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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에 ‘혁명’을 붙인 이유
촛불시위에 ‘혁명’을 붙인 이유
  • 성일권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 승인 2017.08.31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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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시민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문재인 정권의 지지율이 출범 4개월째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뭐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뭐라 한다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 내지 ‘종범’으로서 이미 역사의 수레바퀴 아래로 사라져야 할 ‘어둠의 세력’들이 더러 문 정권에 갖가지 시비를 걸어보지만 국민정서에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청문회 과정에서 고위직 후보자들에게서 투기혐의, 음주운전, 논문표절, 불성실한 납세, 여성 편견 등의 혐의들이 불거져 나왔으나, 국민들은 대체로 문 정권에 대한 비판보다는 안타까운 심정을 나타냈다. 그만큼 옛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크고, 새 정권에 대한 기대감이 큰 탓이리라. 문 정권이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인사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설득이 불가하면 해당 인사를 ‘하차’시키고, 다시 임명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제 새 정부의 진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어느 정도 다 꾸려졌다. 촛불시민혁명의 시대정신은 과거 정권의 야만성과 대조되는, 좀 더 민주적인 문재인 정권의 탄생만으로 그쳐선 안 된다. 기존의 야만적 지배질서가 자행한 몰(沒) 이성적 폭력과 불합리를 떨쳐내고, 그 자리에 합리성과 이성에 기반을 둔 공동체적 사회질서를 구축하는 게 촛불시민혁명의 대의일 것이다.  

칼바람의 추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저항의 촛불을 치켜세웠고, 우리가 그 시위에 기꺼이 ‘혁명’이라는 거룩한 단어를 헌사(獻詞)한 것은 그만큼 시민들에게서 혁명적 사고와 행동을 목도하고, 또 공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광화문 시위현장의 함성을 기억한다. 노동권을 위해 투쟁하다가 감옥에 갇힌 노동자들, 사상표현의 자유를 압수당한 진보정치인들, 언론출판의 자유를 말살당한 언론인들, 대학의 민주화를 주장하다가 해직당한 교수들, 졸지에 ‘법외’라는 불법노조로 낙인찍힌 전교조 교사들을 자유롭게 하라는 요구를 말이다.

8.15특사니 뭐니 하여, 때가 되면 사기죄와 폭력, 뇌물죄 같은 파렴치범들도 풀려나는 마당에 자신의 정당한 신념과 양심에 따라 실천적인 삶을 살아온 이들을 계속 가둬두는 처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무엇이 두려워 양심수들을 계속 가두고 있는가? 이대로 지지율 80%에 만족하고 말 것인가? 문정권이 경제 살리기를 내세워 재벌들과 ‘와이셔츠 유니폼’을 입고 맥주파티로 화사한 분위기를 잡는 동안에도, 이 땅의 양심수들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촛불혁명의 시대적 대의인 부패·적폐 청산을 단행할 절호의 기회는 바로 지금이다. 지지율 80%의 이 좋은 시기를 허투루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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