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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프롬나드]능소화 지는 밤의 개 비린내
[안치용의 프롬나드]능소화 지는 밤의 개 비린내
  •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17.07.1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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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꽃이 담장 밖으로 떨어진 날, 덩달아 굵은 빗방울 연달아 떨어지더니 밤새 비를 퍼부었다. 핀 꽃, 진 꽃 모두 젖을 만큼 젖었고, 굳이 빗속의 산책을 고집한 후유증으로 나의 개는 희미하게 개 비린내를 풍겼다. 어디선가 꽃 진 내음이 풍겼다.

 

능소화 피는 밤에 잠을 못 이루었더니, 지는 밤에도 잠 못 이루고 하염없이 개털을 쓰다듬는다. 사랑 때문에 개화하는 식물은 없다. 능소화같이 특별히 전설을 가진 식물에게 꽃은 혐오의 형식이다. 사랑마저 혐오의 형식이 되는 날에 식물은 번민 없이 낙화한다. 비가 이유 없이 내려도 된다.

 

능소화 지는 밤엔, 밤새 열어놓은 창밖에서 비 듣고 꽃내음 듣고, 잔 듯 만 듯 흥건하게 젖어 눈을 뜨면 땀 냄새인지 물비린내 인지 코끝이 시큰하다. 모기도 없는 밤, 애써 있지도 않은 것 잡겠다고 설칠 수 없어 박차고 일어나지 못한다. 꽃이 지면, 비 맞아 꽃들이 떨어지면 이팔청춘도 아닌 걸, 어둠 속에서 졸린 개에게 말을 걸며 잠을 깨운다. 참지 못하고 개가 나가버리고, 하늘이 무너져라 창밖엔 장대비가 그칠 줄을 모른다.   

 

 

글ㆍ안치용 지속가능성과 CSR에 관심이 많다. 한국CSR연구소장이며,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과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을 대학생/청소년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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