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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그리고 껍데기뿐인 헌법
선거, 그리고 껍데기뿐인 헌법
  • 성일권
  • 승인 2016.03.3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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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선거를 앞둔 한국의 정치상황을 보면, 유감스럽게도 대한민국은 빠른 속도로 헌법 밖의 우경화 길을 달리고 있는 듯하다. 헌법 제1조 1항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제2항에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여 국민주권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거의 없다. 차라리,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있으나’로 읽어야 하지 않을까),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고 규정한 유신헌법 제1조 2항이 더 솔직하게 느껴진다. 왜냐고? 지역주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데, ‘대표자’라는 몇몇의 사람들이 국민 주권을 무시하고, 후보 공천에 무소불위의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던가? 집권당은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는 말로, 경제민주화 약속을 폐기한 정부의 무책임을 비판한 의원과 그를 따르는 동료 의원들을 “색깔이 다르다”며 애써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리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여기서 떨어져나간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권의 실세 중 실세로 활동했던 극우파 인사들을 각각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이들의 입을 통해 색깔과 진영을 들먹이며 개혁적인 의원들을 퇴출했다.유권자들과 철저히 괴리된 여당이나 야당들의 색깔 가르기에서 껍데기뿐인 민주공화국의 실체를 목도한다. 아무리 군사정권 때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제5공화국 헌법은 나름의 고유한 사상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헌법조문에 빼곡히 규정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 언론·출판·표현의 자유, 집회 및 시위의 권리와 자유 등 ‘자유’와 기본권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국가정보원과 경찰, 검찰 등 국가기관의 통신사찰이 일상화돼 있고, 시국집회나 노조의 집회시위가 거의 원천 봉쇄돼있다. 이를 어길 경우 강제 연행되기 일쑤다. 제1야당이나 제2야당은 더 이상 헌법수호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가진 자들만 행세하는 부르주아 공화국에서, 국민이라는 존재는 오직 선거 때 점령해야만 하는 표밭일 따름이다.
 
 
 최근 500원짜리 ‘손바닥 헌법책’이 떠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시민 400명의 이름으로 선포되고, 4월 9일 1만 명의 추진위원과 함께 출범식을 가지는 ‘우리헌법읽기 국민운동’이 내놓은 책이다. 손바닥 헌법책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와 평등, 정의와 인권, 인류 박애의 정신이 생활 속에서 보장되고, 살아 춤추도록 하기위해 언제, 어디서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읽을 수 있게, 이름처럼 손바닥 크기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헌법이 궁금하면 500원!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대한민국의 본질적 가치가 담겨있는 이 책을, 독자여러분에게 적극 추천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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