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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를 거부하기 위한 대안적 대학평가
‘대학평가’를 거부하기 위한 대안적 대학평가
  • 안치용 | 한국CSR연구소장
  • 승인 2017.12.2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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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서열화’ 넘어선 대학평가의 결과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CSR연구소, 2017년 ‘대학사회책임지수’, ‘전문대 지속지수’ 발표 
종합대학은 사회책임 이행 수준, 전문대는 직업교육기관 본원기능 측정 

한국사회에서 대학평가는 뜨거운 논쟁거리다. “대학평가가 대학을 망친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일부 언론사를 중심으로 한 대학평가는 힘을 잃지 않고 있다. 당장은 정권교체와 관련한 정치적 현안이 우리 사회의 주요의제이지만, 조만간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구조조정이 중요한 사회적 토론거리로 등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토론의 쟁점은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어느 대학을 살리고, 어느 대학의 문을 닫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대학의 본질 혹은 상(像)과 직결된다. 대학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뜻이다. 토론과 합의, 그리고 해법의 안출과 실행 과정에서 서열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모든 문제의 중심에 서열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열화가 평가와 다른 의미라는 전제하에서 그런 문제 제기에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서열화에는 ‘획일적인 기준에 따른 줄 세우기’라는 부정적 시선이 담겨있다. 획일적인 기준이란, 현실에는 다양한 기준이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만이 유일하게 옳은 기준이란 배제와 독선이 담겨있다. 또는 획일화하면서 채택한 여러 가치들이 그 기준이나 가치가 적용돼야 할 기관이나 주체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기능적 적합성에 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대학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기관’

모두 잊어버렸지만 당연한 이야기를 떠올려보자. 대학의 의미 말이다. 대학은 보편적인 인간 존엄성을 인식하고 존엄성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지식과 기능을 축적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물론 연구하고 가르치며 지성의 결을 풍성하게 만드는 학자들의 공간이기도 하다. 배움과 가르침의 공간이지만 무엇보다 전체 공동체를 위한 소통의 공간이고, 각성의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에는 다양한 가치들이 공존하고 실험돼야 한다.

만일 서열화라는 것이 대학의 건강한 지식생태계를 파괴해 단일종의 번식 정도만을 측정해 순위를 부여하는 것이라면 비판받아야 한다. 자연에서 목격되는 건강한 생태계에서, 지배하는 종은 비록 소수에 불과하지만 전체로서 가치 없는 종은 없다. 부분적으로 도태와 패퇴가 존재하지만, 개체가 각자의 가치를 발휘하고 실현하며 전체로서 조화와 상생을 이뤄나간다는 데에 생태계는 의미를 가진다.

반면 한 종류의 작물을 대규모로 심는 단작을 특징으로 하는 플랜테이션의 생태계 파괴는 널리 알려진 대로 심각하며, 종국에는 플랜테이션 자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열화가 ‘대학의 플랜테이션화’를 지향한다면 중장기적으로 대학사회나 우리 사회 전체에 재앙이 될 것이다. 따라서 특정한 서열화,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신자유주의적 서열화를 위한 대학평가는 재앙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이미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서열화’ 혹은 ‘대학의 플랜테이션화’를 저지하기 위한 대안적 대학평가는, 현존 대학평가의 폐해가 큰 만큼 역설적으로 더 시급하고 절실하다. 

우리는 앞서 말한 부정적 의미의 대학 서열화에 반대한다. 동시에 일부 교수들의 “민간의 대학평가에 반대한다”는 의견에도 반대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대학평가는 가능하다는 말인가. 엄밀하게 말해 민간의 대학평가 가운데 과도한 영리성을 추구해 대학발전을 저해하는 민간평가들이 문제 될 뿐이다. 또한 대학이 국가와 어느 정도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지식의 해방구로 마지막까지 상대적 자율성을 발휘하면서 모든 부당한 공적 통제와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견지에서, 대학은 정부의 대학평가를 제한적으로 수용하는 게 맞다. 우리는 시민사회까지 참여한, 새로운 기준에 의거한 제대로 된 민간의 대학평가로 기존 대학평가에 맞서고자 한다. 만일 대학평가가 문제인데 피할 수 없다면 대학평가를 평가하고, 평가를 통한 서열화가 문제라면 차선책으로 평가를 서열화할 수 있다. 

대학은 다양한 가치들이 존중받고 폭넓은 견해들이 싹을 틔우고 성장하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희망의 근거이지만, 그렇다고 성역은 아니다. 사회의 다수가 동의할 수 없는 획일적인 서열화로 대학을 시장화해서는 안 되겠지만, 대학이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책무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더 이상 학문의 성역이거나 엘리트 교육기관이 아니다. 대학 진학률이 80%에 이르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은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기관이다. 학생뿐 아니라 교수‧교직원, 지역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기관이란 인식이 우리 평가의 기조다.

‘대학 사회책임지수’는 대학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촉구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CSR연구소, 지속가능저널,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가 공동기획한 ‘2017 사립종합대학교 사회책임지수’는 서열화의 폐해를 가능한 배제하려고 노력한 민간의 대학평가다. 우리가 ‘대학사회책임지수’를 발표하는 까닭은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학사회책임지수’는 영어수업이 몇 개이고, 중국 유학생을 몇 명 받았으며, 논문을 교수 몇 명이 나눠 썼는지에 주목하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이 수업시간에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했는지를 파악하고자 애썼다. 수업 외에 학생들이 어떤 봉사활동을 하는지, 비정규직 비율은 어느 정도인지 등등 소통과 상생의 관점에서 대학의 모습을 추적했다. 대학교육서비스란 관점에서 소비 주체인 대학생의 입장, 학생과 함께 대학을 구성하는 주체인 교수와 교직원의 입장, 지역사회 및 사회 전체와 소통하려는 노력 등을 잡아내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현실적인 제약에 따라 일부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한국CSR연구소의 ‘대학사회책임지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사회적 문제 제기로, ‘잘못된 대학평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게 우리의 의견이다.

“평가 없이 개선 없다”는 금언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면, 대학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공동체적 상생과 교양된 민주시민의 관점에서 추적하려고 노력하는 평가틀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분명히 종합대학은 취업준비학원이 아니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려고 시도한 ‘대학사회책임지수’는 기존의 성과 위주 대학평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졸업생 취업률, 교수의 논문 수 등 흔히 포함되는 ‘실적’에 대한 측정을 배제하고 포괄적인 의미의 사회책임 성과만을 포함하는 새로운 형식의 대학평가다.

‘대학사회책임지수’는 2010년 국제표준화기구(ISO)가 발표한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기준’인 ISO26000의 틀을 따랐다. ISO26000은 사회의 모든 조직이나 기관이 의사결정 및 활동 등을 할 때 소속된 사회에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책임을 규정한 국제적 합의다. 세계인권선언,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기후변화협약, 유엔 소비자보호지침 등을 총망라한 안내서다. 국내 기업들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ISO26000을 사회책임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ISO26000의 핵심 주제는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공정성, 소비자, 지역사회다.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는 ISO26000의 7개 부문을 전부 포함했다. 각 주제에 해당하는 세부 지표를 선정해 대학의 포괄적인 사회책임 수준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 체계를 확립했다. 이번에 사립종합대학 사회책임지수 산출을 위한 세부 지표는 총 50개다.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대학알리미, 사립대학 회계정보시스템, 정부 부처, 각 대학 홈페이지 등 공개영역에서 자료를 모았다. 각 항목에 대한 최근 3개년 공시자료를 모아 최근 연도에 더 가중치를 둬(5:3:2) 평균값을 계산했다. 자료의 성격을 기준으로 정방향 혹은 역방향으로 순위를 매겨 점수화했다. 지표의 중요성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했다. 부문별로 합산한 점수는 대학교육의 학점 체계를 따라 A+부터 D-까지 12개 등급으로 나눴다. 사회책임 최종점수인 평점평균은 부문별 평점을 계량화해서 부문별 가중치를 부여해 구한 것이며, 만점은 4.3점이다. 이런 방식은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이 학기별로 학점을 받는 방법과 동일하다.
‘대학사회책임지수’ 평가의 조사대상은 국내 154개 4년제 종합이다. 공개된 영역에서 자료를 얻기 힘든 분교나 캠퍼스는 평가에서 제외했다. 공공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국공립대학과 정부출자대학, 국립대 법인과, 특별법 법인 설립 대학은 사회책임 이행 수준을 사립대학과 동일한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워 사립대학 사회책임지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입시부정으로 크나큰 물의를 일으킨 이화여자대학은 올해 평가에서는 원천적으로 제외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웹사이트(www.ilemonde.com)의 ‘대학사회책임지수’ 배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대 지속지수, 직업교육기관이라는 본원기능 측정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CSR연구소, 지속가능저널,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가 공동기획해 ‘대학사회책임지수’와 함께 발표한 ‘2017 전문대 지속지수’는 사립대평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평가지표를 구성한 전문대 평가다. 사립종합대학을 대상으로 한 사회책임지수가 대학의 본원적 태도와 사회관계에 초점을 맞췄다면 ‘전문대지속지수’는 철저한 성과중심의 평가체계다. 

한국CSR연구소의 전문대학 평가는 국내 민간평가로는 유일하며 이번이 6번째 평가다. 사립종합대학평가가 사회책임을 근간으로 한 다양성 측정이라면, 전문대학 평가는 직업교육이란 단일한 기관특성에 맞춘 효율성 측정이란 성격을 갖는다. 효율성과 공정성에 근거한 취업과 직업교육을 중심으로 한 객관적인 전문대학 평가는 전문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과 학부모들, 이들을 채용할 기업에 필요하다. 대학평가 지표 중 부문별 평가 지표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수월하게 선택하고 기업에서도 기업에 맞는 기능인을 채용하기에 유용하다.

우리는 전문대 서열화는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6차례의 전문대학 지속지수를 발표하는 동안 종합대학과 비교하면 상위권 전문대학의 변동이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전문대학의 서열화가 그다지 심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서열화의 순기능이 오히려 전문대학 영역에서 작동될 수 있는데, 전문대학 평가는 사회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   

전문대학의 서열에 대해 진학 시점에 즈음한 학생과 학부모 말고는 일반인들은 알지 못한다. 서열화를 강화해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대학들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전문대지속지수’를 계기로 전문대학 간 선의의 경쟁은 더 심해져야 한다. 평가지표를 구성함에 있어 전문적 기능인 양성 역량과 함께 종합대학만큼은 아니지만 전인적 민주시민 육성 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를 부분적으로 함께 포함했다. 평가대상은 전국 129개 사립 전문대학이며 평가방법은 사립종합대 평가와 동일하나 학점제 대신 총점제를 채택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웹사이트(www.ilemonde.com)의 ‘전문대학지속지수’ 배너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안치용
지속가능성과 CSR에 관심이 많다. 한국CSR연구소장이며,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 바람 이사장과 한국사회책임네트워크 집행위원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속가능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news)’을 대학생/청소년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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