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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하늘 아래에서
흐릿한 하늘 아래에서
  • 장자크 강디니
  • 승인 2018.11.29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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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위원 우수작] 본지 번역위원 선발시험에 모두 78명이 응모한 결과, 서류심사와 번역심사를 거쳐 총 5명을 선발했으며, 합격자는 개별 통지했습니다. 이 가운데 우수작 2편을 12월호에 게재합니다. 프랑스어 원문은 인터넷판에 동시 게재됩니다.

 

1960년생 작가 위화(余華)는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모옌(莫言)과 함께 오늘날 가장 유명한 중국 작가로 꼽힌다. 두 장편소설 『살아간다는 것』(장이머우 감독이 1994년 영화화한 동명의 원작)과 『형제』의 국제적인 성공은 위화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1) 여기에서 소개하는 책은 지난 80년대와 90년대에 출판된 위화의 중편소설 5편을 묶은 작품집으로, 중국의 시대적 전환기였던 당시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위태롭고 예기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는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유복한 삶을 누리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해 인생의 단편을 드러낸다. 작품 『어느 지주의 죽음』에서 작가는 1937~1945년 중일전쟁 시기의 중국으로 독자들을 인도한다. 돈 많고 한가한 늙은 지주 마 씨는 매일 같이 마을 농부들의 공손한 인사를 받으며, 젊은 시절부터의 오랜 버릇대로 마을 입구에 있는 뒷간을 찾는다.

마 씨는 노쇠해 덜덜 떨리는 다리로 힘겹게 쭈그리고 앉아 볼일을 보는데, 별안간 하늘에 날아든 일본군 비행기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균형을 잃고 그대로 똥구덩이에 빠지고 만다. 때마침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아버지를 찾으러 마을에 나온 그의 아들이 마 씨를 발견해 구덩이에서 끌어내지만, 마 씨는 아들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나쁜 자식이라고 냉대한다. 그러나 그렇게 냉대받는 그의 아들은 후일 잔혹행위를 서슴지 않는 일본 군부대를 함정에 빠트리려고 스스로를 희생하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인다.

『여름의 태풍』에는 영웅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는 “영웅은 노예제 옹호자, 자본가, 착취 계급”이라고 주장하며, 역사를 만드는 것은 민중들이지 중국 고전에나 등장하는 미화된 영웅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정치 선생’이라는 인물을 통해 정통 마르크스주의적 교훈을 제시한다.

그러나 작가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는 재앙이나 정열과 같은 운명의 무게감이다. 『4월 3일 사건』에서는 한 소년이 자신을 괴롭히는 알 수 없는 “모종의 음모”에 맞선다. 하지만 소년은 악몽 같은 환영에 시달린다. “(사라졌던) 얼굴은 온전히 돌아왔어도 목은 온데간데없고, 목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브래지어가 걸려있다.”

야릇한 분위기가 맴도는 『전율』은 한 시인이 12년 전에 쓰인 한 통의 연애 편지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시인은 그 편지를 쓴 여인을 찾아가 마음을 얻으려 하지만, 그녀는 시인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당신은 내게 다가오는 듯하더니, 나를 지나쳐 다른 여자를 향해 갔어요”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 여자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글의 첫머리에서부터 어떻게 당신의 몸이 그녀의 몸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였는지, 어떻게 그녀가 당신의 허벅지에 턱을 묻은 채로 한 손으로는 고환을 애무했는지를 알려 줬지요”라고 덧붙인다.

작가 위화는 기발하고 간혹 긴장이 감도는 이야기를 솜씨 좋게 풀어내며 ‘두려움의 세계’로 다가간다. 그런 점에서 최근 포켓북으로 출간된 몽환 소설 『제7일』을 함께 감상해보는 것도 좋겠다.(2) 이 소설에는 너무 가난해서 자신의 묘지를 구할 돈조차 없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는 죽고 나서 7일 동안 연옥에 머무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오갈 데 없는 다른 떠돌이 영혼들을 만나 오랜 시간 품어왔던 인생에 대한 의문을 하나씩 풀어가게 된다.

 


글·장자크 강디니 Jean-Jacques Gandin

번역·이푸로라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KDI 국제정책대학원 졸업.

 

(1) 위화, 『Vivre(살아간다는 것)』, Actes Sud, 2008년 (초판: Le Livre de poche, 파리, 1994년); 『형제』, Actes Sud, 2008년.
(2) 위화, 『Le Septième jour(제7일)』, Actes Sud, Babel 총서, 2018년.

 


 

[원문]  Sous un ciel incertain

Mort d’un propriétaire foncier et autres courts romans
de Yu Hua

Traduit du chinois par Angel Pino et Isabelle Rabut
Actes Sud, Arles, 2018, 368 pages, 22,80 euros.

Yu Hua, né en 1960, est probablement aujourd’hui, avec Mo Yan (Prix Nobel de littérature en 2012), le plus connu des écrivains chinois, grâce au succès international rencontré par deux de ses romans, Vivre ! – que Zhang Yimou a porté au cinéma sous le même titre en 1994 – et Brothers . Ce recueil de cinq courts romans leur est pour l’essentiel antérieur : ces textes ont été publiés au tournant des années 1980-1990.
Yu Hua propose ici des tranches de vie, en dépeignant avec acuité le comportement de Chinois relativement aisés, dans un monde hanté de menaces et de risques imprévus. Le roman-titre, Mort d’un propriétaire foncier, nous plonge dans la guerre sino-japonaise de 1937-1945. Le vieux seigneur Ma, riche oisif, est toujours salué chapeau bas par les paysans lors de son trajet quotidien vers la fosse d’aisance située à l’entrée du village – une habitude qu’il a gardée de sa jeunesse. Là, accroupi en équilibre précaire sur ses vieilles jambes, il est soudain perturbé par le passage dans le ciel d’un avion de reconnaissance japonais, perd l’équilibre et se retrouve plongé dans une mare d’excréments. Son jeune fils, venu le chercher pour le dîner, le sort de là. En guise de remerciement, il le traite de « bâtard ». Mais le bâtard va se révéler un héros christique en entraînant ses tortionnaires de l’armée japonaise au fin fond d’un piège.
Pas de héros, en revanche, dans Typhon estival, où Yu Hua donne tout à trac une leçon d’orthodoxie marxiste par l’entremise du « professeur de politique », qui rappelle que ce sont les masses qui créent l’histoire, et non les héros magnifiés dans les récits de la Chine ancienne : « Les héros, ça désigne les esclavagistes, les capitalistes, la classe exploiteuse. »
Mais c’est le poids du destin qui est vraiment au cœur des préoccupations de l’auteur – catastrophes ou passions. Dans L’Affaire du 3 avril, un adolescent « réduit à néant le complot » qui est en train de se tramer contre lui, mais subit des visions de cauchemar : « Il vit émerger un visage entier mais sans le cou, avec un soutien-gorge à la place du cou. » Fond érotique qu’on retrouve dans Frissons, où un poète tombe par hasard sur une lettre amoureuse écrite douze ans plus tôt. S’il arrive à retrouver son auteure et cherche à la séduire, elle lui rappelle que, à leur première rencontre, elle l’a vu se diriger vers elle ; puis, lui dit-elle, « vous avez bifurqué et vous vous êtes dirigé vers une autre femme ». Qui s’est ensuite « mis en tête d’écrire un roman. D’entrée de jeu, elle révélait comment votre corps avait glissé de sur le sien… comment elle avait posé son menton sur votre cuisse tandis que sa main caressait vos testicules ». Yu Hua arpente le « monde des peurs » avec un brio inventif, saisissant, parfois, qu’il est réjouissant de faire entrer en résonance avec Le Septième jour, roman onirique qui vient de sortir en poche : un mort trop pauvre pour s’offrir une sépulture est condamné à demeurer dans un entre-deux où il rencontre d’autres errants et donne peu à peu sens aux vieilles questions de sa vie…

Jean-Jacques Gand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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