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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태, 오바마의 잘못인가?
이라크 사태, 오바마의 잘못인가?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4.07.02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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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이라크 침공이 중동에 화염을 불러일으키고, 아랍세계에 최악의 감정을 자극하여, 알카에다의 신병 보충을 강화시켜줄 뿐”이라고 평가했던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은 선견지명이 없었던 것일까? 그 당시 ‘미군이 해방자로서 환영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미국 부통령이 앞에 언급된 상원의원보다 더 예견력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후자인 리처드 체니 전 부통령은 전자인 오바마 미대통령이 이라크에서 얼간이 반역자처럼 행동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체니는 아주 뻔뻔하게도 “미국의 어떤 대통령도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그렇게 많은 일에 대해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다”고 결론내리고 있다.(1)

현재 오바마는 이라크 일부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지하드 세력을 격퇴하기 위해 미군을 파견하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누리 알 말리키 총리가 교체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바그다드에 3백 명의 ‘군사 고문단’을 급파하기로 했다.

미국은 이미 60여 년 전에 부패한 독재체제인 베트남의 응오딘디엠 정권에 ‘군사 고문단’을 파견했었다. 어느 날 피보호인이었던 베트남의 배은망덕에 분노한 미국은 베트남이 죽게(혹은 살해당하게) 내버려두었다. 군사개입의 단계적 확대, 인도차이나 반도 전 지역의 혼란, 수백만 명의 전사자 등과 같은 일련의 진행에 대한 악몽 때문에 이번에는 미국 국민들이 또 다른 중동 전쟁으로 가는 걸음을 거부할 것이다.

서구 강대국들의 개입 결과는 아랍 세계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재앙이 된다. 서구 강대국들은 예를 들어 자신들의 채권을 포기함으로써 튀니지나 이집트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때에는 매우 인색하게 굴면서도, 시대의 적을 패퇴시켜야 할 때는 그 적에 대해 인도주의적 대원칙들을 상기시키면서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강대국들은 이 원칙을 자신들이 지지하는 이스라엘,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에는 결코 적용하지 않는다.(2)

지난 6월 13일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국가에게, 자신이 목격한 비극의 책임을 전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군대는 이라크인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커다란 희생을 했다.” 이처럼 역사를 왜곡하면서 오마바는 신보수주의자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신보수주의자들은 워싱턴이 해외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때마다 미국이 쇠퇴하고 세계가 혼란해진다고 생각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이전에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승리했다”고 공화당 상원의원 존 매케인은 반복해서 말하고 있다. 매케인의 말에 따르면, 모든 국제 분쟁은 미 해군의 파병으로 해결되고 있다. 그래서 매케인은 지난 3월 15일 미군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주장했다. 그리고 5월 13일에는 나이지리아에 군사 개입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002년 오바마는 ‘중동에 화염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과연 오마바는 앞으로도 통찰력을 발휘할 것인가?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고광식 kokos27@ilemonde.com

주요 역서로 <성의 역사>, <방법서설> 등이 있다.

 

(1) 딕 체니와 리즈 체니(Richard and Liz Cheney), “붕괴하는 오바마 독트린”,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2014년 6월 18일

(2) “처벌받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3월. 카타르에서는 수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2022년 개최될 월드컵 공사장에서 거의 노예수준의 처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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