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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의 새로운 얼굴들> 유대, 관용, 평등의 기치를 들자!
<극우의 새로운 얼굴들> 유대, 관용, 평등의 기치를 들자!
  • 마르틴 뷜라르
  • 승인 2016.05.13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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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평
지난 30년 동안 인종차별 반대시위를 하고 분노에 차서 탄원서를 돌리고 살기 번뜩이는 비방문을 쓰고 소리 높여 도덕성 회복을 외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극우세력은 꼼짝하지 않았다. 특히 유럽에서 그들의 기세는 등등했다. 헝가리, 그리스, 스위스의 극우세력은 격렬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좀 더 세련됐지만 항상 적극적으로 내부에서 적을 찾았다(희생자는 종종 유대인 그리고 대개는 무슬림이었다!).
지난 30년 동안 우리는 도덕적 자세를 견지하며 많은 사람들을 비난했다. 높이 쳐들었던 주먹을 내리고 그 손으로 외국인들에게 손가락질하는 노동자,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더러운 가난뱅이’, 언저리의 삶도시의 언저리, 문화의 언저리, 여가활동의 언저리으로 추락한 채 복수를 벼르는 ‘찌질한 백인’, 세계화라는 말만 들어도 벌벌 떠는 노인이 우리의 경멸 대상이었다. 그 와중에 희생양들도 생겨났다. 곧‘우리와 다르게 사는’ 롬족같은 소수민족 집시들과 ‘우리의 위대한 유대–그리스도 문명’을 위협하는 무슬림이 대표적이다. 사회통합에 실패한 지난 30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가능하다면 처방전도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서민들은 언제나 무조건 비난을 받았지만 사회지도층은 자신들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할 때만 목소리를 높였다가 집에 들어와서는 우파 정책이든 좌파 정책이든 소외를 가속화하는 정책을 찬양했다.
모두들 극우화를 경제위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안타깝지만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규제완화, 사회권social rights의 붕괴, 중산층 구매력 하락, 봉급자들의 극한 경쟁이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의 회합 등에서 결정된 신자유주의적정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운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U의 여러 정책은 심사숙고 끝에 나왔지만 경제성장의 정체, 불안정 확산, 빈익빈 부익부의 심화(전 세계 인구의 1%가 전 세계 부의 50%를 차지하고있다)현상을 낳았다. 제2차 세계 대전 이래 가장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부의 불평등은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극우파가 득세하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금기를 깨려는 노력을 거부한 정치인과 지식인의 사상적 파산으로 설명될 수 있다. 자본주의와 결별하자는 제안은 역사의 휴지통으로 던져졌고 유로존 탈퇴는 퇴행으로 치부 당했고 가진 자들의 위협에 맞서 여러 유럽국가들과 공동전선을 펴자는 제안은 철저하게 무시당했다.프랑스 우파정부에서 장관을 지냈고 현재 유럽집행위원인 미셸 바르니에는 전통적인 고유업무를 하는 소매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야 한다고 감히 언급했다는 이유로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정치 민주화는 어떠한가? 국민을 대표하는 의회에서는 (노동자와 각 민족을 대표하는 선출자가 포함된) 지방선거에 비유럽인 이민 자에 투표권을 부여하겠다는 공약이 선거가 끝나면 공염불이 되어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러니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에 대한 공개적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대안을 제시하면 무조건 비판을 받는다. 그 결과 민족개념을 바탕에 두고 이슬람에 대한 혐오감으로 표출되는 차별적 이상을 가진 극우 세력이 활개를 치게 됐다. 30년대처럼 극우세력을 ‘파시스트’라고 비난하며 도덕이라는 구실을 내세 거나 정치권이 일시적인 ‘공화주의’ 공동전선을 세우는 것으로 극우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이다.
사회적, 정치적 용기가 사회 흐름을 바꿀 수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서 지난 30년 동안의 자유주의 정책과 결별해야  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서 사회의 기초가 되는 유대, 관용, 평등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투표뿐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일에 용기를 가지고 직접 참여해서, 특히 회사운영에 참여해서 빼앗긴 권력을 되찾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기다리지 말고 투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사상적 변절은 정치적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마르틴 뷜라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부편집장으로 아시아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 경제학자이자 작가, 주요 저서로 『중국-인도, 용과 코끼리의 경주』(2008), 『서구에서의 병든 서구』(공저, 200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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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뷜라르
마르틴 뷜라르 info@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