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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립의 시네마 크리티크] 타자들에 대한 일본식 톨레랑스, <핫 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윤필립의 시네마 크리티크] 타자들에 대한 일본식 톨레랑스, <핫 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 윤필립(영화평론가)
  • 승인 2025.04.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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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일본 포스터

일본 드라마 <핫 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닛폰 테레비, 2025, 이하 핫 스팟)에는 제목처럼 우주인이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서의 우주인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맥락상 한국어로는 외계인에 가까운 것 같다. 특별한 능력의 외계인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2013, 이하 별그대)를 떠올리지만 공간적 배경과 등장인물 그리고 서사의 측면에서 <핫 스팟>은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공간적으로 화려한 도시가 아닌 점차 쇠락해 가는 도쿄 인근 한 작은 도시가 주무대이고, 등장인물의 면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들이 모두 이 지역의 평범한 경제 생태에서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며, 서사적으로는 <별그대>와 같은 달콤한 로맨스도 엄청난 사건 해결도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핫 스팟>은 지금까지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한국 제작자와 관객 혹은 시청자들이 소비했던 외계인 출몰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은 이 드라마를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한다.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가 기존에 제작돼 왔던 외계인 스토리의 정형성을 깨부수는 엄청난 파격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야기 중 핵심적인 내용은 엔도(이치카와 미카코)와 다카하시(가쿠타 아키히로)라는 후지산 자락의 온천 호텔 프론트 직원 둘이 담당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변 인물들이 조력자나 위협자 등으로 나타났다 사라지고, 어느 순간 함께 연대하여 결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핫 스팟의 주요 등장인물
핫 스팟의 주요 등장인물

평범한 사람들이 보잘 것 없는 외계인과 함께 살아가는 그 사람 냄새 넘치는 이 'SF 스토리'는, 어느 추운 겨울 엔도가 자전거로 퇴근하던 길에 트럭에 치이는 사고가 날 뻔한 한적한 도로에서 시작한다. 그 위기의 순간에 다카하시가 전광석화처럼 나타나 엔도를 구하고, 다카하시는 엔도에게 오늘 일은 비밀로 해 달라고 부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며칠 후 스스로 엔도에게 자신이 외계인임을 커밍아웃한다.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엔도가 잠시 의아해 하자 그때부터 다카하시 스스로 자처한 자신의 외계인성 증명 활동(?)이 시작된다. 그 과정에서 엔도의 친구들과 엮이게 되면서 다카하시의 별로 놀라울 것 없는 비밀이 조금씩 드러나지만 그것을 아무한테도 말해서는 안 된다는 다카하시의 부탁에 모두 동의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점입가경으로 절대로 흘러갈 일이 없다. 그렇게 평범한 듯 비범한 일상에 익숙해진 어느 날, 엔도 앞에 50년 후의 세상에서 넘어왔다는 사람이 나타나는데......

이처럼 <핫 스팟>은 '우주인 출몰 주의'라는 '경고'와 달리 그 뼈대만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과연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외계인과 미래인, 초능력자, 시간여행자 등 다양한 외부인이 등장함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별다른 혼란 없이 그들의 존재를 용인하는 등장인물들의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엔도와 친구들은 다카하시를 만난 이후에 그 어떤 외부인의 존재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워 하지 않고, 심지어 그 중 몇몇 친구들은 그들이 다른 도시나 국가에서 이 도시로 이주해 온 사람들과 뭐가 다르냐며 반문한다.

등장인물들의 그러한 대사는 이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여 흐르는 주요 인물들의 인식과 작가적 세계관을 드러내는 동시에 다양성에 대한 일본식 톨레랑스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핫 스팟>에서 외계인이나 미래인, 초능력자, 시간여행자 등이 특별한 존재로 구분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로 묘사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 속에도 그러한 존재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핫 스팟의 등장인물 포스터
핫 스팟의 등장인물 포스터

 

 

글·윤필립
영화평론가, 응용언어학자, 영상번역가. 계명대에서 국문학과 영문학을,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에서 한국어교육학을 전공했다. 시나리오작가협회에서 극영화 시나리오를 공부했고, 서울국제사랑영화제(SIAFF) 기독교 영화비평 대상 수상,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 당선 등으로 등단했다. 만화평론상,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심사위원, 영평상 집행부 등을 역임했으며, 대학에서 담화분석, 대중문화, 인문치료 분야에 집중하며 연구하고 강의하는 한편, 《르몽드 코리아》, 《영화의 전당》, 《경기일보》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 본부 등의 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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