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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표적이 된 이란
전쟁의 표적이 된 이란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
  • 승인 2017.12.29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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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myar Adl

2003년 2월 5일, 당시 미 국무부장관 콜린 파월은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탄저균을 담을 만한 작은 병을 들고 흔들어대며, 화학무기를 제조하는 비밀장소들의 위성사진들에 대해 언급했다. 이 날조된 주장(암호명 ‘커브볼’이라는 이라크 화학기술자 라피드 아메드 알완 알자미드는 자신이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하는 실험실에서 일했다고 진술했다-역주)은 그 즉시 이라크전쟁의 선전용 발판으로 이용됐다(그러나 이를 주장한 당사자는 후에 그 주장이 거짓임을 시인했다). 2017년 12월 11일, UN 주재 미국대사 니키 헤일리는 목표물에 도달하지 못한 탄도미사일이 이란에서 제작된 것이라고 주장하며 미사일의 거대한 잔해들에 주목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 탄도미사일이 예멘에서 ‘G20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공항으로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무고한 시민 수백 명이 죽을 뻔했다. 워싱턴이나 뉴욕, 또는 파리나 런던 혹은 베를린의 공항이 목표였다고 한번 상상해보라.” 이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로는 이 도시들까지 도달할 수도 없다고? 그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전쟁의 정당성을 마련할 공포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를 파괴한 지 14년 만에 미국 정부는 이란을 표적으로 삼았다. 

공상에나 어울릴 법한 주제라면 미국 정부의 빈약한 상상도 유쾌한 일일지 모르겠다. 2003년 콜린 파월도 사담 후세인과 알 카에다의 ‘불길한’ 관계를 세상에 알린 바 있는데, 지난 11월 1일 다시 한번 이런 폭로가 되풀이됐다. 미 중앙정보부(CIA)가 오사마 빈 라덴 암살 당시 파키스탄에서 입수한 문건들을 공개했는데, 이 문건들이 빈 라덴 (수니파) 추종자 몇몇과 이란 (시아파) 수뇌부 사이의 수상한 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은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을 상대로 싸울 때 그를 도운 사실을 벌써 잊은 듯하다. 이건 공상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또는 로널드 레이건이 이란에 불법으로 무기를 판 대금으로 니카라과의 극우 세력을 지원하려 한 일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어떤 나라도 이런 사실들을 미국에 선전포고할 구실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반대로 오늘날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는 욕망은 사우디왕국, 이스라엘 정부 및 다수의 미국 지도자들을 한통속으로 만들었다. 공화당의 영향력 있는 상원의원이자, CIA 차기 수장으로 거론되는 톰 코튼(Tom Cotton)은 전쟁의 기회만 노리고 있다. 코튼 상원의원은 (이란, 북한, 중국, 러시아, 시리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워싱턴의 전면적 외교 도발이 실제 ‘군사옵션(Military option)’을 포함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에 의하면 이란의 위협은 북한의 도발보다 우위에 있으며, “이란의 핵 기반시설에 대한 해상 및 공중 폭격작전”(1)의 명분이 될 것이다. 

2년 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란의 군 예산이 미국지역 동맹국 예산의 1/8, 미 국방성 예산의 1/40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란의 근거 없는 위협을 경고하는 요란한 북소리는 절정에 달한 상황이다. 이런 심리전의 기류 속에서 지난 12월 18일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워싱턴을 향해 이란의 ‘헤게모니’ 장악 의지를 규탄했다.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이보다 더 현명한 처신은 불가능했을까?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조민영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석사 졸업. 역서로 <지도로 읽는 아시아> 등이 있다.

(1) ‘A Foreign Policy for 'Jacksonian America'’, 월스트리트저널, 2017년 12월 9~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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