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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①PHMG]SK케미칼 ‘아임 낫 유어 파더’…판매 기록 없으니 책임 없다?
[가습기 살균제①PHMG]SK케미칼 ‘아임 낫 유어 파더’…판매 기록 없으니 책임 없다?
  • 최주연
  • 승인 2016.04.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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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케미칼이 생산한‘공업용항균제’ PHMG는 원료 도매업체 CDI를 거쳐 옥시에 판매가 됐고, 그러한 이유로 SK케미칼의 판매장부에는 '옥시'가 빠져있다. 사진은 1995년 12월2일 동아일보에 실린 SK(당시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광고.
 
 
 
 
중개상 CDI, SK케미칼서 PHMG 구입해 옥시에 판매

옥시‧한빛화학 거래처 아니야…가습기 살균제로 판매한 적 없어
 
2011년 제품 수거까지 10년…대규모 소비처·용도 몰랐을까

 
 

본래 가습기 살균제는 가습기에 물과 함께 첨가해 물탱크 속 세균과 그밖에 물때를 제거, 보다 ‘싱그러운’ 실내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다. 실내 공기를 적정 습도로 유지하는 가습기는 대개 호흡장애를 비롯한 질병이 있는 환자가 많은 병원, 외출이 어려운 임산부나 영유아가 있는 가정에서 작동시키는 경우가 많다. 즉 가습기 살균제는 외출을 삼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피해자의 호흡기관에 장시간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PHMG 성분의 유해성과 피해자들이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매일 언론보도가 수차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PHMG 성분이 든 가습기 살균제 옥시 레킷벤키저(이하 옥시)의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이하 옥시싹싹)’을 비롯한 롯데 와이즐렉, 홈플러스 PB상품, 이플러스 PB상품, 코스트코 PB상품 등으로 인한 피해는 이제 막 발생한 일이 아니다. 옥시가 PHMG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를 2001년 출시한 이래 2011년 수거까지 10년 동안 병원과 가정에서 사용됐으며 지금껏(4월4일 기준) 확인된 사망자 수만 239명, 피해신고자 수 1528명, ‘옥시싹싹’만 450만개 팔린 것으로 드러나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이 들끓고 비난이 거세지자 지난 18일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공식 사과하며 피해 보상 전담기구를 설치했고, 이어 21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사과했다. 26일 신현우 옥시 전 대표가 검찰에 출석,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서도 끝까지 유해성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둔갑의 정석', 유독물질 PHMG가 가습기 살균제로까지
 
2001년부터 PHMG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 검찰조사 결과,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는 아니지만 물때를 닦는 가습기 세정제에 대한 경고 문서를 옥시 측 선임연구원이 받았다는 등 정황을 추론할 수 있는 자료가 나오고 있으며, 옥시 선임연구원은 가습기 살균제 개발 중 유해 가능성을 인지해 상부에 보고했으나 흡입독성실험 등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PHMG는 러시아의 한 화학업체에서 개발된 특허물질로서 특허기한이 만료되면서 SK케미칼이 2000년에 국내로 들여와 SKIBIO라는 물질을 만들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2003년 SK케미칼은 호주에 이 물질을 판매하기 위해 독성내용이 작성된 자료를 호주정부에 제출했다. 이 제품에 포함된 PHMG 성분은 눈과 같은 점막을 자극하고 특히, ‘물에 녹은 상태에서 독성이 지속돼 흡입독성이 우려되니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통해 SK케미칼이 PHMG 흡입 시 인체 어느 곳에 유해한지까지를 10여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PHMG는 미생물에 의한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공업용항균제’이며, 용도는 플라스틱 수지, 페인트 도료 첨가제, 방오용 도료, 섬유용, 산업용 부직포 등에 쓰이는 화학물질이라고 MSDS에 명시돼있다”고 밝히며 가습기 살균제로 판매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본사는 PHMG를 생산하는 업체로서 특정 제품을 제조하지 않는다. 제조사가 MSDS에 명시된 내용을 숙지해 용도와 기준에 맞게 써야 하며, 따라서 제품에 문제가 있다면 제조회사에 물어야 할 문제다. SK케미칼은 알 수 없는 부분이다”라고 일축했다.

PHMG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옥시와 한빛화학과의 관계를 물으니, “두 업체는 SK케미칼의 거래처가 아니며, 판매 전산 기록에 남아있지도 않다”며 “중간에 무언가 매개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직접’ 판매한 적은 없다”고 일축했다.
 
‘공업용항균제’ PHMG는 어떻게 생산자도 모르는 사이에 인체용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일 수 있었을까? 이들 사이에는 ‘제 3의 기업’이 존재했다. 원료 도매업체 CDI의 존재가 들어나면서 어떻게 공업용 유독물질이 인체용으로 둔갑했는지가 비로소 설명된다.
 
 
유독물질 판매 시, 중개상 통하면 ‘오리발 완성’?
 
SK케미칼은 PHMG의 특허기간이 끝나고 2000년에 국내로 들여왔다. 그리고 원료 도매업체를 비롯한 판매처에 ‘공업용항균제’로서 PHMG를 판매한다. CDI는 SK케미칼이 거래한 업체 중 하나였고 PHMG 역시 거래했다.

한편 옥시는 OEM(주문자위탁생산)업체인 한빛화학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에 쓰일 원료를 구매, 제조하게 했는데 문제의 PHMG를 CDI에서 구입하게 한다. 그리고 한빛화학은 옥시가 지시하는 대로 구입‧제조했고 2001년 ‘옥시싹싹 NEW가습기당번’을 세상에 내놓는다.

SK케미칼의 PHMG는 제 3의 중간 매개상을 통해 옥시로 흘러들어갈 수 있었고 직접적인 거래가 아니었기 때문에 SK케미칼의 판매 장부에는 기록되지 않았다. 국내 PHMG는 SK케미칼이 생산하고 있지만, 직접 판매한 적 없다는 이유로 제조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SK케미칼의 PHMG 판매량과 가습기 살균제가 수거된 2012년 이후 PHMG 판매량 차이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2013년 7월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SK케미칼이 자신들의 제품이 원료시장에서 가습기살균제의 용도로 판매되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거짓말과 발뺌이 판치고 정부가 앞장서 살인기업을 대변하는 대한민국은 도대체 누구의 나라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초기에는 몰랐다고 할지라도 대규모 구입처가 한빛화학과 옥시 등 대규모 소비처이고 원료(PHMG)가 가습기 살균제로 제조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며 “호흡독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의를 옥시나 한빛화학 등에 정보를 제공하거나 경고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SK케미칼이 만든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2008년 1월28일 직후에, 사실은 SK글로벌이 호주에 이 제품을 팔기 위해 같은 내용의 MSDS를 제출한 2003년 3월11일 이후에는 알렸어야 했다는 것이다.

또한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1년 8월31일 정부의 역학조사발표와 그해 11월11일 정부의 동물실험결과 발표이후, SK케미칼이 (제공하지 않은 것이라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에 직접 원료를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분명히 했어야 한다”며 이는 “가습기 살균제 제품에 PHMG가 사용돼 이들 제품 여러 곳에 자신들의 원료제품이 사용돼 돈을 벌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 PHMG로 한창 문제가 불거지고 있던 2011년 당시, 생산자인 SK케미칼의 잠잠했던 행보가 의심스럽다는 것.

옥시는 작은 소매상이 아니다. 가습기 살균제의 주요한 물질인 PHMG를 거래하는데 중간에 도매상이 사이에 끼여 거래할 경우,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사용에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화학물질의 경우, 실수가 일어나면 그것은 대규모 인명피해로 번진다.
 
 
 
 
SK케미칼, 세계최초 가습기살균제 CMIT/MIT 물질개발…

“내 아기를 위하여, 가습기 메이트를”
 
 
▲ 1994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은 CMIT/MIT물질을 이용,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세계최초로 개발‧제조했고 두 물질로 인해 총 36명이 사망했다. 사진은 1994년 11월16일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SK(당시 유공)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개발 기사.
 
1994년 SK케미칼(당시 유공)은 CMIT/MIT물질을 이용,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세계최초로 개발‧제조했다. 당시 신문지면에 실린 광고에는 ‘내 아기를 위하여! 가습기엔 꼭 가습기메이트를 넣자구요’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CMIT/MIT물질 역시 2012년 9월 유독물질로 지정됐고 두 물질이 들어간 제품(가습기메이트, 이마트 가습기살균제, 함박웃음, 산도깨비)로 인해 총 36명이 숨졌다.

이 물질이 처음부터 유해물질로 지정된 것은 아니다. 2012년 2월 질병관리본부는 두 물질(CMIT/MIT)을 담고 있는 제품에서는 ‘폐 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해 PHMG와 또 다른 유독물질인 PGH성분이 들어간 제품만 수거대상이 됐다. CMIT/MIT 관련 피해자들은 간질성 폐질환, 심장질환, 내분비, 순환기 등 다양한 질환을 호소하고 있지만 3,4등급의 낮은 단계의 피해판정을 받았고 SK케미칼은 ‘물질안전보건자료’에 “흡연하지 마시오”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해 왔다.

하지만 지난 25일 장하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가습기메이트’에 대한 SK케미칼 문서에서 “이것(피톤치드)을 흡입할 경우 인체를 공격 중인 각종 병원균들이 사멸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삼림욕 효과를 일으킵니다”와 “라벤더향은 화장품의 원료 및 향수로도 쓰이며 두통(해소)이나 신경안정제로도 사용됩니다”라는 내용이 확인되면서 이미 연기 흡입을 전제로 한 물질이 아니었냐며 CMIT/MIT 물질에 대한 재조사가 실시돼야 한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생기고 있다.

한편, CMIT/MIT는 미국 환경보호국(EPA)를 비롯해 유럽연합 등에서 1998년에 이미 유해물질로 지정됐으며, 질병관리본부가 유독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때 환경부 내에선 유독물질로 지정됐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피해가족모임‧시민단체‧소비자 맞대응…불매운동‧집단소송 나설 것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연일 이슈화되면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37개 단체가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시가 제품의 독성을 알고서도 상품을 생산·유통했고, 판매 초기부터 사용자의 피해신고가 잇따랐는데도 무시했으며 피해를 확인한 연구결과를 은폐·조작하고 연구자를 매수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불매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은 유독물질인 PHMG를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옥시를 비롯한 업체들을 오는 5월 첫 집단소송을 낼 것이라고 27일 밝혔으며, 환경보건시민센터는 PHMG의 유해성을 알고서도 방관한 SK케미칼에 대한 대응방안을 구체화시키겠다고 밝혀 가습기 살균제 PHMG에 대한 적극적인 맞대응전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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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