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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사회를 넘어
부족사회를 넘어
  • 성일권
  • 승인 2014.07.02 1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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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지배세력의 행태를 보면, 우리 사회가 선사시대의 부족사회(trivialism)쯤 되는 게 아닌 가 싶습니다. 부족사회란 일반적으로 ‘일정한 공통영역을 갖고 동질적인 전통과 조상, 언어, 문화, 종교 등을 가진 원시 또는 미개사회의 구성단위인 지역적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하버마스 같은 이들은 인류 역사가 부족국가→고대국가→근·현대국가의 순으로 발전했고, 유럽연합(EU)이 마지막 단계인 코스모폴리탄 국가형태라고 유러피언 드림을 밝히지만, 우리로선 그리 반갑지 않은 구분법입니다. 일반적으로, 부족사회라는 말은 사회진화론적 차원에서 미개사회와 동의이며 유럽 중심적인 관점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민족학, 문화인류학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정권 출범부터 줄곧 특정지역과 특정성향의 사람들만을 고집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시스템에서 진화한 부족사회의 원초성을 새삼 확인해봅니다. 우연치고는 어찌, 거의 모든 후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살고 출세하면 된다는 식의 극단적 이기심을 드러내는지…, 22년 전 “우리가 남이가?”의 지역감정적 발언으로 국민국가의 체제를 뒤흔든 장본인과 그의 동료들에게서 현대판 부족주의의 실상을 그대로 실감합니다. 과거의 부족사회가 단순히 혈연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현대판 부족사회는 지역과 학맥, 자본과 권력의 서클을 매개로 합니다.

<르 디플로> 7월호는 협소한 부족주의를 넘어서 공동체적 정신과 보편적 가치관을 세계주의(코스모폴리타니즘)를 지향하고자 합니다. 범대서양 연안 등 세계 전역에서 자유무역을 내세운 다국적 기업들의 국가주권 유린, 유럽과 미국, 중남미에서의 진보좌파의 저항과 시민사회의 참여 등을 진단한 글을 추천해 드리지만, 인류애적 세계주의를 향한 좌파 코뮌주의의 새로운 가능성과 과제, 불평등 해체를 위한 토마 피케티와 엠마뉴엘 토드 간 자본주의 논쟁,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시민주의’ 제언과 들뢰즈 국제학술대회 참관기 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역사의 발전단계상 부족사회에서 세계시민국가로 가기까지, 고대국가와 근·현대국가를 거치는 게 순서지만, 지금처럼 “우리가 남이가?”식의 전근대성에 머무는 지도자들이 활개를 치는 이상, 우리 사회는 어쩌면 고대국가 이전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르 디플로는 속칭 ‘복날’이 낀 7월(초복 18일, 중복 28일)을 맞아 애완동물이건, 야생동물이건 간에 그들 역시 우리의 인권처럼 나름대로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이색적인 글들을 준비했습니다.

독자님, <르 디플로>를 벗 삼아 무덥고 지루한 여름철을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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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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