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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투표로 유럽연합 모순 드러나…
그리스 국민투표로 유럽연합 모순 드러나…
  • 온라인뉴스팀
  • 승인 2015.07.0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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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국민투표를 계기로 유럽 통합의 모순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리스의 채무 위기부터 러시아 위협,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지중해를 넘어오는 난민 문제에 이르기 까지 4대 위기가 유럽 주변부를 넘어 대륙 전체를 집어 잠길 기세다. 세계 2차 대전 이후 시작된 유럽 통합의 노력이 수십 년 뒤로 후퇴할 위기에 놓였다.

5일 그리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 주도의 국제채권단의 개혁안을 압도적으로 반대했다. 그리스 정부는 이번 국민투표로 인해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교섭력이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관리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 달 30일 만기가 도래한 국제통화기금(IMF) 채무 15억 유로를 갚지 못해 결국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빠졌다. 선진국 경제 가운데 디폴트에 빠진 국가는 그리스가 처음이다.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는 유럽 각국이 그동안 추구한 가치인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한 연합(ever-closer union)'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싱크탱크인 유럽정책센터의 야니스 엠마누일디스와 파비앙 줄리그 애널리스트는 "장기적 관점에서 그렉시트는 전체 유럽의 통합 움직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그렉시트가 선례가 되면서 EU의 존재 이유 마저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가 유로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리스가 유로존 이웃국들로부터 두 차례의 구제금융으로 거의 2000억유로를 지원받았지만 국가부도에 해당하는 디폴트에 놓였다는 것은 EU에 막대한 타격이 된다.

그리스 국민투표의 공식 결과가 공개되기도 전부터 브뤼셀 소재 EU 본부는 온통 비난 일색에 분열 직전이다. 그리스와 독일은 서로를 헐뜯고 케인즈 경제학자들은 편협한 긴축 집착을 탓하고 EU 관리들은 구제안 성공을 강조하며 자랑뿐이다.

◇ 그렉시트에 브렉시트까지 EU 와해 위기

그리스 경제의 붕괴는 유럽의 또 다른 문제들을 악화시키고 가뜩이나 취약한 남부 발칸 반도의 안정까지 와해시킬 수 있다. 

먼저 러시아의 위협이 가중될 수 있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동부 지중해 연안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역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며 키프러스의 내분도 지속되고 있다.

이제 채무위기의 그리스가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러시아는 EU의 제재 연장을 거부할 것을 조건으로 요구하거나 한때 미국에서 사용했던 그리스의 해군시설에 접근을 허용하도록 요청할 지도 모른다. 

난민문제에 시달리는 그리스가 EU의 분열을 가속화할 수도 있다. 그리스는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도망친 대규모 난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리스가 현금이 동난 상황에서 난민들을 이웃한 EU 국가들로 보내겠다고 위협할 가능성도 크다.

그리스 국민투표를 계기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여론도 가속화할 수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를 오는 2017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캐머런 총리는 EU와 협상을 통해 영국의 의결권 확대, 예산 축소, 이민자 제한 등이 성사된다면 EU 잔류를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교적 성공적 협상을 이뤄낸다 할지라도 국민투표 실시는 스코틀랜드가 다시 독립을 추진할 중요한 빌미가 될 수 있다. 

유럽개혁센터의 렘 코르테웨그는 그렉시트, 브렉시트, 러시아 위협, 난민 문제 등 유럽의 4중고를 요한계시록의 백·적·흑·청색 말에 탄 4명 기사에 비유했다. 4명의 기사는 각각 질병, 전쟁, 기근, 죽음을 상징한다. 코르테웨크는 "EU 지도자들이 요한계시록의 4명 기사를 길들이기 힘들 것"이라며 "유럽이 답을 찾지 못하면 EU 내부의 혼돈, 불안정, 상호 비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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