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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은 누구인가
내부의 적은 누구인가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4.12.04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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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적은 누구인가

 

세르주 알리미∥<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지난 10월 25일과 26일 밤 사이, 경찰의 시위 진압용 수류탄에 시위 참가자 21세 청년 레미 프레스가 사망했다. 프랑스 정부는 석유회사 토탈 회장 크리스토프 데 마르제리가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을 때 초고속으로 조의를 표했던 것과 달리, 이 사건에 대해선 이틀이 지나서야 반응을 보였다. 한편 프랑스 남서부 타른 도(道) 이사회의 사회당 출신 위원장은 자신의 소신을 위해 죽는 것은 정말 “멍청하고 바보 같다”고 말했다. 사실, 이 위원장이 자신의 소신을 고수하다 죽음에 처할 일은 결코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소신은 자신의 지역구의 저명인사들의 요구대로 댐을 완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댐 건설 덕에 상원의원에 재당선되었다. 현재 경찰이 던진 시위 진압용 수류탄으로 인해 댐 프로젝트는 전면 중단되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죽어야만 할까?

2011년 1월, 미셸 알리오 마리 프랑스 외무부 장관은 튀니지의 전 대통령 지네 엘아비딘 벤 알리에게 “전 세계가 인정하는 프랑스 기동대의 노하우”를 배워 빈사상태에 빠진 그의 독재체제를 구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그러나 노하우란 다름 아닌 기동대의 진압행위를 의미한다. 1961년 10월 17일, 기동대는 파리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알제리 시위대 수십 명을 학살했다. 이들은 이듬해 2월에 또 다시 샤론느 지하철역에서 시위대 9명을 학살했다. 프랑스 시위대 4명도 이들과 대치하다 목숨을 잃었다.(1)

따라서 레미 프레스는 프랑스인으로선 다섯 번째 시위 희생자이다. 그가 사망한 직후, 현장을 지휘한 기동대 대장은 타른 도(道) 도지사가 기동대에게 댐 건설 “반대자들에 대한 강력 진압”을 주문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밤 시위 진압용 수류탄 42발이 발사되었다.

마누엘 발스 총리는 일부 이슬람주의자들을 위협적인 “내부의 적”으로 간주하는 군부의 발언을 지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의 내각은 시벤스 댐 “비극”의 책임을 “난동을 부린 시위대” 탓으로 돌렸다. 한편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교묘히 꼼수 논지를 펼치고 있는 경찰 노조는 “녹색당과 공산당의 선봉대원들이 마치 1970년대의 혁명단체처럼 무장할까봐” 겁난다며 연기하고 있다.(2)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프랑스 국회는 최근 거의 만장일치로 새로운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켰다. 1986년 이후 반테러법이 15번이나 손질된 셈이다. 이번에 법안을 손질한 공식적인 동기는 프랑스인들이 이슬람국가기구에 합류하는 것을 금지하려는 의도에서다. 그래서 이 새로운 테러방지법엔 출국 금지와 “개별적인 테러기업의 범죄” 등과 같은 향후 모든 범죄에 적용될 수 있는 일반 조항들이 담겨 있다.

2001년, 프랑스 의회는 이미 비슷한 유형의 강경한 테러방지법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사회당의 한 상원의원은 이 법안이 채택되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긴급히 처리하기엔 불편한 법안들이 있다. 하지만 난 우리가 2003년 말 이전에 공화주의의 합법성을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3)며 자신의 행위를 변호했다. 그 후 11년이 흘렀건만, 국민의 신망도 잃고 비전도 없는 프랑스 정부는 툭하면 “내부의 적” 타령만 일삼고 있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1968년 6월 11일 프랑스 소쇼 푸조 자동차 공장에서 2명, 1977년 7월 31일 크레이 말빌에서 1명, 1986년 12월 6일 파리 학생 시위 도중 1명, 1987년 11월 아미앵에서 경찰 진압봉에 1명 등 총 4명이 사망했다.

(2) Patrice Ribeiro, 경찰노조(Synergie-Officiers) 사무총장의 말 인용, <피가로>, 2014년 11월 15일

(3) Michel Dreyfus-Schmidt의 말 인용, <르몽드>, 2001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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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알리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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