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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의 프롬나드] 추석의 혼술, 달구경, 동행
[안치용의 프롬나드] 추석의 혼술, 달구경, 동행
  •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17.10.04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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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와 같으라고 하는 추석이 사람 명절이라 하여도 사람과 한 공간에 기거하는 개가 주변을 얼쩡거리면 뭐라도 한 모타리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뒤끝이 좋지 않은 걸 알 리 없는 개들은 풍겨오는 인간의 음식 냄새에 강렬한 욕구를 표명한다. 그러니 개들도 추석 후유증을 앓는다는 뉴스가 나오지.

 

미국의 어느 유명 개그맨인가가 자기 애완견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어서 때려가며 토하게 해서 살려놓았다는 토크쇼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마 초콜릿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말은 개가 위해를 입지 않았으니 크게 보아 해피엔딩이지만 결코 달콤하지는 않았다. “개가 자기를 싫어하게 되었다”는 것.

 

비극적 결말을 예방하기 위해 스콜과 걸리버에게 음식을 주는 대신 달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bark at the moon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물론 개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편의적 결정이긴 하다. 달이 뜰 법한 시간에 공원으로 향했다. 하늘이 흐려서 제대로 된 달구경은 글렀다. 개들이 좋아하는 공처럼 둥근 보름달 대신 발견한 건 벤치에 버려진 위생천. 먹고 버려진 위생천이 이날이 과식하는 날임을 알려준다. 다행히 개들은 위생천의 의미를 모른다. 알면? 음,

 

평소에 눈에 띄지 않기에 위생천이 생소한 발견물이었다면 익숙한 물질 또한 공원에 공존했는데, 그것은 그 남자가 오늘도 마시는 소주였다. 말쑥한 머리에 노란 운동화를 신고 오늘은 정자 맞은편에서 늘 그렇듯 혼자 소주를 마시는 참이었다. 개들은 추석이라고 과식하지 않았고, 나는 추석이라고 거르지 않고 개들을 산책시켰으며, 그는 소주를 마셨다. 멀찍이서, 그렇게 또 한 번 추석의 밤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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