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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인가?
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인가?
  • 성일권 | 발행인
  • 승인 2008.09.24 14:06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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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인가?

 

지난 명절 때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추수기를 앞둔 들녘은 황금빛 벼로 온통 장관이었습니다. 그러나 가을들녘에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 어디 벼뿐이겠습니까. 논두렁이나 길가에 심어 놓은 콩이며 수수... 등, 들녘을 바라보는 마음에 미소돌게 하는 것들은 참으로 많았습니다. 가을들녘 자체가 거대한 종합선물보따리였습니다. 이런 저런 곡물의 공존, 그 열매의 가치가 가을들녘의 매력이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사회도 여러 주체들이 모여서 이루는 공간이지요. 가정, 기업, 나라, 세계, 우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각기 다르지만 그 다름의 가치가 바로 함께 공존해야 할 이유일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다름의 가치"는 '경쟁'과 '보편성'이라는 이름 아래 강자의 논리와 가치관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더 큰 문제는 힘의 보편성에 지배되는 사회에서 바르고 정확한, 풀 한포기일지라도 존재하는 그 모습과 현상에 시각의 앵글을 들이댈 수 있는 '담론'의 장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른 모습이 있고 다른 시각이 있다는 것, 아울러 다른 방향의 길 또한 존재함을 제시하고 추구하는 담론은 다른 것과의 진정한 공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특히 가치의 충돌이 심화되는 요즘 한국의 전환기적 사회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추구해야 옳은가 하는 고민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한국은 어디에 있고 세계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의 것이고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에 대한 명철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우리 사회의 고민은 헛발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발간되는 프랑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우리 사회의 그러한 고민에 좋은 친구가 될 것을 기대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 최고신문인 르몽드지의 자매지로서 국제정치, 미디어, 사회문제 등 각종 이슈를 조망하는 고품격 지성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디플로마티크의 덕목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는 것처럼 "날카로운 분석, 따스한 시선, 균형잡힌 시각"입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세상의 표면(表面)뿐만 아니라 이면(裏面)의 내용을 더 충실히 담아내 전 세계 71개국에 240여 만부가 전파되는 글로벌 지성지로서의 진보적 매체입니다. 이처럼 국제화된 매체는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한국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처음 소개된 것은 2006년 9월이었으나 발행 1년여 만에 우여곡절 끝에 안타깝게도 중단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을 발간하는 심정은 각별합니다. 많은 준비와 새로운 각오로 시작하지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의 연착륙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선, 당장에 예전 한국판의 이미지를 불식해야 하고, 우리사회의 비(非)지성과 속물근성을 일깨워야 하고, 어렵고 골치 아프다는 프랑스 신문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 하고..... 더욱이 신문·출판시장이 갈수록 허물어지고 있는 암담한 현실을 이겨내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판의 발행에 희망을 가져봅니다.

 

 

신문 가판대에 수많은 일간지와 잡지들이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 내면의 지성과 통찰력과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는 매체는 보기 드문  한국 언론의 현실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의 의미와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감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와 호흡하는 참된 지성지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감히 확신합니다. 독자여러분들과 새롭게 만나는 저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지성인과 시민의 벗으로서 인간의 얼굴과 심장을 가진 매체로 지구촌곳곳의 이야기를 전달해드리겠습니다. 또한 중고생 자녀와 함께 보는 건강한 가족매체로써 대안과 희망의 독립 언론으로 거듭나 그야말로 명품신문의 새 모델로 자리 잡겠습니다.
 

 

존경하는 독자 여러분!  노암 촘스키가 강조한대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세계의 창(窓)'입니다. 창을 통해서 밖을 바라볼 수 있듯이 르몽드디플로마티크를 통해서 세계를 읽어보십시오. 읽히는 세계는 바다 건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손안에, 우리의 사유, 그 한가운데 와 있는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머리숙여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발행인 성일권 sungilkwon@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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