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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라틴아메리카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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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4.10.30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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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미 두 번의 임기를 마친 대통령이 대선 1차 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되어 3선을 하게 된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 대선 1차 투표에서 61%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어 3선에 성공한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좀 더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볼리비아는 2006년 모랄레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이전, 즉 2001년에서 2005년 사이에 이미 대통령이 다섯 차례나 교체되었다. 모랄레스 대통령 당선 후 볼리비아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에 이르면서 빈곤율이 25% 감소하고, 실질 최저임금은 87% 증가하면서 은퇴연령도 낮아졌다.(1) 경제성과를 통해 정책에 다시금 활력을 불어넣고 정치를 고무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모랄레스 대통령의 가시적 성과와 3선의 좋은 소식이 더 잘 알려지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모랄레스의 정책이 진보적 개혁 정책이고 좌파정부가 시행했기 때문일까?

 거대 언론 매체들은 좌파의 성공에 대해 함구하는 만큼 보수의 실패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치안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멕시코에서 4명의 기자가 살해되었다. 살해 당한 기자 중 한 명인 아티라노 로만 티라도는 심지어 라디오 프로그램 생방송 녹화 중이었다. 티라노는 방송 중에 “댐 건설로 토지를 수용 당한 800가구가 마땅히 보상 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다. 납치, 고문, 살인이 흔한 일이 되어 버린 곳에서, 마피아가 좌지우지하는 썩은 사회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티라노가 죽음을 불사했던 투지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을 것이다.

지난 9월 26~27일 양일간에 걸쳐, 멕시코에서 30km 떨어진 게레로 주 이괄라시에서 교대생 46명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의 신자유주의 교육 개혁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 후 버스로 이동하던 학생들은 지역 경찰에 의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 마약 갱단의 손에 넘겨졌다. 이 갱단은 학생들을 잔인하게 살해한 후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 최근 몇 주 동안 유사한 매장지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구덩이에서 발견된 시신은 심하게 훼손되거나 불타 있었다.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해당 시장과 경찰 간부는 종적을 감춰버렸다.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다국적 기업에 자국 에너지 시장을 개방(2)하면서 경제 전문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인물이 되었다.(3) 프랑스는 이런 멕시코 대통령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수여했다. 멕시코의 부패한 정치인들과 경찰당국이 면책특권을 누리는 현실에서, 과연 니에토 대통령이 자신을 칭찬하는 자들로부터 심문을 받게 될까? 서구 언론사들과 지식인들, 미국, 스페인, 프랑스 당국은 멕시코 대통령에 어떠한 질문을 해야 하는가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에콰도르와 쿠바, 베네수엘라 혹은 모랄레스 대통령이 3선이 되었다고 수군거리는 볼리비아에서 학생 집단 학살이 자행되었을 때에 즉각적으로 뇌리에 떠올리게 될 질문들을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김수영 ksy_french@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남성은 60세에서 58세로, 셋 이상의 자녀를 둔 여성은 60세에서 55세로 낮아졌다.

(2) John Ackerman, ‘석유를 사유화하는 멕시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3월호

(3) 2013년 6월 28일 파이낸셜 타임스는 부록에 ‘발톱을 세우기 시작하는 아즈텍 호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 12월 16일자 사설 ‘멕시코식 모델’에서 멕시코의 ‘날 세우기’를 반긴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이 시기에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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