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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 육체적·정신적 장애와 소통 그리고 운명적 사랑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 육체적·정신적 장애와 소통 그리고 운명적 사랑
  • 서곡숙(영화평론가)
  • 승인 2017.11.27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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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11월 30일 개봉
 
1. 운명적 사랑과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On Body and Soul)>(2017, 헝가리)는 2017년에 본 200편의 영화 중 필자에게는 베스트 영화이다. 그래서 만약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이 리뷰를 읽지 말고 영화를 먼저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영화를 만든 일디코 엔예디 감독은 1955년 헝가리 태생의 여성 감독이며, 첫 영화 <나의 20세기(My 20th Century)>(1989, 헝가리)로 칸 영화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28년 만에 만든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꿈으로 연결된 운명적 상대인 남녀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2. 관례/원칙, 적응/부적응의 대립
 
도축장 재무이사인 엔드레(게자 모르산이)는 새로 온 검시원 마리어(알렉상드라 보르벨리)의 숫기 없는 모습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런 마리어를 오해하여 놀리고 험담하고 따돌린다. 그러던 와중에 도축장의 교미가루 도난 사고가 일어나 경찰이 수사하게 되고, 직원들의 행동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 상담사가 오게 된다. 상담사의 심리 검사를 통해 엔드레와 마리어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기운이 감돌게 된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크게 두 가지 공적 갈등을 보여준다. 첫 번째 공적 갈등은 교미가루 도난 사고로 인해 촉발되며 수사 의뢰자인 엔드레와 수사관 사이의 갈등이다. 교미가루 도난 사고의 수사는 세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우선 엔드레의 의뢰로 온 외부의 공적 수사기관인 경찰은 도난사고에는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며 소고기 선물에만 관심이 가진다. 다음으로 경찰의 지시로 고용된 상담사는 행동 변화를 보이는 직원을 집중 조사함으로써 경찰의 대리인 역할을 하지만, 엔드레에게 성적인 유혹을 보내고 엉뚱한 인물인 에바를 범인으로 의심한다. 마지막으로 내부 직원인 동료 친구는 자신의 아내 에바와 육체적 관계를 맺은 것으로 의심되는 산도르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산도르를 질투하던 엔드레도 같이 동조한다. 결국 수사관 행세를 하며 엔드레의 조사를 돕는 것처럼 보이던 동료 친구가 범인으로 밝혀지지만, 엔드레는 그 사실을 덮어버린다. 이렇듯 공적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의 방관·뇌물수수, 사적 수사를 담당하는 전문가의 오인·성욕, 수사를 돕는 회사 직원의 질투·모함, 수사 의뢰자의 모함·은폐 등이 드러나게 된다. 
 
두 번째 공적 갈등은 검시원인 마리어와 도축장 직원들 사이의 갈등이며, 이때 엔드레는 마리어의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규정과 원칙을 지키려는 마리어와 관례를 고수하는 직원들이 갈등한다. 마리어는 규정대로 정확하게 고기등급을 측정해 전부 B등급을 매기지만, 직원들은 관례대로 A등급을 주기를 원하면서 갈등이 생겨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엔드레는 규정보다 지방이 몇 mm 더 많아서 B등급을 주었다는 마리어의 주장을 수긍하고, 회사 대표에게 마리어를 변호한다. 다음으로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마리어와 그녀를 오해하는 직원들이 갈등한다. 엔드레는 직원들이 마리어에 대해 뻣뻣하고(동료 친구), 딱딱하고(여직원들), 로봇같고(산드로), 차가운 백설공주(직원들)라고 조롱하는 말이나 행동을 접한다. 유일하게 엔드레만이 숫기 없는 마리어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마리어를 둘러싼 이러한 공적 갈등은 원칙/관례, 불통/소통, 부적응/적응, 이해/오인 등의 대립을 보여준다.
 
 
 
3.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의 극복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엔드레/마리어, 마리어/산도르, 엔드레/상담사, 엔드레/산도르 사이의 다양한 사적 갈등과 내적 갈등이 엉켜 있다. 엔드레와 마리어는 네 가지 문제, 즉 같은 꿈, 관계 맺기, 공개/비공개, 동침,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중심으로 사적 갈등을 보여준다. 
 
첫째,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믿음/불신, 우연/운명 문제이다. 처음 상담사의 녹음기를 통해서 자신들이 같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엔드레와 마리어는 재미있고 희안한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날, 대화를 통해 또 같은 꿈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반신반의하게 된다. 그 다음날, 종이 기록을 통해 또 같은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비로소 확신하게 된다. 두 사람은 꿈으로 연결된 운명에 대해 기대하면서 동시에 두려워하게 된다. 
 
둘째, 관계 맺기에 대한 기대/두려움, 질투/오해의 문제이다. 엔드레는 “밤에 만나요”라며 기대하지만, 마리어는 꿈속에서 도망가고 만다. 산도르가 마리어를 섹시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엔드레는 마리어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자 한다. 하지만 핸드폰이 없다는 마리어의 대답에 엔드레는 “부담 줄 마음은 없었다”며 돌아선다. 이에 마리어는 “내일 휴대폰 살 거예요. 난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해 엔드레의 오해를 푼다. 엔드레도 “날 겁낼 필요 없어요”라며 마리어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한다. 마리어는 운명적 상대와 관계를 맺는 것에 서투르고, 엔드레는 그런 마리어에 대해 산도르와의 관계를 의심하여 질투하고 오해한다.
 
셋째, 관계의 공개/비공개 문제이다. 직원 식당에서 마리어가 엔드레 앞에 앉는 것을 직원들이 지켜보자, 엔드레는 꿈을 꾸지 않았다고 답변하고, 마리어는 혼자 앉는 것을 좋아한다며 다른 자리로 가버린다. 직원 식당에서 마리어가 엔드레에게 공개적으로 아름답다고 말하자, 동료 친구가 엔드레에게 “사귀냐?”고 묻지만 아니라고 답변한다. 마리어와의 통화 후 딸이 누구냐고 묻자 “넌 모르는 여자”라고 엔드레가 답변한다. 두 사람이 같은 꿈을 꾸는지 궁금해 하는 상담사에게도 “우리가 장난을 친 거”라고 엔드레가 거짓말을 한다. 대인관계에 서툰 마리어는 두 사람의 사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엔드레는 마리어가 상처받을까봐 두 사람의 관계를 숨기고자 노력한다. 
 
넷째, 동침에 대한 기대/두려움, 경험/무경험의 문제이다. 둘은 같이 점심을 먹고 같이 잠을 자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마리어가 엔드레의 스킨십을 피하자, 둘 사이는 다시 긴장감이 흐르게 된다. 자신의 육체적 장애로 인한 자신감 상실로 엔드레는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한다. 반면에 전혀 경험이 없는 마리어는 동영상, 훔쳐보기, 인형 실습 등을 하면서 엔드레와의 섹스를 위해 준비한다. 섹스 경험이 없는 마리어가 스킨십에 대해 두려워하고 간접적인 경험을 쌓으며 엔드레와의 섹스를 기대하는 반면, 엔드레는 그런 마리어를 오해하고 자신의 육체적 장애를 비관하며 마리어와의 관계를 포기하려 한다.
 
다섯째, 육체적/정신적 장애의 문제이다. 육체적 장애가 있는 엔드레는 “첫날이어서 숫기가 없는” 마리어를 이해하지만, 대인관계에 서툰 마리어는 엔드레가 “한쪽 팔이 불구”라고 대놓고 말한다. 마리어를 위해 엔드레는 요리 연습을 하지만 불구인 왼팔로 인해 실패하자 상심한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친구”로 지내자는 엔드레의 말에 절망한 마리어는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난 죽을 것 같아요. 당신을 너무 사랑해요.”라는 엔드레의 고백에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라고 마리어도 고백한다. 이후 섹스를 할 때, 마리어의 무표정한 얼굴에 엔드레가 미소짓고, 엔드레의 축 늘어진 왼팔을 마리어가 감싸안으면서, 두 사람은 육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를 극복하게 된다. 
 
엔드레와 마리어의 사적 갈등 외에도 다양한 갈등이 나온다. 첫째, 부적응/적응, 차가움/뜨거움으로 인한 마리어/산도르의 갈등이다. 처음에는 “새로운 수컷”인 산도르가 로봇같은 마리어를 놀리지만, 나중에는 “색마” 산도르가 차가운 “백설공주”인 마리어를 섹시하게 여기게 된다. 둘째, 중년/청년, 불구/정상으로 인한 엔드레/산도르의 갈등이다. 장애가 있는 중년 엔드레는 마리어에게 집적거리는 건강한 청년 산도르를 질투하여 그를 교미가루 도둑으로 몰고 나가지만 나중에는 사과하고 화해한다. 셋째, 유혹/거부를 통한 상담사/엔드레의 갈등이다. 엔드레가 상담사의 글래머 가슴을 쳐다보자, 상담사는 “가슴 구경 다 했나요?”라고 직설적으로 묻는다. 생애 첫 사정, 첫 동정 등의 성적인 질문을 계속 하면서 유혹하는 상담사에 대해 엔드레는 왜 자꾸 이런 질문을 하느냐라고 반문하며 거부감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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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징과 은유를 통한 고독/소통의 대비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에서는 상징·은유, 대조, 단계별 묘사, 교차 편집, 부조화의 아이러니 등 다양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소금통과 인형을 통해 인물의 갈등과 심경을 상징과 은유로 표현하고 있다. 소금통과 인형은 엔드레와 마리어를 상징한다. 마리어는 식탁 위에 소금통을 꺼내놓고 낮에 했던 엔드레와의 대화를 똑같이 반복하면서 엔드레에 대한 관심을 뒤늦게 표현하지만, 소금통 1개(=엔드레)를 제자리에 갖다놓는다. 마리어는 식탁 위에 인형들을 올려놓고 자신과 엔드레의 대화를 상상하며 말을 한다. 마리어가 “내일 휴대폰 살 거예요.”라고 하자, 엔드레가 “늙은 불구자”라고 자조한다. 또 마리어가 “당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라고 위로하자, 엔드레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는다. 이에 마리어는 “거짓말을 하면 3가지 징후가 있어요. 첫째, 동공 팽창.”라며 항변하지만, 엔드레는 비웃는다. 이렇듯 소금통은 과거에 대한 마리어의 후회를 반영하고, 인형은 미래에 대한 마리어의 두려움을 표현하고 있다. 
 
다음으로 햇살, 유리창, 불구 왼팔을 대조적 기법으로 보여줌으로써 인물의 내면과 관계의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첫째, 햇살은 관계의 고립/소통의 대조를 보여준다. 도축장에 첫 출근을 한 마리어는 발 앞부분이 햇살에 노출되자 그늘로 물러선다. 하지만 엔드레와의 운명적 관계를 알고 난 뒤 마리어는 햇살 쪽으로 걸어 나와 햇살을 얼굴을 가득 받는다. 둘째, 유리창은 고독/공감의 대조를 보여준다. 마리어가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혼자 바라본다. 하지만 나중에 마리어가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엔드레가 모습을 드러내 함께 유리창을 바라본다. 셋째, 불구 왼팔은 좌절/배려의 대조를 보여준다. 엔드레는 자신의 불구 왼팔로 인해 음식을 만들다가 떨어뜨리면서 마리어와의 관계에 대해 자신감을 상실한다. 하지만, 마리어와 엔드레가 섹스를 한 다음 날 아침에 두 사람은 서로 도와 아침 식사를 차린다. 이 영화에서 햇살, 유리창, 불구 왼팔을 대조적 기법으로 표현함으로써, 마리어와 엔드레의 정신적/육체적 장애로 인한 고립, 고독, 좌절이 두 사람의 소통, 공감, 배려로 나아가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엔드레와 마리어의 자는 모습을 단계별로 간접적 묘사, 암시 등으로 표현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각자 자신의 집에서 혼자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 TV 화면 불빛이 비친다. 두 사람이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처음을 알게 된 날, 마리어가 침대 아래에서 슬리퍼를 벗는 모습과 침대가 약간 출렁이는 것으로 보여줌으로써 자는 모습을 간접묘사하고 있다. 마리어가 엔드레에게 핸드폰을 살 것이고 당신이 아름답다고 말한 날, 두 사람은 모두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한 날, 침대에 앉은 상태에서 마리어가 “날 겁낼 필요 없어요. 잘 자요”라는 엔드레의 마지막 말을 듣고 뒤로 눕고 빈 벽만 화면을 채운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잠만 같이 자게 된 날, 침대 아래에 있는 엔드레와 침대 위에 있는 마리어를 위에서 내려다본다. 두 사람이 따로 자게 된 날, 엔드레는 자신의 이불에서 마리어의 냄새를 맡는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같이 자면서 섹스를 하게 된 날, 두 사람은 서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섹스를 하고 마리어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후 마리어가 “잠이 와요”라고 말한 후, 침대 밑에 힘없이 늘어져 있는 엔드레의 불구 왼팔을 침대 위에 끌어올린 후 그의 손을 맞잡는다.
 
공허하게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 비치는 TV 화면 불빛은 인물의 외로움을 표현함과 동시에 유사한 이미지 연결을 통해 두 사람의 인연을 암시한다. 마리어가 사라진 텅빈 벽은 인물들의 현재와 미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 침대 아래와 위에서 자고 있는 엔드레와 마리어를 위에서 내려다봄으로써 함께 나란히 자고 있는 것으로 보이게 만들어 두 사람의 앞으로의 관계를 암시한다. 엔드레가 자신의 이불에 남아있는 마리어의 냄새를 맡는 장면은 엔드레의 드러내지 못하는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섹스할 때의 마리어의 무표정한 얼굴과 엔드레의 불구 왼팔을 끌어올려 손을 맞잡는 행동 사이의 대비는 인물의 외면·내면의 불일치, 내면에 대한 이해와 교감 등을 드러낸다.
 
이렇듯 두 사람의 자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직접적인 표현보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게 되고 여운을 남긴다. 또한 두 사람의 자는 모습을 단계별로 보여줌으로써 혼자/함께, 불통/소통, 폐쇄/교감 등의 대비를 강조함과 동시에, 혼자 외롭게 살아가는 인물들이 나중에 함께 나누고 공감해가는 과정의 변화를 점층법의 형식으로 보여준다. 
 
또한 엔드레와 마리어를 교차편집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각자 자신의 집에서 TV를 보다가, 엔드레가 잠이 들고 마리어가 깨어있는 장면. 각자 저녁을 먹는데, 마리어는 음식을 랩으로 포장하고 엔드레는 식당에서 혼자 먹는 장면. 두 사람이 서로의 꿈을 적어서 비교하는 장면.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집에서 자려고 노력하지만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는 장면. 같은 사슴꿈을 꾼 후 엔드레가 “참 좋았어요. 내일 밖에서 점심 먹어요”라며 미소 짓자, 마리어도 미소를 짓는 장면. 마리어가 으깬 감자를 눈감고 만지면서 애무하고, 엔드레는 음식을 만들다가 떨어뜨려 식당에서 혼자 식사하는 장면. 이렇듯 엔드레와 마리어가 따로 있는 모습과 함께 있는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줌으로써, 전반부의 고독과 후반부의 교감의 대조와 변화를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언젠가는 운명적인 상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마지막으로 마리어의 비사회성은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통해 웃음을 유발한다. 마리어는 비정상적일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이다. 마리어는 상담사의 질문에 연도와 날짜를 정확하게 대답하고, 엔드레와 나눴던 모든 대화를 그대로 똑같이 말한다. 하지만, 마리어는 감정 표현을 못하고 고지식하다. 엔드레와 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안 이후에 마리어는 “성인이기 때문에 어색하지 않아요. 재미있어요.”라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한다. 섹스 교육을 위해 마리어가 남녀의 성기와 음부가 나오는 포르노 비디오를 무표정한 얼굴로 뚫어지게 쳐다본다. 정신과 의사가 섹스를 위해 연습하라는 조언을 하자, 마리어가 그대로 이행한다. 마리어는 감자나 소를 만지며 애무를 연습하고, 남녀들이 애무하고 키스하는 모습을 가까이에 가서 관찰하고, 인형의 발로 자신의 가슴을 애무한다. 이렇듯 마리어의 뛰어난 지적 능력과 대비되는 미숙한 소통 능력과 무표정한 얼굴은 부조화의 아이러니를 통해 웃음을 창출한다. 
 
 
 
 
 
5. 동일시와 감정이입을 통한 인간과 동물의 교감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에서는 현실의 주인공들과 꿈속의 사슴들을 은유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총 10번의 사슴 꿈이 나오고 사슴 꿈이 나온 후에 현실의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슴 꿈과 현실의 연관성을 10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자. 
 
꿈의 수사슴과 암사슴을 살펴보자면, 1) 눈이 쌓여 있는 연못에 수사슴과 암사슴이 만나 물을 마시고, 2) 수사슴과 암사슴이 같이 숲 속을 달리고, 3) 수사슴과 암사슴이 나란히 걷고, 4) 수사슴과 암사슴이 서로 쳐다보고, 5) 수사슴과 암사슴이 함께 뛰어다니고, 6) 암사슴이 수사슴을 보고 도망치고, 7) 연못에서 암사슴이 혼자 수사슴을 기다리고, 8) 수사슴과 암사슴이 가까워지고, 9) 수사슴이 혼자 달려가고, 10) 연못에 사슴이 없다. 
 
현실의 엔드레와 마리어를 살펴보자면, 1) 엔드레는 도축장에 새로 온 검시원인 마리어와 만나고, 2) 엔드레가 마리어에게 관심을 가지고, 3) 엔드레와 마리아가 같은 꿈을 꾸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4) 엔드레와 마리어는 같은 꿈을 계속해서 꾼다는 것에 반신반의하게 되고, 5) 엔드레와 마리아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고, 6) 엔드레가 마리어를 오해하고 산도르를 질투하고, 7) 마리어가 앤드레에게 고백하고, 8) 엔드레와 마리아가 점점 가까워지고, 9) 엔드레가 자신의 장애로 좌절하지만, 10) 결국 서로의 사랑을 고백한다. 
 
이렇듯 사슴 꿈은 전반부에서는 두 사람의 미래의 운명적인 사랑을 예고하지만, 후반부에서는 두 사람의 내적 갈등의 극복과 사랑을 반영하고 있다. 꿈속의 사슴은 객체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현실의 영혼과 연결된 주체로 상정되어 있다. 현실의 엔드레와 마리어가 몸과 영혼이 합체될 때 연못에 사슴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사슴은 두 사람의 운명적 사랑이 맺어질 때까지 나타나는 영혼의 인도자의 역할도 수행한다. 
 
이 영화에서는 꿈속의 사슴뿐만 아니라 도축장의 소도 주제를 상징적 기법으로 표현하고 있다. 도축장에 있는 소의 모습을 보여준 다음 소의 시점숏으로 태양을 바라보는 장면은 소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그 다음 장면에서 소의 머리를 자르고 껍질을 벗기고 다리를 자르고 갈고리에 건다. 마치 살인자에게 살해당한 희생자의 흔적처럼 소의 피로 흥건해진 바닥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때 소의 눈을 집중적으로 클로즈업하여 소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어 소의 이러한 도축과정이 더욱 잔인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신입직원 면접에서 산도르에게 “소가 불쌍하지 않냐”는 엔드레의 질문은 소를 식품으로 대상화할 것인가 아니면 연민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그리고 동료 친구가 소 교미가루를 먹고 괴상한 하룻밤을 보냈다는 내용에서 인간과 소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암시한다. 소의 시점숏과 클로즈업, 잔인한 도축과정, 면접 질문, 교미가루 등을 통해 도축장의 소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만들며 생명체라는 점을 부각시켜 인간과 동물 사이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6. 유기적인 구조와 섬세한 연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내러티브적 측면에서 공적 갈등을 통해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적응/부적응의 대립을 보여주고 있으며, 사적 갈등에서는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극복하고 소통, 교감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드러낸다. 그리고 스타일적인 측면에서 상징·은유, 암시, 대조, 아이러니 등 다양한 기법들이 복합적으로 사용되어 내적 갈등을 표현하고 영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이 영화는 분석하기 힘들 정도로 유기적으로 정교하게 연결된 구조와 장면 하나하나 독특하고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인물들은 꿈과 같은 무의식으로 연결된 운명적 상대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 자신과의 소통, 타인과의 교감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소에 대한 감정이입과 무의식적인 인간 영혼이 투영된 사슴에 대한 동일시를 통해 인간세계와 동물세계의 소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출처: 네이버 - 영화 -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 포토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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