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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와 ‘르 디플로’
‘르몽드’와 ‘르 디플로’
  • 성일권/본지 발행인
  • 승인 2010.07.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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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르 디플로’ 읽기]

 <르몽드> ‘매각’ 소식에 적잖은 독자들이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의 장래를 걱정하는 전화를 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르몽드>와 <르 디플로>의 독립성은 결코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욱이 <르 디플로>는 <르몽드>의 위기가 무색할 만큼, 독자의 확고한 지지에 힘입어 어느 매체보다 굳건한 재정 자립과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르몽드>의 기자조합과 사원조합은 매입자로 나선 베르제·니엘·피가스 등으로 구성된 ‘트리오’를 <르몽드>의 새 지배주주로 받아들이는 데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다행스러운 건 새 주주들이 <르몽드> 정신의 마지막 보루인 기자조합의 거부권, 편집권의 완전한 독립을 확약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또 <르몽드>의 독립에 필요한 자금을 조성해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르몽드>의 새 주인 중 단연 눈길을 끄는 사람은 피에르 베르제다. 이브 생로랑의 오랜 동성애 연인이던 그는 1962년 로랑을 설득해 이브생로랑사를 함께 설립하고, 카뮈·사르트르·콕토 등 당대의 지성인·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예술과 문학 분야에 전폭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온 인물이다. 1988년부터 5년간 국립오페라 바스티유극장의 책임자로 극장을 이끌기도 했다. 리오넬 조스팽의 사회당 집권 시절인 1999년, 동성애자의 합법적 연대를 공인하는 팍스법(PACS·시민연대계약법)이 통과하자, 연인인 이브 생로랑과 팍스에 서명하기도 했다. 성소수자 인권보호운동과 에이즈 퇴치운동에 앞장서온 그는 1981년 사회당의 미테랑을 지지한 것처럼, 2007년에도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을 적극 후원했다. 얼마 전 그는 2008년에 죽은 연인에게 바치는 저서 <이브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간하면서, 로랑과 함께 품은 사회연대의 꿈을 다시 확인했다. <르몽드>에 선뜻 자금 수혈을 결정한 것은 그의 이같은 일관된 삶과 맞닿아 있다.

기이하게도 상당수의 국내 언론은 <르몽드> 매각 소식에 ‘독립언론의 종말’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새 주주들이 ‘별난 사업가들’(중앙일보)이라거나, 내심 자신들만이 독립언론을 구가하는 듯한 논조를 폈다. <조선일보>가 <르몽드>를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가히 기겁할 정도다. “(매각에도 불구하고) <르몽드>가 지켜온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7월5일자)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 국내 언론에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난 당신들이 참 걱정이다.”

다시 우리의 매체, <르 디플로>로 돌아가보자. <르몽드>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르 디플로>의 활약은 눈부시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G7·8·20, 세계경제포럼(WEF) 등 세계화 진영의 ‘자본의 국제주의’에 맞서 ‘탈자본 국제주의’를 주창하는 세계사회포럼(WSF)과 국제금융관세연대(ATTAC)를 이끄는 주역들이 <르 디플로>의 필진이다. 늘 그렇듯이, <르 디플로>의 7월호 메뉴판은 쉽게 소화되지 않는 주제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도덕과 녹색에 기댄 자본주의의 환영, 제3세계의 경계적 삶과 뒤틀린 의료 문제, 한국의 정당 구조 개혁을 위한 보수 재구성 문제, 성소수자 문제, 그리고 한여름의 특집으로 선보인 ‘나쁜 장르 문화’의 실체 같은 주제는 오로지 <르 디플로>에서만 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일독이 아닌 열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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