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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수석연구원 자살…기업 경쟁에 ‘등 터지는’ 개발자들
LG전자 수석연구원 자살…기업 경쟁에 ‘등 터지는’ 개발자들
  • 최주연 기자
  • 승인 2017.02.1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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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4일 오전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가산디지털센터 12층 화장실에서 LG전자 자동차 전장부품사업팀 수석연구원 김모씨가 목을 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사진은 이우종 LG전자 VC(차량부품)사업본부장이 지난달 26일 '2016 한국전자산업대전' 개막 기조연설에서 한국GM과의 협력사업 등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인수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었다.(사진제공=뉴스1)
 
회사 화장실서 사망한 채 발견…전날 밤샘 근무 확인돼
 
LG ‘미래먹거리’로 지목된 전장사업, 사업 확장‧경쟁 심화 촉발

 

대한민국은 경쟁으로 굴러가는 사회다. 대한민국에서 ‘시키는 자’는 ‘시킴을 받는 자’를 복종시키기 위해 굳이 애쓸 필요 없다. 시킴을 받는 자끼리 경쟁을 시켜, 이긴 순서대로 약간의 보상을 차별적으로 주면 모두가 수긍하기 때문이다. 힘 있는 자는 우아하게 세력과 힘을 불려나가며, ‘그’를 배불리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밤낮없이 일한다. 우리는 이 ‘당연한’ 경쟁을 사회와 학교에서 배우며 자라고, 결국 이기기 위한 싸움꾼으로 성장한다. 이 무한경쟁 속 개인은 내 몸이 훼손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일하다가 실제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LG전자 가산디지털센터에서 자사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LG의 ‘미래먹거리’ 사업으로 지목됐던 LG전자 자동차 전장부품사업팀 수석연구원의 죽음이기에 과중한 업무와 압박이 자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LG전자는 전장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미국 전장기업 인수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9시 6분 서울 금천구 가산동 LG전자 가산디지털센터 12층 화장실에서 40대 남성 김모씨가 목을 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발견 직후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사망했으며,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국과수는 부검 계획에 있다.
 
수석연구원이었던 김모씨는 전날에도 밤샘 근무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모씨가 맡은 팀의 개발 중이던 부품 모델이 많았기 때문에 사망 전 날 뿐 아니라 평소에도 업무 부담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망자의 근태기록을 확인해보니 업무가 과중하지 않았다. 업무 과중을 자살원인이라고 판단내리기 어렵다”며 “업무적으로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도 갈등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목을 매 자살했다는 것도 소문으로 돌고 있는 것 뿐 자살여부도 확실하지 않다”며 “경찰과 국과수의 판단이 공식적으로 나오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단정 짓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LG 미래먹거리 전장사업, 급속성장에 ‘방긋’
 
   
▲ 전장사업은 구본준 LG 부회장(사진)이 각별하게 애정을 쏟고 있는 사업 분야로 LG의 ‘미래먹거리’로 칭해지고 있었다.
LG전자는 지난 25일 4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삼성이 하만을 인수해 사업을 확대하고 LG도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면 장기적으로는 상당히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던 것이다.

전장사업은 구본준 LG 부회장이 각별하게 애정을 쏟고 있는 사업 분야로 LG의 ‘미래먹거리’로 칭해지고 있었다. 전장부품 수주잔고는 2016년에 2015년 대비 약 30% 성장했다고 밝힐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LG전자는 텔레매틱스, 네비게이션 등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매출을 일으켜왔다. 지난해 제너럴 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에 대한 11종의 핵심 부품 공급을 시작으로 전기차 부품 매출을 더욱 늘릴 계획까지 밝힐 정도로 사업 확장에 적극적이었다. 중국의 제일기차, 동풍기차, 광주기차 등에서도 전기차 부품 공급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무한경쟁 속 몸 던지는 대한민국 ‘직원들’
 
지난해에도 LG전자 휴대폰개발자 2명이 한주동안 목숨을 잃은 사건(관련기사 : LG전자 휴대폰개발자 2명 돌연사…바닥으로 떨어지는 노동자 생존권)이 있었다. 당시에도 LG전자 측은 근태기록 확인 결과 과로사를 증명할 증거가 없다며 개인적인 원인에 의한 사망으로 몰았다.

회사는 크고 있었지만 회사를 성장시키던 직원은 목숨을 잃었다. LG전자가 미래성장동력을 물색할 때, 직접 그 동력을 만드는 사람의 목숨은 휘발되어가고 있었을지 모른다. 경쟁을 통해 대기업에 입사하지만, 기업을 위해 개인은 또 다시 무한경쟁 속으로 몸을 내던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은 직원의 죽음을 최대한 개인의 탓으로 돌리며 책임에서 우선 벗어나려한다. 대한민국 '직원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일까. 경쟁은 누가 만드는가. 왜 우리는 내 몸이 상하고 있음을 감지하지도 못한 채 경쟁하는가. 우리는 경쟁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가.
 

투견장(鬪犬場)에서 이긴 투견은 투견장 밖을 나갈 수 없다. 또 다른 투견장에서의 싸움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며, 그 싸움결과에 미소짓는 것은 그들을 싸우게 한 주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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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기자
최주연 기자 dodu103@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