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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러빙 빈센트>― 미치광이 천재 화가 반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진실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러빙 빈센트>― 미치광이 천재 화가 반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과 진실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7.10.30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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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빙 빈센트> 11월 9일 개봉.

 

1.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 <러빙 빈센트>
 
오는 11월 9일 개봉하는 <러빙 빈센트(Loving Vincent)>(2017, 영국·폴란드)는 세계 최초 유화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완성까지 총 10년이 걸린 영화이다. 귀를 자른 미치광이 천재 화가로 알려진 고흐에 대한 전기영화를 미스터리한 죽음에 대한 추리물영화로 풀어낸 것도 신선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2. 이상과 현실의 간극
― 미치광이 악마에서 천재 예술가로
 
빈센트 반 고흐가 죽은 지 1년 후 빈센트의 친구인 우체국장 조셉 룰랭(크리스 오다우드)의 부탁으로 대장장이 아들 아르망 룰랭(더글러스 부스)은 빈센트 반 고흐(로버트 굴라직)의 편지를 동생 테오에게 전해주기 위해 길을 떠난다. 아르망은 페르 탕기(존 세션스), 아들린 라부(엘리너 톰린슨), 마르그리트 가셰(시얼샤 로넌), 뱃사공(에이단 터너), 폴 가셰 박사(제롬 플린) 등을 만나 빈센트의 삶과 죽음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된다. 
 
아르망 룰랭이 만나는 인물마다 빈센트를 다르게 평가함으로써 빈센트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그려내고 있다. 파리의 마을 사람들에게는 친구 고갱이 떠난 후 귀를 자른 “미친 놈”이고, 미술재료상 페르 탕기에게는 형제에 대한 남다른 정이 있는 인물이고, 라부 여관집의 딸 아들린에게는 “예술가”이자 “착하고 조용한 분”이고, 가셰 박사의 딸인 마르그리트에게는 “훌륭한 예술가”이고, 오베르 마을의 동네 청년들에게는 “바보”이고, 정신병원 주치의인 폴 가셰 박사에게는 “천재”이다. 
 
주인공인 빈센트 반 고흐는 광기와 사랑의 양면성을 가진 성격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적대자인 파리 마을 사람들과 오베르 동네 청년들은 집단의 횡포를 보여준다. 아르망 룰랭은 빈센트에 대한 무지-오해-인지의 단계로 변화하면서 극적인 아이러니를 보여주게 되고, 점차적으로 적대자에서 조력자로 변모한다. 빈센트는 전반부에는 ‘미치광이 악마’로 그려지지만 후반부에는 ‘감사하고 사랑하는 천재’로 그려져, 부정적 이미지에서 긍정적 이미지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빈센트의 갈등은 내적 갈등, 사적 갈등, 공적 갈등이라는 세 가지 차원으로 전개된다. 먼저 내적 갈등은 예술과 생계 사이의 갈등, 절망과 희망 사이의 갈등이다. 다음으로 사적 갈등은 죽은 형에 대한 엄마의 집착으로 인한 콤플렉스, 동생 테오의 경제적인 지원으로 인한 부담감, 친구 화가 고갱과의 깨진 우정, 마르그리트에 대한 호감과 가셰 박사의 반대 등 형제애, 우정, 사랑 등으로 인한 부담감과 고통이다. 공적 갈등은 파리 마을 사람들에 의한 추방과 거부로 인한 생계의 어려움, 오베르 동네 청년들에 의한 멸시로 나타난다. 이러한 내적 갈등, 사적 갈등, 공적 갈등으로 인해 예술과 생계라는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커짐으로써 빈센트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보여준다. 
 
 
 
3. 전기/추리물 영화의 장르 혼합
― 두 개의 심장, 하나의 마음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전기영화를 빈센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푸는 추리물영화 형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빈센트의 사망일인 1890년 7월 29일까지의 과거를 1년 후 1891년 현재 아르망 룰랭이 그 미스터리를 푸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때 항상 현재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과거에서 대답을 하면서 7단계의 과정을 통해 점차적으로 보여준다. 
 
첫째, 빈센트는 왜 자살했는가? 파리의 마을 사람들은 미치광이 빈센트의 광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빈센트는 친구 고갱이 떠나자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선물로 준다. 마을에서는 정신병자라고 청원서를 내어 추방한다. 빈센트는 귀를 자른 후 일거리가 없어지고 괴롭힘을 당해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완치 후 자살한다.
 
둘째, 빈센트가 정신병이 완치되었는데 왜 자살했는지에 대해 빈센트의 친구인 조셉 룰랭이 의문을 제기한다. 미술재료상 페르 탕기는 가족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두 개의 심장, 하나의 마음”이라고 말할 만큼 강한 형제애를 보여 빈센트의 죽음 6개월 후에 동생 테오도 죽는다. 빈센트는 어린 시절부터 죽은 형에 대한 어머니의 집착으로 인한 부담감에 시달려 완벽한 형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어 했다. 그는 미술상, 선교사 등 모든 일에 실패했지만, 동생 테오의 격려로 28살 뒤늦게 그림을 시작하였다. 탕기는 정신병원 치료비로 가셰 박사가 그림을 가져갔으며, 가셰 박사가 테오 부인의 주소를 알고 있다고 말한다. 
 
셋째, 빈센트가 마지막 날에 죽음보다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고 8년 만에 화가로 성공했는데 왜 자살했는지에 대해 페르 탕기가 문제를 제기한다. 루이스와 라부는 빈센트가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여주는 악마이자 미치광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자살 시도로 총상을 입은 빈센트를 치료하러 온 가셰 박사가 “화난 늑대” 같았다고 라부가 말한다.
 
넷째, 전직 군의관인 가셰 박사가 왜 빈센트의 총알을 빼달라는 애원을 거부함으로써 빈센트를 죽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여관주인 라부가 의문을 제기한다. 빈센트와 마르그리트 가셰의 사랑에 대해 아버지 가셰 박사의 반대 때문이라고 라부의 딸 아들린 라부는 추측한다. 빈센트는 착하고 조용한 예술가로서 밤낮 그림만 그리는 평범한 사람이며, 여자들이 많이 따랐으나 수줍어했다. 
 
다섯째, 마르그리트가 빈센트의 죽음 이후 매일 빈센트의 무덤에 꽃을 바친다는 점에서 빈센트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하고 아들린 라부가 추측한다. 마르그리트는 매일 꽃을 바치는 것은 “훌륭한 예술가”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빈센트와 의사 아버지와는 친구 사이였고, 아버지 가셰 박사가 화가가 꿈이어서 화가를 좋아하였고 모방하려고 노력했다. 가셰 박사는 빈센트는 “천재”이기 때문에 딸에게 빈센트의 걸작을 방해하지 말라며 만남을 반대한 것이었다. 
 
여섯째, 자살 시도를 할 때 머리, 입, 심장을 보통 겨누는데 빈센트가 낮은 각도인 복부에 총을 맞았다는 점에서 부검의 마제리 박사는 타살의 의혹을 제기한다. 빈센트가 들판에서 자살했다고 했으나, 뱃사공과 라부 등은 외양간에서 총소리가 들렸으며 군의관인 가셰 박사와 동네 청년 르네가 총을 갖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의혹을 가중시킨다. 특히 르네가 라부에게서 총을 샀고 르네를 비롯한 동네 청년들이 점잖은 빈센트를 “바보”라고 놀리고 주먹질을 했다는 점에서 용의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가셰 박사는 르네는 얼간이지만 살인자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일곱째, 죽기 전날 동생과 돈 문제 다툼이 있었다는 점에서 동생이 살인에 관여하지 않았을까하는 추측이 제기된다. 동네 청년들에게 총을 맞은 것이나 외로움에 자살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가셰 박사는 말한다. 동생 테오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데 큰돈을 쓰며 수년 간 후원했는데 아무도 그림을 사가지 않아서 빈센트는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상심이 컸다. 결국 테오가 매독 3기에 걸려 더 이상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가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 빈센트는 죽음을 택한다. 빈센트는 총상을 입은 후 총알을 빼지 말아달라는 가셰 박사에게 부탁을 듣고 가셰 박사와 빈센트는 함께 눈물을 흘린다. 죽기 직전에 동생 테오가 와서 형 빈센트의 임종을 슬퍼하며 지켜보았고, 빈센트는 모든 걸 사랑하고 감사하며 죽었다.
 
<러빙 빈센트>는 빈센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전기영화를 죽음의 미스터리를 푸는 추리물영화의 구성 형식으로 표현하여 관객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추리물영화는 수사관, 희생자, 살인자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희생자는 빈센트 반 고흐이고, 수사관은 아버지의 부탁으로 편지를 전달하게 됨으로써 죽음의 미스터리를 추적하게 되는 아르망 룰랭이다. 자살의 동기 혹은 살인자는 정신병(자살), 가족 콤플렉스(자살), 가셰 박사(살인), 마르그리트(자살), 동생 테오(살인), 르네를 포함한 동네 청년들(살인), 테오를 비롯한 가족들에 대한 사랑(자살) 등으로 계속 변화한다. 
 
1891년 현재 아르망 룰랭이 빈센트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서 죽음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그 인물들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그 의문에 대답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빈센트의 삶과 죽음의 진실에 다가가는 형식으로 짜여 있다. 이 과정에서 아르망은 처음에는 빈센트를 자살한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며 혐오했지만, 마지막에는 예술을 사랑하고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자살한 불운한 천재인 빈센트에 대해 감동하고 슬퍼하게 된다.
 
 
4. 수미상관식 구성과 허구/비허구의 결합
― 별을 보면 언제나 꿈꾸게 돼
 
<러빙 빈센트>는 맥거핀, 수미상관식 구성, 허구/비허구의 결합을 통해 작품의 내러티브와 스타일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빈센트의 편지는 빈센트의 삶과 죽음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맥거핀으로 작용하여 관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 영화는 1891년 빈센트 반 고흐의 친구인 우체국장 조셉 룰랭의 부탁으로 대장장이 아들 아르망 룰랭이 빈센트의 편지를 동생 테오 반 고흐에게 전달하기 위한 여정으로 시작한다. 
 
테오의 죽음을 알게 된 아르망은 테오 부인의 주소를 알기 위해 가셰 박사를 방문하게 되면서 빈센트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알게 되고, 마침내 테오 부인에게 편지를 전달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하게 된다. 빈센트는 8년 동안 800점을 그렸지만 생전에 단 1점만 판매되었다는 점에서 빈센트의 고통와 가족의 희생을 느끼게 만든다. “바닥 중의 바닥”, “언젠가는 내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글을 담고 있는 빈센트의 마지막 편지는 절망에 대한 몸부림과 희망에 대한 갈망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아르망의 편지 전달과 싸움 장면은 수미상관식 구성을 통해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다. 첫 장면에서 아르망은 자살한 미치광이의 편지를 전달하라는 아버지의 부탁에 화가 나서 병사와 싸움을 벌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편지를 전달한 후 예술과 사람들을 사랑하고 감사한 빈센트의 죽음에 슬픔을 느끼는 상태에서 밀레 중위가 입대를 권유하자 싸움을 한다. “뭘 위해 싸우는지 아는 게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충고와 “별을 보면 언제나 꿈꾸게 돼”라는 빈센트의 편지 속의 말로 아르망은 자신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의 교차편집, 그림/실사/애니메이션의 결합 등 허구/비허구의 결합을 통해서 작품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선 영화는 현재/과거의 교차편집을 통해 허구/비허구의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장면을 통해 실제 빈센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사실을 전달함과 동시에 현재 장면을 통해 편지를 전달하며 빈센트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푸는 허구를 동시에 보여준다. 
 
 
다음으로 고흐의 그림, 배우들의 실사, 화가들의 유화 애니메이션의 결합을 통해 허구와 비허구의 결합을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 107명의 화가들이 모여 총 62,540점의 유화 프레임을 직접 그려 반 고흐 특유의 불꽃같은 화풍을 고스란히 재현하였다. 미술재료상 페르 탕기, 폴 가셰 박사, 우체국장 조셉 룰랭, 마르그리트 가셰, 뱃사공 등은 실존 인물로서 그림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한 반면, 허구적 인물인 아르망 룰랭은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 더글러스 부스의 얼굴을 사용하여 인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장면을 정교하게 만들어내기 위해서 실사의 세트장에서 배우들이 재현한 움직임에 기초해서 애니메이션을 그렸다. 또한 빈센트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부터는 빈센트의 원작 그림에 기초해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지만, 그 이전 빈센트의 어린 시절 등은 다른 그림체의 흑백 애니메이션을 사용하여 차별화하였다. 
 
5. 미치광이 천재 화가와 극적 아이러니
― 태양의 화가와 만 시간의 법칙
 
<러빙 빈센트>는 내러티브적 측면에서 볼 때 따분한 교훈을 전달하는 전기영화가 아니라 죽음의 미스터리에 대한 흥미진진한 추리물영화로 풀어내고 있다. “당신은 그의 삶에 대해 무엇을 알죠?”라는 물음에 대해 빈센트의 삶과 죽음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대답함으로써, 귀를 자른 미치광이 화가가 아니라 힘겨운 삶을 살다 불행하게 죽어간 빈센트의 희노애락과 고귀한 영혼을 느끼게 만든다. 또한 스타일적 측면에서도 ‘태양의 화가’라고 불리는 고흐 특유의 선명한 색채와 격렬한 필치가 담겨 있는 작품에 근거하여 애니메이션을 만듦으로써 고흐의 작품세계에 빠져들게 만든다. 
 
또한 8년 동안 단 1점밖에 그림이 팔리지 않은 상황에서 800점이나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너무나 인간적이고도 위대한 면모를 느끼게 만든다. 성실성도 재능이라는 점에서 보면 빈센트는 그림에 대한 천재성뿐만 아니라 인성 면에서도 열정과 재능을 지녔다. 열악한 상황에서 내면의 비평가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끊임없이 퍼부었을 것인데 그것을 견디면서 8년에 800점, 즉 1년에 100점, 1주일에 2점씩 계속 그림을 그려나갔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다. 
 
만 시간을 투자하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만 시간의 법칙’에 근거해서 생각해 보면, 3만 시간 이상을 그림에 투자한 빈센트는 그림에 자신의 인생 전부를 건 너무나 노력하는 열정적인 화가라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관객도 아르망처럼 미치광이 천재 화가라고 알고 있던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무지, 오해, 인지를 거쳐 그의 삶과 죽음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극적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러빙 빈센트
http://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44379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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