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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컨센서스
베이징 컨센서스
  • 세르주 알리미
  • 승인 2010.02.04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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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알리미 칼럼]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포고한 선언문을 답습하면서 후대에 그의 뒤를 이은 후진타오는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후에 이런 평가를 내놓았다. “오늘날 중국은 사회주의에 의해 여러 업적을 이뤄낸 덕택에 당당히 일어섰다.” 그야말로 눈부시게 다시 일어선 것이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유럽과 일본에 더 이상 능욕을 당하지도 분할을 당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일부 중국 사람들은 이제 윤택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사회주의이지만, 그건 별개의 문제다. 심지어 2008년에는 9.6%, 2009년에는 8.7%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국이 성장 엔진 일부가 고장나버린 미국을 대신했으며, 그렇게 해서 1929년 이래로 광풍에 휩싸여 큰 혼란을 겪은 자본주의 체제가 다시 기운을 회복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월스트리트에서 타격을 입은 세계화가 상하이에서 다시 일어선 것이다.

공산주의를 내걸었던 시절, ‘동풍이 서풍을 이길 것이다’라는 표현이 드러낸 것은 중국이 세계 제1위 수출국 반열에 오르고 체인점을 거느린 대형 소매업체들이 낙원으로 여길 만한 곳이 되는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현재 카르푸는 중국에 156개 매장을 가지고 있으며, 영국의 테스코는 72개 매장을 두고 있다. 미국의 거대기업 월마트 역시 중국인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가격을 대폭 낮추고 경쟁업체들을 압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갖가지 변화를 통해 격변하는 세계의 앞날을 점쳐야 하는 게 사실이지만, 기업가들이 이런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할 이유는 전혀 없다. 더군다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렇게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전히 중국은 성장을 추구하는 여러 서방 기업에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바로 그 신흥시장들이 세계를 불황에서 구해낸다는 사실을 저마다 인정하고 있다.”(1) 얼마 전, 미국 금속노조가 자국 정부에 중국을 덤핑 행위로 제재하라고 요구했지만, 이상하게도 흐지부지 구호로 끝난 것은 시사적이다.      

하지만 이른바 ‘중국식 모델’에 대해, 저임금을 성장 발판으로 삼아 수출의 토대를 마련한 사례로 축약하는 건 더 이상 불가능하다. 중국은 점점 더 국내 시장 쪽으로, 그리고 주변 국가들의 경제와 연계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성장을 추구하려 애쓰고 있다. 이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유럽연합(EU)에 견줄 만한 무역 지대가 의제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물론 중국은 인구가 그보다 훨씬 적은 일본을 뛰어넘어, 올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미국 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은 심지어 2026년이면 제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자국의 힘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도, 코펜하겐 정상회담에서도 빈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옹호하는 중국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 모델은 경제성장과 자유무역주의, 그리고 반은 정치색을 띠고 반은 산업에 의거하는 과두체제의 권력 안정을 꾀하려는 자들을 솔깃하게 현혹시킨다.(2) 서방세계의 경영자 사이에서는 그런 ‘베이징 컨센서스’를 옹호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안수연 nohere71@hanmail.net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적>(2008), <변화하는 세계의 아틀라스>(2008) 등이 있다.

<각주>
(1) 페이션스 위트크로프트(Patience Wheatcroft), ‘수출에서 멋진 일격을 가하며 대성공을 거둔 중국을 시샘하지 마라’, <월스트리트저널>, 뉴욕, 2010년 1월 12일자.   
(2) 2005년, 민영 부문의 경영자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중국 공산당 당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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