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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 티베트
객관적 티베트
  • 마르틴 뷜라르
  • 승인 2013.03.1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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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페마 체덴
승려 등 티베트인 100명 이상이 2009년부터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달라이 라마의 패거리'들이 벌이는 사악한 음모로 보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분신 행위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분명 티베트 망명 정부는 분열되어 있다.

티베트인의 분신은 단순한 독립 요구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티베트인이 매일 당하는 어려움과 억압, 특히 불교 신자의 어려움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티베트의 문화는 경제를 위해 모든 것이 희생되고 티베트인에 대한 중국의 차별이 노골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파괴되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 페마 체덴(완마 차이단)은 중국의 티베트에 대한 탄압에 저항하는 의미로 티베트의 진정한 정체성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중국 지도자와 서구인들이 중점적으로 조명하던 티베트의 민속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페마는 1994~2011년 유머와 서정성이 가득한 단편소설 일곱 편(1)을 집필해 중국의 마오쩌둥 사상과 티베트의 신앙을 철저하게 분석한다.

티베트의 정체성을 더욱 잘 이해하려면 타시 체링의 회고록(2)을 읽어보라. 티베트의 생생한 역사를 잘 요약해서 보여준다. 1926년 농촌 가정에서 태어난 타시는 어릴 때 달라이 라마에게 발탁되어 라사에 있는 무용단에 들어갔다. 부모에게는 죄송한 일이지만 그에게는 기회였다.

당시 티베트는 신정정치를 하고 서열이 중시되는 폐쇄적 사회로, 읽기와 쓰기는 부유층·공무원·승려의 전유물이었다. 라사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타시는 책, 사랑, 승려와 공무원들의 성폭행, 계급관계를 알게 된다. 그는 만인을 위한 교육과 근대적 발전을 주창하는 공상주의자들의 등장을 나쁘게 보지 않게 된다.

타시는 공부를 하기 위해 1957년 인도로 떠났고, 1959년 중국의 억압을 피해 달라이 라마를 따라 대거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인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그러나 망명하기까지 타시는 티베트에서 사회적 차별을 계속 받게 된다. 아무리 교육을 받고 유능한 인재라 해도 타시는 농부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계급이 엄격한 카스트 사회 티베트에선 성공할 수 없는 처지다. 타시는 티베트의 사회 시스템이 바뀌어야 하고, 정교가 분리되어야 하며, 티베트인이 근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된다. 그러나 티베트 망명 정부는 이같은 일에 관심이 없다.

미국으로 간 타시는 다시 중국으로 온다. 티베트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타시를 재교육하기 위해 셴양으로 보낸다. 타시는 문화혁명이 낡은 구조를 타파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문화혁명을 열렬하게 옹호하게 된다. 타시는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생각에 위안을 받는다. 심지어 티베트에서도 한족과 티베트인이 함께 티베트 사원을 부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한 당시 주동자들의 증언을 모은 티베트 시인 체링 워세르의 작품 <금지된 기억>(3)은 이분법에서 벗어난 시각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타시는 투옥되었다가 마오쩌둥의 죽음 이후 무죄로 풀려난다. 미국에서 돌아온 지 20년 만에 타시는 티베트 땅을 밟는다. 그 후 몇 년 동안 타시는 중국의 관료주의, 티베트의 보수파들과 맞서 싸워 티베트 오지 마을마다 초등학교를 지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티베트에서 중국의 억압에 맞서는 일은 승려들과 달라이 라마의 전유물이 아니다. 타시의 책은 이를 잘 보여준다.

*

/ 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Pema Tseden, <눈>(Neige), Philippe Picquier, 아를, 2013.
(2) Tashi Tsering, <티베트의 근대화를 위한 나의 투쟁>(Mon combat pour un Tibet moderne), Golias, 빌 위르반, 2010.
(3) Tsering Waseer, <금지된 기억>(Mémoire interdite), Gallimard, 파리,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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