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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냉전시대
새로운 냉전시대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4.08.26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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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승리할 것이고 저들은 패배할 것이다.” 1980년 레이건 대통령이 한 이 말은 당시 미국과 소련의 관계를 한마디로 잘 요약하고 있다. 12년 후 레이건 대통령의 후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최종 승리를 자축하며 이렇게 말했다. “무장한 두 진영으로 나뉘어졌던 세계에 유일한 초강대국만이 남았다. 그 초강대국은 바로 미국이다.” 냉전의 종말을 알리는 공식 선언이었다.

하지만 그 시대도 끝이 났다. 러시아가 더 이상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고 러시아에 대적하기 위해 주변국들이 차례로 경제적 혹은 군사적 동맹에 가입하고 있는 만큼 서방의 의도적인 러시아 죽이기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3월 브뤼셀을 방문했을 때 “NATO의 정찰기가 발트해 인접국가 상공을 정찰하고 있고 폴란드에 주둔하고 있는 미 병력이 강화되었다. 앞으로 더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1) 이 같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의회 연설에서 서방이 18세기부터 러시아에 가했던 비열한 억제정책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2)

하지만 새로운 냉전은 지난 시절의 냉전과는 다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것처럼 ‘소련과 달리 러시아가 예전처럼 위성국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것도 아니다.’ 또 팽창주의를 ‘명백한 사명(manifest destiny)’이라는 종교로 합리화한 초강대국 미국과 무신론 국가라는 이유로 레이건 대통령이 ‘악의 제국’이라고 저주한 소련의 구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심지어 푸틴 대통령은 기독교 원리주의를 내세우는 데 성공했다. 크림반도를 합병하자마자 크림반도가 ‘그리스정교를 받아들인 블라드미르 1세가 세례를 받은 곳’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러시아정교의 세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민족의 문화, 가치, 문명의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우크라이나가 적들의 후방기지가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구의 세뇌작전’을 능가하는 러시아 민족주의적 선전에 극도로 고취되어 있는 러시아 국민들도 같은 생각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재무장을 하자는 호전적인 목소리와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제재조치는 상대진영의 의지만 더 강하게 만드는 일관성 없는 정책일 뿐이다). 미국의 권위 있는 러시아 학자인 스티븐 코헨은 ‘신(新) 냉전은 구(舊) 냉전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고 벌써 경고하고 있다. 왜냐하면 ‘구 냉전과는 달리 신 냉전에는 어떠한 반대의 목소리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부에서도, 의회에서도, 언론에서도, 학계에서도, 싱크탱크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를 찾을 수 없다.’(3) 이는 재앙으로 가는 검증된 지름길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임명주 mydogtulip156@daum.net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브뤼셀 연설. 2014년 3월 26일

(2)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의회 연설. 2014년 3월 18일

(3) 2014년 6월 16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연례 미-러시아 회의 기조연설. 2014년 8월 12일자 <The Nation>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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