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호 구매하기
해시태그를 부착한 #르디플로
해시태그를 부착한 #르디플로
  • 성일권
  • 승인 2016.02.29 16: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발행인으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르 디플로>를 찾아주고 정기구독자가 돼주었으면 하는 당연한 바람을 가진다. 하지만 효과적인 유효한 홍보수단이 별로 없는 현실이다. 대형 언론사처럼 대대적인 광고를 낼 매체들과 재정을 소유한 것도 아니고, 기업이나 시민단체, 정파들의 정기적인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어서 고민은 날로 깊어져 간다. 그래서 비용이 별로 안 드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르 디플로>의 가치를 열심히 홍보하지만, 아무래도 소통의 공간에서 상업적 목적을 달성하기란 적잖은 눈치가 보인다. 네티즌들이 갈수록 똑똑해져서 상업적 기미가 보일라 치면, 친구관계를 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SNS 포스팅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다. <르 디플로>페이지 계정의 개설 시점에 페이지활동을 시작한 <허핑턴포스트 코리아>와 위키트리의 경우, “좋아요” 친구가 각각 46만 명과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따라잡기 힘든 ‘지존들’인 셈이다.
<르 디플로>발행인으로서, 이러한 페북계의 지존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치는 않다. 솔직히, 동경보다는 시샘이 앞선다. 부끄럽지만 얼마 전, 페이스북 전문가를 초빙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좋아요” 숫자를 크게 늘리는 방법에 대한 비밀과외를 받았다. 전문가는 <르 디플로>페이지의 ‘노잼’을 힐난하고, ‘꿀잼’을 배가할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해주었다. 자극적인 사진들을 많이 쓰고, 짧고 재미있는 글을 많이 올리고, 그리고 한 가지 은밀한 비법을 귀띔해 주었다. “좋아요” 수가 많은 페이지를 몇 개 구입해 <르 디플로>의 페이지와 합치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좋아요” 수를 늘리기 위해, 이러한 페이지 상의 신종 M&A(인수합병)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모두 솔깃한 아이디어들이었지만, <르 디플로>에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어서 우리는 원래대로 ‘노잼’을 계속 고집하기로 했다. ‘꿀잼’을 기대하고, <르 디플로>에 “좋아요”를 누른 페친이 계시다면, 이 기회를 빌려 유감을 표한다. 다만,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단어들이 보다 정확한 의미를 가지도록, 그 옆에 해시태그#를 붙이기로 했다(항상 붙이는 것은 아니지만). 파트릭 보두엥이 쓴 ‘안전 내세운 테러 대책의 강압성’이라는 글을 포스팅 할 때 해시태그를 키워드 앞뒤에 붙였다.
‘#테러방지법 #테러 #르몽드디플로마티크’ (https://www.facebook.com/ilemondekorea/)
그러나 소셜 네트워크에서 해시태그#가 만들어낸 파란색 단어들의 거대한 숲에서 <르 디플로>가 선택한 각각의 단어가 본질을 잃지 않고 원래의 의미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해본다. 오프라인에서 종종 ‘탐욕’이 ‘보수’로 치환되고, ‘부패’가 ‘정의’로 오독되고 있는 것처럼, #표시로 우리의 우려감을 강조한 ‘#테러방지법’이 자칫 ‘그들’이 기획한 ‘#테러방지법’과의 차별성을 잃지 않을까 두렵다. 수많은 단어들이 #로 정체를 감춘 채 폭력, 음란, 도박, 성매매 등의 정보를 실어 나르는 것처럼, ‘그들’ 역시 #로 본질을 희석할 수 있으리라. 페이지나 트위터에 해시태그#를 붙인다고 해서, <르디플로>가 널리 알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르디플로>의 가치를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 아울러, <르 디플로>의 SNS가 섹슈얼한 동영상도 없고, 지루할 만큼의 긴 글을 담고 있는 ‘노잼’의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독자 여러분과의 친구 맺기가 계속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성일권
성일권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