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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인류 공동체의 밑그림
균형 잡힌 인류 공동체의 밑그림
  • 김재명
  • 승인 2010.08.0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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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르몽드 세계사 2: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  최서연·이주영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2010

21세기의 문턱을 갓 넘은 지금도 지구촌엔 전쟁이 그치지 않는다. 해마다 1천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은 전쟁(대부분 내전)이 15개 안팎으로 벌어져왔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군비·군축·국제안보 연감>(2010)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년 동안 1천 명 이상 희생자를 낸 전쟁은 전세계에 걸쳐 모두 17개가 터졌다(2008년 16개, 2007년 14개, 2006년 17개, 2005년 17개, 2004년 19개).(1) 희생자 1천 명 이하의 유혈 충돌과 테러 행위는 지구촌 곳곳에서 지금도 벌어진다. 그런 폭력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혼란을 느끼기 마련이다. 우리 인간은 왜 전쟁과 테러를 벌이는가. 유혈 충돌은 불가피한가. 평화로운 지구촌의 모습은 이루지 못할 꿈인가. 물음들은 꼬리를 문다.

“이라크의 전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오사마 빈 라덴의 9·11 테러에 관련이 있다고 믿는가요?” 지금 미국 뉴욕시 맨해튼 거리에 나가 지나가는 아무 사람을 붙잡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치자. 그러면 어떤 대답을 듣게 될까. 2003년 3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무렵, 많은 미국인이 사담 후세인이 9·11 테러(2001년 9월)의 배후 인물이라 믿었다. 2003년 9월 9·11 테러 2년째를 맞아 <워싱턴 포스트>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9%는 “후세인이 9·11 테러에 관여했다고 믿는가”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했다.(2) 실제로 후세인은 빈 라덴과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 ‘반미’라는 공통점을 지녔음에도, 세속적인 정치인 후세인과 금욕적인 투쟁가 빈 라덴은 동맹자가 되기엔 서로를 껄끄럽게 여겼다.

유혈은 불가피한가, 평화는 꿈인가

많은 미국인이 후세인-빈 라덴 관계를 왜 잘못 알고 있었을까. 이라크 침공으로 이득을 챙기려는 세력(군수업자, 유대인 로비스트 등)이 정치권과 언론을 장악하고 그렇게 선전을 해댔기 때문이다. 결국 국제 문제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 균형 잡힌 관점이 중요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21세기 지구촌 이슈를 둘러싼 실체적 진실을 어디서 듣고 판단할 것인가. 국제관계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펴낸 <르몽드 세계사>를 감히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독자가 복잡한 국제 이슈를 올바른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이끄는 친절한 길잡이다. 2년 전의 제1권(‘우리가 해결해야 할 전 지구적 이슈와 쟁점들’)에 이어 최근에 나온 제2권의 부제목은 ‘세계질서의 재편과 아프리카의 도전’이다. 실제 내용은 제1권과 마찬가지로 전 지구적 이슈를 두루 다룬다.

이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다. 제1부 ‘새로운 역학관계’는 이른바 세계화란 이름 아래 진행돼온 신자유주의로 비롯된 양극화의 문제점을, 제2부 ‘세계를 보는 시각’에선 달러와 군사력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세계지배 패권이 도전받는 모습을 비쳐준다. 이어 제3부 ‘에너지의 도전’은 석유시대의 종말을 내다보면서 많은 이들이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온 자본주의적 에너지 소비 논리를 비판한다. 제4부 ‘계속되는 분쟁’은 이라크·아프가니스탄·팔레스타인·카슈미르·체첸 등 21세기 유혈 분쟁의 실상을 살펴보고, 끝으로 제5부 ‘전환점을 맞은 아프리카’는 고질적인 빈곤과 전쟁, 강대국의 채무에 시달려온 검은 대륙의 아픔을 애정 어린 눈길로 어루만지며 나름의 치유책을 내놓는다.

중립·객관적이려면 뒤집어라

이 책의 강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독자로 하여금 강대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시야로 사물을 바라보며 생각하도록 이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친미 국가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미국의 코드에 맞춰 현실을 받아들이기 십상이다. 미 언론이 이라크 반미 저항세력을 ‘테러분자’로 낙인찍어 기사를 내보내면 한국 언론은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다. 독자도 이렇다 할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라크나 제3국의 시각에선 ‘테러리스트’란 표현보다 ‘저항세력’(또는 게릴라)이라 해야 객관성을 지닌다. <르몽드 세계사>는 우리로 하여금 좀더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야를 갖도록 이끈다.

둘째, 이른바 세계화가 낳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드러내 실상을 알리고 대안을 모색한다.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에 밀려 후발 약소국의 보호주의 무역장벽은 무너졌다. 민족자본이냐 매판자본이냐를 따지는 사람은 낡은 세계관을 지닌 인물로 손가락질받는다.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 노동조합 간부들은 입으로는 ‘노동자 권익 옹호’를 말하면서도 비정규직이나 하청기업 노동자의 어려움을 나 몰라라 하는 세상이다. <르몽드 세계사>는 신자유주의를 ‘부자들이 부르는 인터내셔널가’라고 잘라 말한다. 신자유주의가 누구를 위한 이데올로기인지를 폭로하면서, 세계화 그늘에서 눈물을 흘리는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인류 공동체의 밑그림을 그려낸다.

셋째, 다양한 국제 이슈를 시각적인 그래픽 자료와 더불어 알기 쉽게 풀어줌으로써, 국제 문제가 나와는 상관없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자연스레 허문다. 중국의 성장세는 미국의 세계지배 패권 구도를 언제 깨뜨릴 것인가. 해마다 1천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낳는 전쟁으로 이득을 보는 세력은 누구이고, 전쟁의 희생자는 누구인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1t 트럭을 몰고 골목마다 누비는 채소 장수에게 중동 지역의 정치·경제적 불안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가. 우리가 중동의 평화를 기원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는 무엇인가. <르몽드 세계사>는 이런 물음에 대해 독자에게 나름의 답을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 책의 주요 필자는 노엄 촘스키를 비롯한 해외 석학이고, 주요 항목마다 한국 필진(강수돌·김광수·김연철·성일권·신주백·홍기빈)의 글을 덧붙였다. 한국의 시각에서 국제 이슈를 바라보는 것은 필요한 작업이다. 오늘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촌의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의 쟁점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것인가를 놓고 혼란과 답답함을 느끼는 한국 독자에게 <르몽드 세계사>는 믿음직한 방향타 노릇을 하리라 본다.

보라, 변방이 전진하고 중심이 후퇴한다
동양이 반드시 동양도 아니며
서양이 반드시 서양도 아니다.
정체성은 여러 가지로서
성채나 참호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무드 다르위시, ‘아몬드 꽃처럼, 아니 더 멀리’ 중에서

글•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겸 작가. 성공회대 겸임교수(정치학 박사)로 재직하며, ‘국제분쟁과 세계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나는 평화를 기원하지 않는다>(2006), <석유 욕망의 샘>(2007),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2009) 등이 있다.

<각주>
(1) www.sipri.org/yearbook/2010.
(2) Dana Milbank and Claudia Deane, Hussein Link to 9/11 Lingers in Many Minds, <워싱턴 포스트> 2003년 9월 3일자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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