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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더 미드와이프>
[서곡숙의 시네마 크리티크] <더 미드와이프>
  • 서곡숙
  • 승인 2018.10.08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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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의 교감, 일탈, 소통의 이야기

1. 산파 이야기

<더 미드와이프>는 산파의 이야기를 통해 생명에 대한 교감, 가족으로 인한 상처, 치유로 나아가는 소통을 보여준다. 조산원의 산파 클레어(까뜨린느 프로)는 35년 전 갑자기 떠난 새엄마 베아트리체(까뜨린느 드뇌브)와 재회하여 새엄마가 뇌종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마음이 심란해진다. 그리고 클레어는 조산원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의대에 다니던 아들 시몬이 산파가 되겠다고 하자 자신과 아들의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2. 인간과 기계 사이에서

<더 미드와이프>의 클레어는 조산원과 종합병원 사이에서 갈등하며, 그 갈등은 출산에 있어서의 산모와의 교감과 첨단기술 사이의 문제를 제기한다. 조산원이 재정 악화로 문을 닫게 되자 다른 산파들은 종합병원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클레어는 고민에 빠진다. 그녀는 자신의 경험보다는 첨단시설만을 강조하는 종합병원을 거절하고 자신의 소박한 조산원을 마련한다. 그녀의 이러한 결정에는 두 가지가 크게 영향을 끼친다. 첫째, 클레어가 28년 전에 헌혈해서 살려낸 아기가 산모가 되어 나타나고, 신생아에게 클레어의 아버지 이름인 “앙투완”을 붙이며 고마워하는 산모로 인해 산파로서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둘째, 클레어는 베아트리체가 준 호피무늬 스카프를 두르고 과감하게 자신의 문제에 부딪힌다는 점에서 베아트리체의 자유분방한 삶이 클레어의 삶에 영향을 준다.

클레어과 아들 시몬도 조산원과 종합병원 사이에서 갈등하며, 그 갈등은 아들의 꿈과 엄마의 꿈 사이의 문제를 제기한다. 시몬은 여자친구 루시의 임신으로 의대 본과에 진학하지 않고 산파로 일한다고 선언해 클레어를 실망시킨다. 클레어가 외과의사가 꿈이지 않았느냐고 말하자, 시몬은 엄마의 꿈이었다고 대답한다. 클레어는 베아트리체와의 이별, 아버지의 자살, 미혼모로서의 육아 등으로 상처를 받고 살아왔다. 그녀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산파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의사가 되기를 원하지만, 자신이 아들에게 부담을 준 사실을 깨닫게 된다. 클레어는 수영선수인 아버지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똑같은 얼굴의 시몬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산파로서의 클레어의 공적 갈등과 사적 갈등은 오버랩과 부조화로 표현된다. 시몬이 강에서 혼자 수영은 하는 모습은 클레어 아버지의 수영복 사진과 오버랩되면서 클레어가 자신의 아버지로 인한 상처와 자신이 아들에게 준 부담감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클레어 아버지인 앙투완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시몬을 보고 베아트리체가 눈물을 흘리면서 과거와 현재가 조우한다. 시몬이 여자친구 루시의 임신과 부모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말할 때 클레어는 기쁨의 말을 하면서 슬픔의 눈물을 흘린다. 이러한 사운드와 영상의 부조화는 산파로서 자신의 손주가 생긴다는 기쁨과 함께 그로 인해 자신의 아들이 의사를 포기하는 것에 대한 슬픔이라는 클레어의 상반된 감정을 드러낸다.

 

3. 규범과 일탈 사이에서

<더 미드와이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갈등은 규범적인 클레어와 일탈적인 베아트리체의 갈등이다. 클레어는 자유로운 성격의 새엄마인 베아트리체를 좋아하고 따랐으나 갑자기 떠나간 베아트리체와 그로 인한 충격으로 자살한 아버지로 인한 과거의 상처를 안고 있다. 다시 나타난 베아트리체는 클레어에게 계속 만나왔던 것처럼 허물없이 대하고, 술을 억지로 먹이고, 뇌종양 치료비와 수술비를 클레어에게 빌리고, 거주하던 집에서 쫓겨나자 클레어의 집에서 얹혀 살고, 자신의 장례식에 대해 요구사항을 말하는 등 철부지 행동을 거듭한다. 이에 클레어는 우린 절대 서로를 이해할 수 없고 친구도 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그런 클레어에게 인정머리 없는 딸이라며 베아트리체가 소리를 지르면서 갈등이 심각해진다.

하지만 베아트리체와 클레어는 앙투완에 대한 사랑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의 사랑을 되찾는다. 베아트리체는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게 되는데 그게 너 아빠이다.”라며 고백하면서 두 사람은 다시 교감하게 된다. 안전지향적이고 폐쇄적인 클레어는 베아트리체와의 교감으로 인해 자동차 사고에도 개의치 않게 되고 옆 텃밭의 폴과 사귀게 되고 술을 마시는 등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된다. 영화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클레어의 반감은 사실상 베아트리체에 대한 클레어의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베아트리체는 자신이 좋아하는 클레어에게 자유를 주고 앙투완과 닮은 시몬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사라진다.

영화는 소도구를 통해 베아트리체와 클레어의 갈등과 교감을 표현한다. 에머랄드반지는 베아트리체에 대한 앙투완의 사랑, 베아트리체에 대한 클레어의 거부감, 클레어에 대한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 등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베아트리체는 생계가 어려워지자 자신의 모든 물건을 전당포에 맡겼지만 앙투완이 선물한 에머랄드반지는 끝까지 간직한다. 베아트리체가 억지로 클레어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자 클레어는 그 반지를 빼버리고 나중에 돌려준다. 클레어는 베아트리체에게 키스하면서, “당신 키스에는 사랑의 힘이 있대요”라며 아버지의 말을 전한다. 베아트리체는 나중에 떠나면서 입술 키스마크가 찍혀 있는 편지와 함께 에머랄드반지를 클레어에게 선물한다. 그리고 영화는 베아트리체의 유채색 의상과 클레어의 무채색 의상을 대비시킨다. 호피무늬 스카프는 베아트리체의 자유분방함과 용기를 클레어에게 전이시키며, 규범에서 일탈로 나아가는 클레어를 표현한다.

침묵과 물은 죽음을 사운드와 이미지로 형상화한다. 베아트리체가 카드게임에서 돈을 잃는 장면, 수술 후 클레어를 바라보는 장면 등에서 주변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베아트리체의 시점숏과 함께 사운드의 묵음을 통해 불치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의 불길한 기운을 전달한다. 앙투완의 슬라이드 사진과 시몬을 함께 보여주고, 베아트리체가 앙투완과 똑같이 생긴 시몬에게 입을 맞추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때 물의 이미지는 과거 앙투완의 자살과 현재 베아트리체의 죽음을 연결시킨다. 수영선수였던 앙투완의 슬라이드 사진, 아들 시몬의 수영하는 모습, 물이 찬 보트, 물 속에 버려지는 베아트리체의 꽃다발 등으로 베아트리체의 사라짐과 죽음을 예고한다.

 

4. 고립과 소통 사이에서

<더 미드와이프>는 새엄마의 떠나감과 아버지의 자살 이후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온 클레어는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폴로 인해 고립과 소통 사이에서 갈등한다. 경계하는 클레어에게 폴은 텃밭에 감자를 심으라고 추천하고, 운전사로서 돌아다니면서 모은 캐비어를 함께 먹고, 보드카, 와인 등 술을 권한다. 클레어는 폴과의 소통을 통해 베아트리체를 용서하고, 시몬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게 된다.

클레어의 불안과 욕망은 로우 앵글과 보트/텃밭의 대비로 표현된다. 폴이 클레어에게 눈을 감게 하고 절벽 위로 데려가는 장면, 폴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출근하는 클레어를 부르는 장면 등에서 로우 앵글은 새로운 관계에 대한 클레어의 불안과 욕망을 나타낸다. 햇살이 비치는 텃밭은 감자가 많으니까 먹고 살 걱정하지 말라는 폴의 격려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나타낸다. 반면에, 서서히 떠내려가며 가라앉는 보트는 아버지와 새엄마가 남긴 상처와 사랑이 과거 속으로 사라짐을 형상화한다.

 

5. 소명감과 과거/현재/미래

클레어는 규범적이고 폐쇄적인 삶에서 일탈적이고 개방적인 삶으로 나아간다. 깊은 정과 굳은 신념을 보여주는 클레어는 바로 마르탱 프로보스트 감독의 실제 경험에서 형상화된 인물이다. 감독은 산파 이본 앙드레가 자신이 태어난 직후 헌혈을 해주었고 자신의 출생 신고를 해 준 것을 알게 되고는 큰 감동과 감사함을 느낀다. 그래서 감독은 이본 앙드레를 위해 어떤 대가도 받지 않으면서 묵묵히 음지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돕는 산파로서의 클레어의 소명감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고 미래의 희망을 품는 원동력이 된다.

 

 

글: 서곡숙
영화평론가. 비채 문화산업연구소 대표, 세종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영화평론가협회 기획이사, 서울영상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코미디와 전략』, 『영화와 N세대』등의 저서가 있으며, 현재 장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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