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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 다른 곳
이스탄불, 다른 곳
  • 아이한 게취긴
  • 승인 2016.09.30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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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소설
▲ <그것은 단지 형상일 뿐>, 2013 - 골나즈 아프라즈

터키 정부는 불경하거나 부도덕하다고 여기는 작품들에 대한 검열을 더욱 자주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 “불경하고 부도덕하다”는 평가는 정부개입 범위의 폭을 상당히 넓혀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출간은 전혀 위축되지 않고 있다. 많은 작가들은 자체 검열이라는 가장 은밀한 금지 조치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는 옷가게, 카페와 바의 테라스, 은행들이 늘어서 있는 넓은 보도를 따라 줄지어 있는 걸인들의 무리를 봤다. 엄마와 아빠, 아기 한 명. 여자 둘, 남자 하나, 아기 하나, 아이 둘. 아빠 한 명과 세 아이. 그들이 앞에 세워둔 누런 종이 상자 조각에는 “나는 시리아 사람입니다. 배가 고파요. 도와주세요”라고 쓰여 있었다.
 “어디를 가든, 저들이 있군.” 마흐무트가 말했다.
- “누구?” 그가 물었다.
- “저 사람들 말이야, 시리아 사람들.”
- “시리아 사람들?”
- “그래, 시리아 사람들. 전쟁을 피해 온 사람들. 저 사람들은 너무, 너무 여기저기에 있어. 터키를 다 점령해 버렸어. 저것 봐, 자기 여권까지 앞에 내놓은 사람도 있잖아.”
그는 마흐무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전쟁을 피해서 온 사람들, 그래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 거지들은 무슨 전쟁을 피하고 있는 거지? 그럼 나는, 난 어떤 전쟁을 피하고 있는 건가?
오후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들 앞에 공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마흐무트를 돌아보며 말했다. “난 피곤해서 저기 앉아서 좀 쉬었다 가야겠어.” 마흐무트는 멈춰서 자신의 짐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그러나 어깨 끈은 손에 그대로 쥐고 있었다. 그는 잠시 마흐무트를 살펴봤다. 그들은 서로를 빤히 쳐다봤다. 서로의 눈을 이렇게 오래도록 바라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원래 사람들의 눈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의 시선은 늘 바닥이나 허공을 향해 있었다. 마흐무트 역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왼쪽, 오른쪽으로 눈을 돌린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다. 이 두 쌍의 눈동자, 투명하게 반짝거리는 기묘한 두 개의 물체가 서로 마주보는 거울처럼 맞서게 될 시간이 올 터였다. 마흐무트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짐 꾸러미에 매달려가던 길을 갔다.
그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얼굴과 몸 전체는 태양을 향한 채 저녁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저녁이 돼 주황빛으로 둘러싸인 태양이 건물들 뒤편으로 사라지자 그는 일어나서 카디코이 방향, 바닷가를 향해 걸어갔다. 걷는 내내 그는 마흐무트를 생각했다. 마흐무트가 그의 친구가 됐던가? 그게 우정이었나? 그에게 작별인사라도 해야 했을까? 그는 왜 마흐무트가 그를 도왔는지 자문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이것은 그가 가장 하기 싫은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머릿속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애써 상상하는 일, 다시 말해 그들의 생각으로 몰래 들어가는 일 말이다. 혹시 그는 마흐무트나 사딕의 생각에 들어가 그 안에 자리 잡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난 마흐무트를 잊겠어. 그는 생각했다. 이미 잊기 시작했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려고, 새로운 일들을 경험해서 기억하려고, 새로운 이야기들을 얻어서 말해주려고 내가 길을 떠나온 게 아니지. 누군가 옆에 있으면 그는 생각에 잠기지 못했다. 다시 혼자가 된 그의 생각은 계속 이어졌다. 어쨌든, 그는 생각했다. 난 이제 곧 모든 걸 뒤로 하겠어. 나를 둘러싼 이 많은 사람들, 그들의 말과 속삭이는 소리, 그들의 흥분을 뒤로 하고 떠나겠어. 산으로 가야지. 한동안 그저 공기로 가득 찬 허공의 목소리와 허공을 울리며 부는 바람을 듣기만 할 거야. 땅이 갈라지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럴 수만 있다면 그 다음에는 잊는 것을 잊어버려야지.
그는 모다로 이어지는 바닷가에서, 다른 노숙하는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덤불 아래 잔디밭, 가로등 불빛이 미치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서 밤을 보냈다. 한밤 중 빗물이 찰랑거리는 소리에 그는 잠이 깼다. 하늘이 가까워져 있었고, 검고 흐린 구름들이 몰려와 있었다. 산책로의 노란 불빛 뒤로, 바다는 거세게 불어난 어둠 속에 빠져 있었다. 저 너머 먼 바다에는 몇몇 화물선이 멈춰선 채 흐릿한 불빛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비는 거세졌다. 그는 나무 밑으로 몸을 피해 서서 한동안 그 광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빗속으로 나가 몸을 맡겼다. 빗물은 미지근했다. 그는 입을 벌리고 빗물을 마시고, 깡충깡충 뛰며 빙빙 돌다가 물에 젖은 개가 물기를 털어내듯 몸을 흔들어 빗물을 털어냈다.
비가 그친 뒤 그는 축축해진 풀밭에 엎드려 누웠다. 그는 비에 젖은 흙과 풀의 냄새를 들이마셨다. 그는 자신의 몸으로 흙을 누르고 거기에 얼굴을 비볐다. 흙덩어리와 풀잎들이 그의 입에 가득 들어찼고, 축축해진 부식토가 얼굴을 뒤덮었다. 흙속으로 들어가 땅을 관통하라, 그는 중얼거렸다. 그는 누워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반쯤 발기된 자신의 성기 때문에 그는 놀라고 말았다. 길을 떠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팔다리를 겨우 들어 올린 순간 그는 사정했다. 그는 입안을 채우고 있던 흙을 뱉어내고 얼굴을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그는 생각했다.
‘이건 땀구멍에서 솟아나는 땀, 가끔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짭짤한 물 그리고 입에 스며드는 침 그 이상의 의미는 없어.’
하지만 그 축축함이 그를 불편하게 했다. 그는 반쯤 일어나 비에 젖은 바지를 벗고 ‘빗물’이 스며든 팬티를 벗었다. 그는 바지를 다시 걸쳤다. 팬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냥 버릴 수도 있었지만, 팬티 없이 돌아다녀야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팬티를 빨기 위해 그는 바위 쪽으로 향했다. 비 때문에 바위들은 미끄러워져 있었다.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적당한 장소를 찾을 때까지 그는 웅크린 자세로 앞으로 나아갔다. 
먼저 그는 팬티를 빨고, 흙으로 더러워진 얼굴을 씻었다. ‘덤불 위에 널어두면 아마 내일 아침에는 마르겠지’라고 그는 생각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던 그는 산책로에서 어스름한 빛 속에서 움직이는 아주 희미한 그림자를 봤다. 흙에서 나와 콘크리트 바닥을 기어가던 열 마리 가량의 민달팽이가 마치 그를 만나러오는 양 다가오고 있었다. 
몸을 덥히기 위해 그는 한동안 이리저리 걸었다. 멀리서 작은 언덕을 오르고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 몇몇을 보기도 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밤을 지내는 노숙자들이었다. 필시 몸을 말리기 위해 언덕으로 향하는 것일 터였다. 그는 벤치에 앉았다. 몸은 젖어있었다. 그는 몸을 동그랗게 구부리고 머리를 비에 젖은 외투 속에 파묻었다. 잠을 청했으나 치아들이 서로 부딪혔다. 그는 ‘병은 나지 말았으면 좋겠는데’라고 생각했다. 하늘 위에는 납빛 구름 장막이 물러나고 있었다. 구름 사이사이로 반짝이는 파란 밤하늘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추위에 너무 떨었던 나머지, 이 납빛 층이 걷히며 흐릿한 구름이 돼 흩어지자 그는 잠에 빠졌다.
다음날, 한 송이의 해바라기 꽃처럼 커다란 눈 같은 태양이 다시 하늘에 모습을 드러냈고, 지표면에 따뜻한 빛을 무심히 내뿜었다. 밝은 날이었고 날씨가 좋았다. 그는 큰 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그 후로 며칠 동안 열이 오르락내리락했고 간헐적인 오한을 느꼈다. 콧물도 흘렀다. 소매로 콧물을 닦으면 다시금 또 다른 콧물이 코에 맺혔다. 그는 계속 바닷가의 같은 장소에서 밤을 보냈다. 아침이면 추웠다. 그는 상자를 하나 구해 그 위에서 잠을 잤고, 아침마다 날이 밝기 조금 전에 일어나 해가 뜰 때까지 바닷가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몸을 덥혔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걷거나 뛰는 사람들, 개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그곳을 떠났다. 
첫째 날, 그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고픔은 마치 두통처럼 머릿속에 남아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배고픔이 진짜 뱃속이 아닌 머릿속에 있는 것 같아.’ 그는 군중 속을 떠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어디든 음식과 음료가 넘쳐났다. 먹는 것, 이것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고 사람들의 의욕을 부추기는 것인가? 식당, 카페, 뷔페에서는 음식들이 익고 구워지고 삶아졌다. 사람들은 테라스에 놓인 테이블에 앉아 끊임없이 먹었다. 사람들의 입은 벌려졌다가 다물어지고, 치아는 음식물을 씹어댔다. 그는 한 가게 앞에 놓인, 공용이라 쓰인 음수대에 멈춰서 플라스틱 컵에 물을 담아 단 두 모금에 물을 마셔버렸다. 구토가 날 것 같았다. 그는 바닷가를 향해 내려갔다. 그는 가끔 몇 걸음 움직인 것을 빼고는 몇 시간 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박했다가 다시 떠나가는 배들을 관찰했다.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면 다른 사람들이 배에 올라탔다. (…) 그는 일어나서 부두 방향으로 걸어갔다. 배에 올라 바다를 횡단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배를 탄다는 말인가? 그는 부두를 서성거리다가 회전식 개찰구 앞에 섰다. 사람들은 그의 옆을 빠르게 지나가며, 표를 내고 회전문을 통과해 건너편으로 갔다. 사람들이 통과할 때 두 가지 소리가 연이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표를 내면 나오는 전자음과, 사람들이 팔이나 하체로 회전문의 봉을 밀 때 나는 기계음이었다. 그는 어느 순간 그 소리에, 끊임없이 돌아가는 봉에, 회전문의 봉 사이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몸에 정신을 빼앗겨 있었다. 그가 서있던 곳에 사람들이 밀리며 속도가 느려졌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지나갈 거냐 말거냐며 소리쳤고, 또 다른 사람은 투덜댔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밀치고 지나갔다.
결국 직원이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당신이 지금 사람들을 막고 있어요.” 그가 직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바다를 건널 수 있죠?”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보게 되거나, 지금처럼 가슴을 맞대고 서게 되는 순간이면 그는 몸을 옆으로 살짝 돌리곤 했다. 그렇게 하면 그는 비스듬한 위치에 설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정면이 아닌 왼쪽이나 오른쪽에서 말을 할 수 있었다. 직원은 그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살펴봤다. “이리와요, 일단 거기에서 나와요.” 다른 직원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바다를 건널 수 있냐고 묻네.” 그 직원은 동료를 곁눈질하며 그에게 돌아서서 물었다.
- “아 그래? 당신 표 있어요?”
- “아니요.”
- “돈 있어요?”
- “아니요.”
- “그럼 딱 한 가지 방법뿐이네, 헤엄쳐서 건너요.”
그들은 웃기 시작했다. “훠이, 가요.” 그들은 그의 팔 한쪽을 잡고 바깥으로 밀어냈다. 직원들의 손에서 벗어난 그는 그곳을 나왔다. 그는 부두를 따라 바닷가를 걸었다. 철로 만들어진 낮은 난간에 기대어 그는 바로 자신 앞에 펼쳐진 밝은 녹색 빛의 바다를 감상했다. 기선 한 대가 부두에 다가와 재빠르게 배에 실린 것들을 내려놓고 다시 배를 채웠다. 까마귀 한 마리가 출입문 위로 솟아 나와 있는 쇠구슬 위에 앉아 사람들이 자기 밑으로 지나가자 “까악” 하고 울어댔다.
그는 물 위를 미끄러지는 배들과 사람들이 던져주는 시미트(Simit: 도넛 형태의 터키의 전통 빵-역주)를 받아먹기 위해 배를 뒤따르는 갈매기 떼를 바라봤다. 그는 가마우지와 물고기들을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날개도 없고 아가미도 없잖아.’ 그가 생각했다. 실제로 그가 헤엄을 쳐서 바다를 건널 시도를 해볼 수도 있을 터였다. 그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표류하다가 연안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어느 순간,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한 채 무턱대고 여기저기를 떠돌았다. 저녁이 됐다. 그는 자신이 밤을 보낸 장소로 되돌아왔다. 그는 벤치에 앉아서 저물어가는 해를 쳐다봤다. 바위 위에는 커플들과 두세 명씩 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공원에서는 몇몇 사람이 달리기를 하고 있었고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잠을 잤던 덤불 밑에 몸을 쭉 펴고 누워 외투를 머리 위로 잡아 당겼다. 군중들, 산책하는 사람들, 들려오는 목소리들을 무시하고 잠을 청하려 애를 썼다. 
다음날, 그가 잠에서 깼을 때, 해는 이미 높이 떠있었다. 아직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잠깐 부두 주위를 배회했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그는 겨우 벤치 위로 몸을 뉘었다. 땅은 그의 발밑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고 세상은 그의 앞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눈앞으로 지나가는 모든 것들은, 눈의 가장자리에 나타난 것이 아니었음에도 마치 모퉁이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생각했다. ‘난 지금 회색빛 세상을 보고 있어.’ 회색 덩어리들, 밝고, 진하고, 점들이 일렁이고, 깜빡거리고, 서로 겹쳐지면서 떨어진다.
그는 왜 자신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일어났다. 군중들 속을 헤매고 다녔다. 땅은 더욱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보도 가장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눈앞으로 다리들이 아주 빠르게 계속 지나갔다. ‘내가 잘못 선택할 수도 있겠지.’ 그는 생각했다. 잘못 선택할 수 있는 모든 방향들 중 한 방향에서 계속 꾸물거리고 있을 뿐이야. 그런데 올바른 방향이란 어디인가? 사실, 진정한 시도란 아마도 이동하지 않고, 절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그는 움직였고, 움직이고 싶지 않다고 느꼈을 때, 그는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분명 한참 전에 시작된 것이다. 아마도 처음으로 직립보행을 한 사람들로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됐으니 이제 와서 뒤로 돌아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두 다리를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고 고개를 앞으로 숙였다. 의식을 잃은 게 아니면 졸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그의 앞에 동전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잠에서 반쯤 깬 상태에서 먼저 그는 이 동전들이 빗물이나 새똥처럼 하늘에서 그에게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의 손이 그의 머리 위로 동전을 던졌으니 그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동전이 앞에 떨어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통통한 체격을 가진 30대의 여자를 봤다. 여자 앞에는 유모차가 있었다. 여자와 유모차 사이에는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남자아이 한 명이 여자에게 기대고 있었고 그보다 더 어려보이는 여자아이 하나가 여자의 치마를 잡고 있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여자가 말했다. “내 아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 잊지 마요.” 그리고는 지갑을 닫아 황급히 가방에 넣었다. 여자는 아이들을 앞세우고 꾸짖으며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자기 앞에 놓인 동전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제 나는 스스로를 거지로 생각해도 되겠군. 그게 좋은지 나쁜지 알지 못했지만, 그는 돈에 대해 단순한 거부감을 느꼈다. 사람들의 손에서 나오든 구름이나 바람에서 오든, 그에게 오는 모든 것이 하늘에서 준 것처럼 여기고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인가. 그 순간 그의 눈에 다른 거지 한 명이 들어왔다. 5~6미터 떨어진 곳에 앉은 그 거지는 눈과 눈썹을 이상하게 놀리며 그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다시 돌렸다. 
잠시 후, 그 거지가 그의 위쪽으로 자리를 잡고 섰다. 다리 하나가 없었다. 무릎 한참 위로 다리가 절단된 그는 양팔 밑에 받쳐놓은 두 개의 목발 덕분에 서 있었다. 그 거지는 말했다. “여기는 내 구역이야, 다른 데를 찾아보라고.” 그가 일어서지 않자, 그 거지는 성한 다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목발 끝으로 그를 여러 번 건드리며, 눈과 눈썹을 계속 움직였다. “이봐, 다른 데로 가라고, 내가 말했잖아, 당신 때문에 내가 밥벌이를 못한다고.”
그는 동전을 모아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천천히 일어났다. 남자는 그보다 키가 작았고 약해보였다. 잠시, 그는 팔 밑에 받쳐진 목발을 빼버릴까 생각했다.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남자는 목발 한 쪽을 자신의 얼굴 쪽으로 가져갔고 유일하게 남은 다리로 단단히 지탱하고 서있었다. 그는 남자의 이상한 자세를 잠시 바라보다가 자리를 떠났다. 남자를 넘어뜨리겠다는 생각이 만족스러웠던건지 아니면 이제 그에게 돈이 생겨서, 뭐라도 먹을 수 있게 돼서 좋았는지, 어쨌든 그의 기분은 나아졌다. 
그는 동전을 세어보고는 주머니에 다시 넣고 작은 식당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그의 손은 주머니 속에서 돈을 쥐고 있었다. 식당 입구에 그가 나타났을 때, 식당 종업원이 그가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그는 종업원에게, 사실 자신의 오른쪽에 대고 말했다. “돈 있어요.” 종업원이 대답했다. “가요, 가!” 그리고는 그를 문 쪽으로 밀어냈다. 순간, 식당 입구 쪽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이 나섰다.
- “뭐야, 들여 보내줘요. 저 사람 좀 봐요, 뼈만 남았잖아요.”
- “이 사람 냄새 나요, 하싼. 이러다가 습관이 돼서 아예 눌러 앉을 수도 있다고요, 할 일 없음 당신이 책임지던가요.”
- “젠장, 케코,(1) 당연히 냄새나겠죠. 꽃향기가 나지는 않을 거잖아요.”
그 손님과 일행이 비웃었다. 그 때, 조리대 뒤에서 있던 요리사가 말했다. “들여보내, 저 뒤쪽 화장실 옆으로 앉게 해.”
“가요.” 종업원이 말했다, 이번에는 그를 식당 안으로 밀면서였다. 종업원은 그에게 1인용 테이블을 가리키며 차갑게 물었다. “뭐 먹을 건데요?” 쳐다보지도 않고 그는 대답했다. “수프요.” 종업원은 어떤 수프인지도 묻지 않았다. 수프가 나왔다. 수프는 따뜻했고 김이 나고 있었다. 그는 단 한순간도 고개를 들지 않고 천천히 수프를 마셨다. 덕분에 몸이 따뜻해졌다. 수프와 함께 그는 아주 많은 양의 빵을 먹었다. 종업원의 싸늘한 눈총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 먹은 뒤에 그는 차와 물을 주문했다. 종업원은 투덜거리며 그에게 차와 물을 가져다주었다. 그는 천천히, 이번에도 고개를 들지 않고 차를 마셨다. 그는 빵 바구니에서 빵 두 조각을 집어 아무도 못 알아채길 바라며 주머니에 넣었다.
그 때, 입구 쪽에 앉아있던 두 남자가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로 향했다. 옷에 묻은 얼룩으로 보아 공장 노동자들임을 알 수 있었다. 두 남자 모두 입에 이쑤시개를 물고 있었다. 앞서 이야기를 했던 남자가 말했다. “저기 저 친구 계산서도 줘요.” 그는 고개를 들어 노동자들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들은 배불리 먹었고 이 세상과 자신의 환경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자기들끼리 농담을 하며 웃었다. 그는 그들이 자신을 위해 계산했다는 게 달갑지 않았다.  



글·아이한 게취긴 Ayhan Geçgin
작가1970년 태생. 최근에 프랑스에서 4편의 소설이 출간됐다. 이 글은 소설 <오랜 산책(La Longue Marche)>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해당 소설의 일부는 티무르 무히딘의 문학전집 <Istanbul Underground>(Galaade, Paris, 2017년 출간 예정)에도 실리게 된다. 

번역·김자연 jayoni.k@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1) 쿠르드어로 “나의 친구”를 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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