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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와 불평등, 그리고 르 디플로
부조리와 불평등, 그리고 르 디플로
  • 이종훈<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주간>
  • 승인 2014.03.02 0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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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 디플로>)는 3월호에도 깊이 있는 기사들로 꾸몄다. 이번 호는 미국경제의 불평등 악화를 1면 머릿기사로 선정했다. 4백명의 부호가 1억5천만명 국민 보다 부의 소유가 앞서는 이 불평등한 현실. 자유주의 경제학자 마저도 감출 수 없는 이 어이없는 현실은 호화 파티가 끝난 미국의 주름진 자화상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3월은 삼일절로 시작한 달. 일본 반핵의 섬 ‘이와이시마’ 기사는 30년 동안 반핵으로 일본 정부에 맞서온 일본 어민들의 투쟁사를 담았다. 생생한 현지 르포를 통해 반핵 데모에 나선 고독한 어민들의 비장한 심정을 읽을 수 있다.

자연재해 담보보험 기사는 일부 국제보험사가 멕시코를 비롯해 재정이 취약한 정부를 대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탐욕스런 모습을 보여준다. 태풍과 허리케인, 지진 마저 담보로 하는 이 현실. 자연 재해를 볼모로 한 투기세력의 탐욕은 어디가 끝일까, 우리 모두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기사이다.

‘기업이 고용을 창출하지 않는다’는 기사는 ‘기업=고용창출’의 고정 등식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고용의 핵심을 파고 들어 경제상황, 즉 경기가 고용창출을 이루는 핵심임을 밝힌 내용은 참신성을 넘어 코페르니쿠스적인 사고의 전환을 요한다.

크라우드펀딩 기사는 문화 예술인들 사이에 호응을 얻고 있는 크라우드펀딩의 순기능과 참여 주체들이 해결해야할 현실적인 문제들을 명료하게 비춘다. 대기업의 후원 없이도 문화예술인들이 좀더 인간적인 협력관계 속에서 이루어가는 창작 프로듀서의 역할이 인상적이다.

프랑스 ‘공익재단의 진실’ 기사는 납세 회피로 보는 의심의 눈초리와 메세나 활동으로 보는 호의적인 시선을 대비시켜 공익재단의 실체를 드러낸다.

유럽에서 발호하는 극우세력에 대한 특집 분석기사는 지도를 곁들여 유럽 극우파가 전통적인 극우파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목표로 급진적 우파와 포퓰리즘적 우파 등으로 돌연변이하는 과정을 생동감있게 조명한다.

루마니아 기사는 유럽연합의 자금지원 홍보단의 현지 방문에 냉담한 생계형 농민들의 속사정을 현지 르포로 생생하게 전한다. 농산업체에 집중된 유럽연합의 지원에 비해 절박한 생존 위기에 처한 생계형 농민들, 작곡가와 음악교사가 농사를 지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독자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지젝 논쟁에 이어 이번호는 ‘네그리 정치철학의 스펙트럼과 한국사회’ 특별 기고로 지적 탐험 공간을 확장하였다. 이탈리아 출신 철학자인 네그리가 제기한 정보화 네트워크에 기반한 ‘제국’과 ‘다중’의 스펙트럼을 통해 기존 세계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라캉 욕망으로 본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과 ‘마키아벨리즘으로 본 북한 김정은’ 특집 기고는 남북 정상의 국정 운영 기법을 엿볼 수 있는 한반도 기획으로 준비되었다.‘멕시코 벽화주의’와 ‘러시아에서 잊혀져 가는 아방가르드 건축’ 기사는 독자여러분에게 새로운 문화 인식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기사는 단순한 보도를 넘어 역사성 있는 자료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이외에 독자여러분께 미처 설명드리지 못한 다른 기사들이 <르 디플로> 홈페이지에 게재된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속적인 성원을 요청드린다.

오늘 잠시,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악명높은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전쟁 포로였던 스테판 에셀(1917~2013)을 떠올렸다. 그는 극적으로 수용소 탈출에 성공, 종전 이후 프랑스 외교관으로 유엔의 세계인권선언문에 자유, 평등, 박애의 숭고한 정신을 담았다.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고 강조했던 그의 신념을 되새기며 부조리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사회를 기원해본다. <르 디플로> 독자 여러분과 가정에 희망의 봄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봄날, 독자여러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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