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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께 고(告)합니다
독자님께 고(告)합니다
  • 성일권
  • 승인 2014.12.04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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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께 고(告)합니다

 

12월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다사다난한 올 한 해를 마무리 짓고, 내년 일을 계획해야 할 때입니다. 어떤 분은 상급학교 진학이나 새 직장의 출근을 앞두고, 가슴 부푼 인생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터이고, 또 어떤 분은 새 출발의 선에 다시 서서 2015년의 그랜드 플랜을 짜고 계실 것입니다.

2014년 한 해를 돌이켜 보건대, 저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이하 르디플로)로서는 아쉬움이 참 많습니다. 독자님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지만, 전체적인 사회분위기의 침체와 출판시장의 위기에서 저희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이미 대형신문사들이 발행하던 잡지들도 하나둘씩 무너지고 있는 마당에, 저희로서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영책임자로서 저는 최근 몇 주 동안, 일련의 미디어 전문가들을 만나서 고언을 경청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광고부문이 전체 매출의 5% 안팎에 불과한 르디플로의 영업구조를 우려하면서, 공격적인 광고영업을 권유했습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매체들처럼 광고성 기사나 기업비리 폭로기사도 써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더욱이 포털사이트의 뉴스 검색이나 뉴스스탠드에 포함된 매체가 이렇게까지 광고 영업력이 없는 것이 유례없는 비정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누가 보기에도 르디플로의 매출구조는 확실히 비정상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자 구독료가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하는 언론이 르디플로 외에 또 어디가 있을까요? 르디플로의 발행과 지속가능성에 책임을 가진 저로서는 미디어 전문가들의 고언에 흔들렸지만, 그래도 어려울수록 초심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들어 2년, 3년 정기구독하시는 독자님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어떤 독자분은 5년, 10년 장기구독의 뜻을 밝히기도 하셨습니다. 독자님의 관심과 애정은 초심을 잊지 않으려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르디플로는 거창한 광고를 내세운 대형신문사의 자매지도 아니고, 시민단체의 막대한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며, 특정 정파나 권력기관의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독자님의 구독료에만 의존하며, 독자님을 위한, 독자님에 의한, 독자님의 르디플로가 되고자 하는 것이 저희의 각오입니다.

아울러, 독자님께 감히 고합니다. 르디플로가 담론의 위기에 처한 우리 사회에서 꿋꿋하게 자리 잡도록,

-도서관이나 공공기관에 르디플로를 추천해 주십시오.

-상급학교나 사회진출에 나선 친지분들에게 르디플로를 격려의 선물로 선택해 주십시오.

-읽기모임을 결성하여 주위 분들과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며, 널리 르디플로의 가치를 퍼뜨려 주십시오.

이제, 저희는 르디플로의 가치를 널리 확신시키기 위해 몇 가지 새로운 일을 도모하려 합니다. 우선, 르몽드의 또 다른 걸작인 <마니에르 드 부아>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출간하는 것(40면 참조)이며, 대학생 기자들을 정기적으로 뽑아, 젊은 지성들과 더불어 르디플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일이며, 그럼으로써 르디플로가 어느 날 문득 지식사회에 없어선 안 될 필독지로 우뚝 자리 잡게 하는 것입니다. 이 꿈이 너무 거창한가요? 독자님과 함께라면 결코 어렵지 않은 꿈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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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권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