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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프롬나드]장마철의 길고양이가 별을 따는 밤
[안치용의 프롬나드]장마철의 길고양이가 별을 따는 밤
  •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17.07.28 0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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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처럼 마시는 반주로 오후가 힘든 날이 있다. 요즘처럼 온도가 30도를 넘어가면 더 멍해진다. “밤하늘의 별을 따서 너에게 줄래” 유행가 가사는 늘 극강의 현실이다.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상황에서 누군가의 염정을 전해 들었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고개를 숙이고 풀은 몸을 눕힌다. “그 또한 사랑이겠지요.”

 

술 깨는 시간에 맞춰 장마전선이 북상한다. 마침 우산은 없고, 산성비가 아니어도 이미 대충 비 맞아도 좋을 나이는 지났다. 모든 사랑엔 나이든 뭐든 제한이 없지만, 모든 이별엔 제약이 따른다. 사랑할 나이는 따로 없지만 이별할 나이는 따로 있다. 대충 비 맞아도 좋은 나이가 아니면 이별할 나이는 아닌 게다.

 

밖에 비 오는 줄도 모르고 스콜은 하염없이 나를 바라본다. 말을 해봐도 알아듣지를 못한다. 네 산책시간엔 제약이 없지만 장맛비 내릴 때는 아니라고 말해도 귓등으로 흘려듣는 듯 여전히 나를 바라본다. 어쩌면 듣기라도 하니 사람보다 나은지 모르겠다. 살다 보면 사람 모양을 한 생명체가 한국말로 소통하는데도 전혀 알아먹지를 못할 때가 있다. 어쩌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면 그게 나일 때가 있다. 평균으로 치면 스콜은 나보다 나은 포유류이다.

 

귀가하며 나의 차돌아저씨를 목격하였다. 공원 내 정자의 평상 위에 떡 하고 자리를 잡았다. 빗방울이 제법 운치 있게 듣고 바람이 불지 않으니, 참으로 부러운 잠자리이다. 스콜은 공원의 대표적 노숙인인 차돌아저씨와 함께 사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이리 빗소리를 들으나 저리 비 소식을 들으나 장마철 한 철은 흘러간다. 따서 줄 별들이 보이지 않는, 따서 건네줄 네가 부재한 장마철의 이런 밤엔, 길고양이 사랑하는 소리가 빗줄기 너머로 애틋하여 빗소리가 아니어도 수이 잠들기는 힘들겠다.

 

글ㆍ안치용 지속가능성과 CSR에 관심이 많다. 한국CSR연구소장이며,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과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을 대학생/청소년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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