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8일(현지시간) 주택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중국 증시 급락과 기업들의 실적 부진 여파로 하락했다. 특히 월마트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미국 경제의 2/3를 차지하는 소비 둔화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뉴욕 증시에서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지수는 전날보다 5.52포인트(0.26%) 하락한 2096.92를 기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3.84포인트(0.19%) 내린 1만7511.34로 마감했다.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32.35포인트(0.64%) 떨어진 5059.35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증시는 앞서 마감한 중국 증시의 폭락 소식에 하락세로 출발했다. 오전 한때 강보합까지 반등에 성공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낙폭이 더 커졌다.
앞서 마감한 중국 증시는 유동성 공급 조치에도 불구하고 증시 부양 정책이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다시 폭락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7일 만기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거래를 통해 시중에 1200억위안(22조716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6.15% 하락한 3748.16으로 거래를 마쳤다. 선전종합지수는 6.58% 내린 2174.42로 마감했다. 지난달 27일 8.5% 폭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빌 슐츠 맥퀸, 볼 앤 어소시에이츠 CIO(최고투자책임자)는 "중국에 시장의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거래 심리가 완전히 회복되고 있지 않다"며 "경제 여건과 실적이 안정화되기 전까지 주가는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가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은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분기 월마트의 조정 EPS(주당순이익)는 1.08달러로 시장의 예상치인 1.12달러를 밑돌았다.
◇ 미국 주택착공건수 약 8년 만에 최대치…"회복 계속 전망"
이날 발표된 주택착공건수는 약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용 회복과 임금 상승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순풍에 힘입어 주택시장도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미국의 지난달 주택착공건수가 전월 대비 0.2% 증가한 120만6000건(계절조정치·연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0.5% 증가)에는 다소 못 미치는 것이지만 2007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지속적인 고용 증가와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에 힘입어 주택시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의 수요 부족과 기존 주택가격의 상승 흐름도 주택착공건수를 늘리는데 한 몫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이르면 오는 9월 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하더라도 주택시장 반등의 기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에릭 그린 TD증권 미국 경제 리서치 부문장은 "충분한 수요가 있는데 주택착공건수가 추가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며 "이처럼 주택착공건수가 늘어나게 되면 경제 전반에 걸친 연쇄적 효과를 예상할 수 있는데 주택 관련 판매업, 고용, 소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미국의 주택허가건수는 7월 현재 전월 대비 16.3% 급감한 112만건(계절조정치·연율)을 나타냈다. 시장의 예상치인 8.0% 감소보다 부진했다.
◇ 中 경기 둔화 우려에 상품 가격 하락… 구리 6년만에 ‘최저’
중국 증시 급락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며 상품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상품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먼저 국제 구리 가격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구리 가격은 전날보다 파운드당 3.4센트(1.5%) 하락한 2.287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CMC 마켓의 콜린 시진스키 수석 전략분석가는 "증시 급락으로 중국 경제 전반의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에 구리를 비롯한 주요 상품 가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국제 금값도 약세를 나타냈다. 주택지표 호조로 달러가 강세를 보인데다 다른 상품 가격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 금 가격은 전날보다 온스당 1.5달러(0.1%) 하락한 1116.90달러를 기록했다.
미쓰비시의 조나단 버틀러 전략분석가는 "이날 발표된 지표는 아주 긍정적이어서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다"며 "이에 따라 금값은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 달러·파운드 ‘강세’ 유가 ‘혼조’
달러 가치는 주택지표 호조에 소폭 상승했다. 연준이 9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21% 상승한 97.02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유로 환율은 0.5% 하락한 1.1025달러를, 엔/달러 환율은 전날과 거의 같은 124.4엔을 각각 나타내고 있다.
앞서 발표된 고용과 소매, 산업생산 지표에 이어 주택지표까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경제가 3분기에는 반등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다. 연준이 9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영국 파운드화도 강세를 보였다. 9월 물가상승률이 예상을 뛰어 넘은데다 근원 물가상승률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달러/파운드 환율은 0.5% 상승한 1.5717달러까지 오르며 7주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의 원유 재고 감소 전망에 혼조세를 나타냈다.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은 하락한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75달러(1.8%) 상승한 42.62달러를 기록했다. 전날 WTI 가격은 42달러 선이 붕괴되며 6년 반 만에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WTI 가격이 상승한 것은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했을 것이란 전망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원유 재고가 60만배럴 줄어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어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아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선임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국제 유가의 최대 걸림돌"이라며 "하지만 중국이 경기 부양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어서 원유 수요 강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북해산 브랜트유는 세계 2위 원유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 런던 ICE선물 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0.07달러(0.1%) 하락한 48.81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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