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적분할 대신 공평한 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바이오에픽스를 기업분할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정치적 분위기를 눈치빠르게 감지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물적분할로 쪼개기 상장
재벌 오너들만 배불리는 편법에
'불공정 주식시장' 목소리 커져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분할해 신설 지주회사를 만들겠다는 발표를 하면서, 뜻밖에도 재벌 오너 일가가 그간 애용(?)하던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로 급선회해 눈길을 확 끌었다.
인적분할이란 대기업들이 독립적인 별도회사로 분할할때 신설회사의 주식을 기존 회사의 주주 비율대로 똑같이 나눠주는 방식이다. 주주입장에서는 기존회사와 신설회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게돼 지분 희석 등으로 손해보는 일이 없다.
그러나 물적분할을 하면 기존 회사의 자회사로 운영되면서 기존 주주들은 자회사의 주식을 받지 못한다. 이런 쪼개기를 한뒤 자회사를 상장하면 기존 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희석돼 손실을 보게되고 재벌 오너 일가들만 배를 불리게 되는 방식이다.
'주식 큰 개미' 이재명 후보
'재벌 기업 분할' 불만 많아
2021년 11월 4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간 20대 대통령 선거전으로 한창이던 때.
이재명 후보는 서울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주식시장 발전과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재명 후보는 이 자리에서 "대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는 소액주주들이 서러움을 많이 겪는데 힘이 쎈 사람들인 대주주들이 합병과 분할을 반복하면서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SK온으로 분할)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할)이 각각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크게 떨어져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크고 원성이 높은 것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이렇게 되면 기존 회사는 지주회사 역할로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만 남고, 시장에서는 기업가치의 70% 안팎 할인된 가치만을 인정받는 게 통상적이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SK케미칼의 경우 2018년 백신 등 바이오 사업부문을 분리해 SK바이오사이언스로 물적분할시켰다. 그런데 기존 회사인 SK케미칼의 시가총액은 현재 9489억원이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조3855억원에 이른다.
기존 SK케미컬의 개미투자자인 소액주주들이 재벌 오너 일가들만 배터지는 이런 물적분할 방식 결정에 땅을 치며 분노하는 이유다.
현재 상장사들의 물적분할 사례는 2023년 19건 등 연간 15건 안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공약엔
'주식시장 불공정 행위' 등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28일 공개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집을 보면 "대기업의 물적분할로 자회사를 만든뒤 상장할 땐 기존 소액주주 등에게도 신주를 의무 배정하는 제도"를 마련토록하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다.
이재명 후보이 입버릇처럼 주식시장의 공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선거유세중 "대기업 우량주에 투자했는데 대주주 몇몇이 물적 분할로 자회사를 만들어 알맹이를 쏙 땐 다음에 자기네 회사라고 상장하니 돈이 확 빠지고 (재벌오너 일가들만) 꽁돈을 번다"라고 비난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특히 이재명 후보는 과거 주식투자를 할때 '대기업의 우량주를 장기보유하는 투자전략'을 통해 수익을 냈다고 밝혔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의 '물적분할'과 '쪼개기 상장에 대한 분노가 누구보다 더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재용 회장 등 재벌 오너 일가에 유리한 물적분할 대신 공평한 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바이오에픽스를 기업분할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정치적 분위기를 눈치빠르게 감지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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