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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극우 vs. 한국 극우
프랑스 극우 vs. 한국 극우
  •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17.04.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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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ws1.kr

프랑스 극우와 한국 극우는 자칭 ‘애국주의자’라는 점을 빼면 전혀 닮은 점이 없다. 프랑스 극우세력은 국민전선(FN)의 마린 르 펜이 이끌고 있지만, 한국의 극우세력은 정치적 실체가 불분명하다. 다음 달 7일 프랑스 대선 결선 투표를 앞두고, 극우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좌우 연대 전선이 구축됐다. 거대여당인 사회당과 거대야당인 공화당이 르 펜의 집권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서 정파를 초월해, 역시 결선에 오른 에마뉘엘 마크롱 지지에 나섰다. 주목할 만한 점은, 거대 우파야당인 공화당이 극우 퇴출을 위해 자신들의 정적이라 할 사회당 내각 출신의 마크롱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는 사실이다.

반(反)유럽연합(EU)과 반 세계화, 반 시장주의를 지향하는 르 펜은 EU 역내 노동력의 자유이동이 프랑스의 저임금과 고실업을 야기했다고 지적하며, EU 재협상과 탈퇴를 주장했다. 르 펜은 특히 은행가 출신의 마크롱이 수천 명의 삶을 망친 친(親)시장주의자라고 비판하며, 노동자 계급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EU역내의 노동력 규제를 빼면, 르 펜의 주장은 1차 투표에서 19.58%의 높은 지지율을 얻어 4위를 차지한 급진좌파 ‘프랑스 앵수미즈(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후보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유독 르 펜에 대한 거부권이 좌우 진영모두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진 것은, 이민자들에 대한 그의 차별적 규제계획 탓이다. 이는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공화국 정신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의 극우는 어떠한가? 한국의 극우세력은 군복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 유엔기와 이스라엘기까지 휘날리며 시위를 벌이지만, 구체적인 정치적 실체가 없고, 이렇다 할 정책방향이 없다. 그렇다면, 이들 세력의 지지를 받거나, 또는 이들을 대표한다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어떠했는가? 한국적 정서와 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국식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반대하는 어떠한 정책을 내놓은 적이 없고, 재벌이 주로 지배하는 시장질서에 저항한 적도 없었으며, 비정규직의 저임금과 고실업에 대한 고민도 전혀 없었다. 미국, 유럽,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반대나 협정 철회를 주장한 적도 없었고, 농민과 중소기업들의 권익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움직임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기껏해야 유신시절 흑백TV에서 줄곧 음산하게 들었던 국영 방송국 아나운서의 ‘영혼 없는’ 목소리를 흉내내어,  ‘좌파척결’이나 ‘종북척결’을 외쳐대다가 대선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스스로 극우 정당이길 원치 않는다면, 더 이상 태극기와 군복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될 일이다. 물론 좌파나 종북 같은 ‘기이한’ 언어들의 순화작업도 필요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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