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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으로 빈곤 퇴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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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충신|기획위원
  • 승인 2009.12.03 2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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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들리지 않는 진실-빈곤과 인권

<들리지 않는 진실-빈곤과 인권>
아이린 칸 지음·우진하 옮김/ 바오밥·1만5천원

세계적인 경제성장에도 전세계 30억 명 가까운 사람들이 여전히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최소한의 건강도 지키지 못하고, 주거는 불안정하다. 깨끗한 물도 마실 수 없고, 위생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끔찍한 굶주림에 시달려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것들조차 부족하다. 그들에게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교육 기회의 박탈, 안정적 직업의 박탈이 모든 희망을 앗아가버렸다. 안전을 박탈당한 사람들은 계속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다. 빈곤은 사람들을 박탈과 불안, 소외와 침묵의 악순환에 빠뜨리고 가둬놓았다.

가난한 자들의 삶은 살아남기 위한 매일의 투쟁이다. 빈곤에는 매 순간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질병과 굶주림만이 아니다. 강도와 흉기, 잔인한 경찰, 가정폭력과 무장충돌이라는 또 다른 모습의 공포가 도처에 널려 있다. 가난은 폭력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놀라울 정도로 끌어올리고, 정상적인 보호를 받을 가능성은 뚝 떨어뜨린다. 도심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은 쉽사리 범죄단체의 손아귀에 떨어진다. 특히 폭력에 노출된 여성의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불안과 공포는 빈곤을 더 깊게 만든다.

<들리지 않는 진실>은 빈곤을 지구상 최악의 인권 위기로 규정한다. 지은이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 아이린 칸은 “가난한 사람들은 자유와 정의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며 “인권 존중을 통해서만 빈곤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빈곤을 없애려면 인권을 중심에 둬야 한다”고 말한다.

슬럼, 산모, 국가의 인권유린

▲ 아프리카 흑인 여성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는 아이린 칸(왼쪽에서 세 번째). 바오밥 제공
슬럼은 누구나 그 참상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빈곤의 ‘정점’이다. 전세계에는 슬럼으로 분류될 수 있는 20만여 개의 공동체에 1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슬럼은 가공할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 보고서는 슬럼 인구가 2030년에는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슬럼은 급속한 경제성장, 자연재해, 전쟁과 인권유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실패한 경제와 도시정책을 보여주는 증거며, 불법과 불규칙의 상징이다.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명제에 대한 정부의 무기력함과 자포자기를 심각하게 보여준다. 국가는 너무나 오랫동안 슬럼과 주민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해왔다. 슬럼 주민들은 부자와 권력자들 앞에서 투명인간이다.

산모 사망률은 차별과 소외가 불안전과 무력감으로 이어져 빈곤을 만들어내고 영속시키는 인권유린의 악순환을 가장 잘 나타내는 실례다. 산모 사망의 99% 이상이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난다. 사망률이 가장 높은 상위 10개국 중 9개국은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국가들이다. 시에라리온에서는 출산하던 여성 6명 중 1명이 사망한다. 스웨덴의 경우 1만7400명 중 1명에게 벌어지는 일이다. 높은 산모 사망률은 불평등이라는 죽음의 교차점에서 의료 지원의 불균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자 여성과 가난한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불평등이다. 이런 비극 뒤에는 더 깊고 근원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 인권을 박탈당한 가난한 여성의 무력함이다.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국가의 국민이 여전히 절대빈곤 속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며 살고 있다. 처음부터 빈곤율이 높고 소득격차가 컸던 나라일수록 자원개발이 시작되면 상황이 더욱 악화될 확률이 높다. ‘천연자원의 저주’, ‘풍요의 역설’로 알려진 이런 이상 현상은 석유나 주요 광물 등 천연자원의 축복을 받은 개발도상국에서 자주 일어난다. 콩고 내전의 처참한 현장 한복판에는 바로 천연자원을 둘러싼 독재정권과 주변 국가, 다국적기업들의 ‘욕망’이 숨어 있다. 이익에 눈먼 그들은 인권유린과 그에 따른 끔찍한 결과들을 외면한다. 이것은 통제 불가능한 ‘시장’이며, 그 결과는 콩고 국민의 불행이다.

경제학자들은 풀 수 없는 난관

▲ 출처 : <들리지 않는 진실-빈곤과 인권>
빈곤 문제는 대부분 경제학자들이나 개발론자들에 의해 논의된다. 따라서 그들의 초점은 당연히 현재의 불리한 기회와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물질적 자산이나 조건에 맞춰져 있다. 경제성장은 빈곤을 종식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가난한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좀더 풍족해지면 음식과 주거환경, 교육과 건강 문제도 좀더 나아진다. 하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원조 확대와 공정무역, 외국의 투자 확대가 개개인의 처지까지 똑같이 바꿔놓지는 못한다. 실제로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경험한 국가에서 오히려 정상적 삶의 필요조건들이 평등하게 채워지지 않는 경우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성별이나 종족, 언어, 인종, 계급제도 안에서 소외된 계층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경제적 분석은 빈곤의 전체적 모습을 포착할 수 없다. 경제적 해법만으로는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회와 개인 속에 내재한 박탈과 불안, 차별과 무기력한 침묵을 바라봐야 한다. 모든 문제의 본질은 인권에 귀결된다. 세계적인 빈곤퇴치 정책은 이 중요한 문제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인권에 대한 총체적 접근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 그것이 너무 정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냉전시대에는 인권에 대한 미사여구가 서로의 이념을 공격하는 무기가 됐다. 인권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시민적·정치적 권리를, 소련과 동맹국들이 경제적·사회적 권리를 주장하는 데 아주 유용했다. 하지만 정치적·이념적·위선적 본질만 확연히 드러낸 채 자신들이 속한 진영이 강조했던 인권의 모습을 존중하는 데는 실패했다. 중국과 미국, 이 두 나라는 전세계 2대 경제대국이다. 인권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은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또 다른 장애물이다.

빈자에게 합법적인 ‘창’과 ‘방패’를

▲ 출처 : <들리지 않는 진실-빈곤과 인권>
가난한 사람에게 법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뿌리 깊은 부패와 압제, 편견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의 법적 권리를 이해하도록 정부와 비정부 단체들이 힘을 모와 도와야 한다. 정당한 법과 지식, 그리고 사회운동의 후원을 받는 권리 수호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 스스로 힘을 키워서 권리를 주장하게 하는 것이다. 법은 빈곤으로 일어나는 비극을 막아주는 중요한 ‘방패’인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창’이기도 하다. 합법적 권한 부여는 방패를 사용하고 창을 휘두르는 일과 같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택, 의료, 일자리,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단순히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의미를 넘어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이는 결코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인권의 한 부분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도 안 되고, 점진적이거나 순차적인 접근도 거부해야 한다. 그런 해결 방법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아이린 칸은 “빈곤 문제를 왜곡하는 문제들, 인권의 시행과 보호를 가로막고 있는 이런 문제점들은 인권의 네 가지 측면인 박탈·차별·불안·폭력을 한꺼번에 다룸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빈곤은 차별받고 소외당한 사람들이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늪이다. 인권 존중은 사람들을 감싸안고, 제 목소리를 내게 만들어주며, 권력자들에게 가난한 사람이 직면한 위협에서 그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구한다. 식량·의료·교육·주거 같은 기본적 권리와 그에 대한 보호는 그들을 둘러싼 불평등을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도구이자 힘이다. 인간 해방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몇몇 결정적인 순간들이 있었다. 각각의 투쟁은 고유한 역사와 동력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 세계인권선언문 제1조다. 전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잊혀진 빈곤’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글·이충신 기획위원 editor4@ilemon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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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삼촌 2009-12-28 23:24:34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스럽고 존엄하지만 평등하진 않다." 세계신자유주의선언문 1조로 채택되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