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호 구매하기
미국의 민주주의에 관해
미국의 민주주의에 관해
  • 세르주 알리미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
  • 승인 2018.09.28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들은 아직 미국의 정치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미국의 중간선거는 집권 여당에 몇 번 참패를 안겨주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향후 치러지는 대선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1994년 중간 선거에서 이긴 공화당의 돌풍은, 클린턴의 강제적 형사사법제도(삼진아웃제)와 북미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던 민주당원들의 저항만을 잠재울 수 있었을 뿐이다(대다수 민주당원들은 당시 클린턴의 정책에 반대했다). 2010년에는 티파티 운동을 중심으로 결집한 보수주의자들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곤경에 빠트렸지만, 결국 오바마의 재선 성공은 자신들이 놓친 기회에 대한 아픈 기억만 되살렸을 따름이었다.(1)


그러나 오는 11월 6일로 예정된 중간선거는 2년 전부터 국제 질서를 교란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현상에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선거결과가 현 백악관 주인의 앞날을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출마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게 큰 골칫거리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서양 동맹과 서구의 민주주의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반역자라 비난한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은 모두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남미 갱단 MS-13의 끄나풀이라며 반박한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증폭되는 이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망상증은 이제는 마치 배경음악처럼 익숙해져서, 선거 후에도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여하튼 이런 이유로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 모두 대결 시에 지켜야 하는 게임의 규칙을, 그들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시킨 ‘미국식 민주주의’를 더 이상 지키지 않게 됐다.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딱히 파시스트라 칭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가 그를 신뢰를 잃은 불합리한 선거방식(틀린 말은 아니다)과 모스크바에서 공들여 제작된 (과장과 망상이 혼합된) ‘가짜 뉴스’ 덕분에 승리를 거둔 ‘푸틴의 닮은꼴’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시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면 아마도 각종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대통령 탄핵 절차에 돌입할지도 모른다.(2)

그리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열성적으로 지지하는, 자신이 언제나 피해자라고 느끼는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그들에 의하면 ‘트럼프 영웅’이 집권한 뒤 각종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적 엘리트들과 ‘딥 스테이트(deep state, 제도 밖의 숨은 권력집단)’는 트럼프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한다. 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하더라도 그들은 전혀 기죽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음모, 부정선거, 불법 이민자들의 표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미국 유권자 3명 중 2명은 ‘미국의 현 선거 제도가 평균 미국인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 공화당과 민주당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의견을 같이한다.(3) 양당 모두 과두제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양극에 치우쳐 있는 그들의 현재 대립상황을 볼 때, 평균 미국인의 안녕은 쉽게 얻어질 것 같지 않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1) Eric Alterman, ‘Le procès de M. Barack Obama 진보의 계륵, 약골 오바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한국어판 2011년 10월호.
(2) 상원의원의 2/3 이상이 찬성해야만 가능하다.
(3) 민주당원의 약 75%, 공화당원의 약 60%이 그렇게 생각한다. Gerald Seib, ‘The dangers of losing faith in democracy’,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2018년 7월 4일.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정기구독자님이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시 종이신문 과월호를 발송 드립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