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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제 선출직의 보수 문제, 정치도 노동인가?
대의제 선출직의 보수 문제, 정치도 노동인가?
  • 알랭 가리구
  • 승인 2010.06.0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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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écial] 황금 과두체제의 시대

 1789년 삼부회 대표들은 자신이 살던 지방을 오랫동안 떠나 있을 생각이 없었다. 그들이 베르사유궁에 머무는 동안, 그들의 지출은 궁 입장에서는 엄청난 수입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었다. 삼부회가 입헌의회로 변하면서 자신의 집과 가족에게서 멀리 떨어진 파리에 발이 묶인 그들은 자신의 사회적 신분에 따라 더러는 빨리, 더러는 늦게,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됐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던 사람들은, 삼부회 대표 자격으로 받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다.

금권정치에서 벗어나려 했던…

▲ <그가 사라졌다>, 2006-카르멘 칼보

1789년 9월 1일부로 의회는 하루 18리브르의 입법의원수당을 가결했다. 표결은 너무나 조용히 진행됐고, 회의록에도 기록되지 않았다. 뒤이은 선거제도는 일정액 이상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 선거인과 피선거인 자격을 부여했다. 결국 이 제도는 부자에게 선거권을 부여한 것이고, 선출된 대표자에 대한 보수는 자연스럽게 배제한 셈이 됐다. 이 원칙은 보통선거가 시작될 때까지 존속했다. 선거권이 모든 남자(이때까지도 여자에게는 선거권이 주어지지 않았다)에게 주어지기는 했지만, 당선되려면 상당한 재산이 있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가난한 사람이 의원이 되어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턱도 없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겠는가? 프랑스에서, 토론 절차를 거치지 않고 1848년 보통선거와 함께 채택된 의원수당은, 평범한 계층 출신 의원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아마 20세기 초 의회보다 더 ‘대중적인’ 의회는 없을 것이다.

영국에서는 의원 월급이 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1911년이 돼서야 법제화된다). 노동조합이 노동당 의원에게 보수를 지급했기 때문에 정치 채용은 노동조합을 통해 ‘민주화’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에는 모든 정치 체제가 의원 월급을 책정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의원직이 노동은 아니지만, 재정적 보상을 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기본 논리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가 쉽게 인정됐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은밀하지만 절실했던 의원수당

프랑스 제2공화국이 의원에게 하루 25프랑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자 항의가 거세졌다. 당시 파리 노동자 월급이 2∼4프랑이었기 때문이다. 제2제정 때 의원수당이 없어졌고, 이후 입법의회 의원을 위해 의원수당이 복원됐지만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1871년 하루 25프랑(연간 9만 프랑)의 수당이 다시 책정됐지만, 이것은 이후 오랫동안 비꼼과 적대감의 대상이 됐다. 1906년이 되어서야 좌파연합과 함께 좀더 대중적인 의회가 나타났고, 연간 의원수당을 15만 프랑으로 인상했다. 이때에도 소리소문 없이 인상 조치가 진행돼 비난을 받았다. 의원수당 책정에 찬성한 사람들은 ‘15만 프랑주의자’라는 경멸적인 별명을 얻었다.

1906년 11월 23일 <르마탱>은 1849년 입법의회 의원으로 1851년 12월 2일의 쿠데타에 반대하다 사살된 알퐁스 보두앵을 상기시키며, “바리케이드 위의 보두앵은 하루 25프랑을 위해 죽었다. 우리 의원들은 어제, 하루 81프랑 9상팀을 위해 살아갈 것을 결의했다”고 비꼬는 글을 실었다. 여론이 이렇다 보니 의원수당을 물가 인상에 맞추려면 다른 방안을 고안해내야 했다. 1938년에는, 의원수당과 고위 공무원 월급을 연동시켰고, 이로 인해 의원이 표결을 거치지 않고도 정기적으로 수당을 인상할 수 있게 됐다. 이 파란만장한 역사의 마지막에, 국회의원직에 대한 급여제도가 완전히 정착된다. 국회의원 권한에 관한 입문서에는 이 부분이 신중하게 다뤄졌지만, 민주주의의 원칙 중 하나로까지 다루어지고 있다.

만들고, 없애고, 흉내내고…

아마 좀더 현실주의자임이 틀림없을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1919년 한 연설에서 의원수당이야말로 “정치인을 금권정치와 상관없이 채용하는 조건”(1)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원수당의 일반화는, 그 금액과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완전히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영국 의원들이 사적인 용도로 경비를 사용한 문제로 불거진 스캔들은, 이 문제가 화약고와 같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국민의 대표자를 좀더 자유롭게 만들자는 것에는 찬성이지만, 누구에 대해 더 자유롭게 만들자는 것인가? 이 문제는 열성 당원이 자기 당 의원들의 합법적인 수당을 삐딱하게 보는 사회당 내에서(특히 영국 같은 나라에서) 의원이 국가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경우에 제기됐다. 의원수당의 제도화는 일차적으로 대표자인 의원과 그들의 동료를 분리시켰다. 왜냐하면 그들의 재선이 당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선거인에 의해 좌우됐기 때문이다. 부분적으로는 이런 이유로, 프랑스에서는 공산당이 자기 당 의원에게 그들의 수당을 당에 양보할 것을 요구했다. 그 반대급부로 일정 월급(자격을 갖춘 고급 노동자 수준)을 지급하고, 각종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문제가 조금 다른 식으로 제기된다. 당내 공천은 의원 재선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됐다. 이런 종속이 의원에게 정부 또는 자신의 집단을 위해 투표하게 하는 엄격한 규율을 강요하고, 때로는 자신의 신념과 반대되는 투표를 하게 만든다. 결국 필요하다고 인정된 제도가 어떻게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의원수당이 사회적으로 정치적 채용을 ‘민주화’하는 데 기여했지만, 그보다 더 확실하게 기여한 부분은 바로 정치 채용 전문화라고 볼 수 있다.

어느새 직업이 된 정치

19세기에 시작된 기나긴 여정을 거쳐 정치는 이제 완전한 직업이 됐다. 1893년 총선에서 패한 조르주 클레망소가 의사로서 직업 활동을 재개하기란 쉽지 않았다(조르주 클레망소는 정치에 투신하기 전 의학 공부를 했고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역자). 이쯤 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무원의 의회 진출이 늘어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그 이전에는 공무원직과 의원직 겸임이 불가능했다). 그들이 자동으로 이전 직위에 복귀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선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일에 대해 상당한 보장이 제공된 것이다. 이런 생각은 저속하지만, 패배는 곧 실직을 의미하기에, ‘정치 투신’이라는 위험을 택하기 전에 두 번 심사숙고하게 된다. 그런 다음에는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피하기 위해 규율과 타협에 양보하게 된다.

정치 외의 다른 직업, 예를 들어 의원 보좌관 외의 다른 일은 한 번도 해보지 않고 정치 지도자가 지역구를 얻고, 자신들의 세력권 내에서 재선되는 오늘날에도 그런 흐름은 뚜렷이 드러난다. 다른 사람들 역시 직업을 가졌다고는 하나, 겉보기만 그럴 뿐이다. 정부 부처 비서실이나 그 연관 직무 사이에서만 직업 경력을 쌓은 고위 공무원은 뭐라고 말할 것인가? 이 경력이 의원의 역량을 확인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혹시 어떤 지장이 되지는 않을까? 자신이 대표해야 하는 시민과 견줘볼 때, 어떤 직업에서 멀어진다는 것에는 분명 불편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 정치단체 간의 이념 차이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한 가지 이유로 생각해야 할까? 정치로 먹고산다는 것과 정치를 위해 산다는 것 사이의 긴장은, 민주주의 게임의 규칙에 대한 표면상의 합의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하다.

글•알랭 가리구 Alain Garrigu
주요 저서로 <이념을 위해 죽다: 알퐁스 보댕 사후의 삶>(벨레트르·파리·2010년 4월) 등이 있다.

번역•김계영 canari62@ilemonde.com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화사>(2006),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각주>
(1) 막스 베버, <지식인과 정치>, 파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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