약하여 성장과 일자리, 그리고 수출 등 경제가치를 창출하여 문화의 창의와 혁신, 다양과 포용성, 개방과 융합의 가치가 개인을 넘어 사회와 경제, 그리고 지역에서 세계로 확산하기를 기대한다.
위의 우려와 기대를 토대로 「문화한국 2035」는 창의적 개인, 행복한 사회, 역동하는 경제, 함께하는 세계라는 4개의 목표와 창의와 혁신, 다양과 포용, 개방과 융합이라는 3가지의 가치를 설정하고 6가지의 분야의 핵심과제와 주요 사업을 제시하였다.

몇 가지 주요한 눈에 띄는 사업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 <국립예술단체•기관 지역 이전 및 협력 모델 재구축>이다. 문화예술의 지역 형평성과 지역 문화예술의 질적 또는 소멸 위기를 대비하여 국립예술단체 및 문화예술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국립 청년예술단체의 지역 설치, 서울예술단과 국립예술단체의 지역 이전이다. 국립의 뛰어난 단체들이 지역에서 터전을 잡고 창작과 향유 활동을 한다면 국립과 지역예술가들의 상생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지역과 국립의 여러 가지 다른 환경적 요인들과 지역에서의 공감대와 호응은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
두 번째. <수요자 중심의 융복합형 문화시설 조성>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어린이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보급 및 시도별 어린이 예술마을 조성이 중점사업이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가칭 시니어 여가 센터를 시도별 조성하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장애인 문화예술활동 기반을 마련하는 가칭 모두예술콤플렉스 사업이 눈에 띈다. 다만, 시설 조성 사업은 예산과 대비하여 효과성이 높지만, 또한 지원 이후에 공간의 중장기적인 운영에 대한 방안은 많은 시설 조성 사업의 주요한 논쟁 사항이다. 시설 운영의 명확한 주체와 국비와 지자체 예산의 단계적 매칭을 통하여 지자체가 전문기관에 위탁운영 등을 통하여 단기성이 아닌 중장기적인 운영계획을 수립 후 지원과 운영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지자체에서의 문화시설의 매입은 필수 요건이다.
세 번째. <AI 시대 저작권 체계 전면 개편>이다. AI 시대 창작생태계 대응을 위한 AI 산출물 포섭 방안으로 저작권법•제도 및 지원체계를 개편 추진한다. 또한, 초상 등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으로 정의하고, 보호기간•권리의 제한 및 구제 방법 등을 법으로 제정한다.

지난 2021년 1월 G20 로마 선언에서 ‘세계를 통합하는 문화(Culture unites the World)’를 발표하고 코로나 팬데믹 및 기후 위기 대응, 지속 가능한 성장, 경제회복의 핵심 동력으로 ‘문화’가 필요하다고 전 세계가 외치고 있다. 지금의 ‘문화’는 디지털 전환과 생성형 AI 등 기술의 발전으로 문화가 성장의 원동력이 되며 디지털 격차극복 허위 정보 등의 위험으로부터 문화를 보호해서 안전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이제 전 세계가 해야 할 많은 일 중에서도 중요한 일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문화정책의 흐름이 문화의 가치에 주목하였던 1990년대 이전과 문화산업 및 국제문화교류의 활성화로서 확장한 2000년대를 거치고 있다. 이제 21세기 더 나은 미래 창조를 위한, 나의 후손들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문화의 생존은 어디에 있는지 앞으로의 <문화한국 2035>의 주요 정책들이 지역 곳곳의 우리 모두의 삶 속 깊숙이 파고드는 눈에 잡히는 일들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자료출처 : 대한민국 문화정책 대전환 ‘문화한국 2035’ 발표(문체부 보도자료)
글·전영주
문화평론가. 지역에서 문화기획 및 행정가로서 일하고 있으며, 현재 청주대 영화언론콘텐츠학과 대학원 박사 과정 중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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