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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도·감청 ‘빅브러더법’ 하원 통과 '논란'
프랑스, 도·감청 ‘빅브러더법’ 하원 통과 '논란'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5.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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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명의 희생자를 낳으며 프랑스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 대테러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프랑스가 정보기관에 광범위한 도·감청 권한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가 테러를 예방한다는 구실로 감시 사회로 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는 <르몽드>를 인용, 프랑스 하원이 정보기관의 도·감청 권한을 대폭 강화한 법안을 표결에 부쳤다고 전했다. 인권단체들이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반발했지만, 마뉘엘 발스 총리는 지난달 이례적으로 직접 의회에 이 법안을 제출했다. 표결 결과 찬성 438표, 반대 86표, 기권 42명으로 법안은 통과됐다. 녹색당과 일부 좌파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사회당과 대중운동연합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법안은 이달 말 상원에서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프랑스는 샤를리 에브도 사건 이후 3일 만에 이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새 법안에 따르면 정보기관은 법원의 사전 허가 없이 테러와 관련된 사람의 휴대전화·이메일을 감청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통신사들에 자료 제출을 강제할 수도 있다.

정보기관들은 감시 대상의 가정과 차량 등에 감청 장치와 감시 카메라를 달 수 있으며, 문자메시지도 엿볼 수 있다. 프랑스 시민뿐 아니라 외국인도 도청 대상이 된다. 또 정보기관은 컴퓨터의 모든 작동을 실시간으로 엿볼 수 있는 ‘키로거’ 장치도 심을 수 있다.

법안은 정보기관에 메타데이터 수집 권한까지 줬다. 수집된 정보는 잠재적으로 의심스러운 행동을 가려내기 위한 자료로 사용된다. 정보는 익명으로 분석되지만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쉽게 사용자를 가려낼 수 있어 시민사회의 반발을 낳고 있다. 

또 일명 ‘블랙박스’라고 불리는 장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로 하여금 특정 용어 사용, 또는 특정 누리집 방문 등 온라인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의심스러운 행동 패턴을 잡아내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도록 강제하는 장치다.

BBC 등 외신들은 인권침해 요소를 담고 있는 이 법이 통과되자 “흔치 않은 일”이 발생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1991년에 마지막으로 법안이 통과됐다.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었다”며 새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법안의 목적은 테러로부터 프랑스 시민 보호”라며 “감시는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은 트위터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활용해 서구 무슬림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 대해 파리변호사협회의 피에르올리비에 쉬르 회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법안은 프랑스를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애국법’처럼 만들어지고 있다”며 “개개인 모두의 행동에 관여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인권단체 및 전문가들 또한 이를 ‘빅브러더법’이라고 비난하면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와 전자상거래 업체 등 온라인 관련 업체 800여곳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테러범죄 전문가인 마크 트레비딕 또한 “발스 총리의 약속은 ‘국가의 거짓말’에 불과하다”면서 “법안에 명시된 권한이 너무 광범위해 모든 프랑스 시민의 일거수 일투족이 정보기관에 노출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 테러범죄 재판 담당 법관 마르크 트레비디크 판사는 최근 방송에까지 나와 이번 법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정보기관의 대규모 감시 프로그램이 사법적 감시를 거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샤를리 에브도> 신임 편집장 제라드 비아드도 “기회주의적인 법안은 언제나 악법”이라며 <뉴욕 타임스>에 법안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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