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여수 산단 지역 소재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기업들은 즉각 사과문을 내고 관련 시설의 폐쇄를 결정했다.
17일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은 여수산단 지역 기업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황산화물 등을 속여서 배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규모에 따라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 측정해야 한다.
환경청이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4개 업체가 여수 산단 지역 다수 기업들의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조작했다.
적발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는 여수 산단 등에 위치한 235곳의 배출사업장에 대해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청은 235개 업체 중 31개가 측정대행업체와 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추정하고 6개 업체를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204개 업체는 공모 관계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측정 조작 사실이 확인됐다.
적발된 업체 중에는 LG화학(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여수 1·2·3 공장) 등 대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의 경우 염화비닐 등 특정 대기유해물질이 배출기준을 초과했음에도 기준 이내인 것으로 조작해 강화된 배출허용기준 적용을 회피했다.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부회장)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해당 생산시설을 폐쇄키로 했다. 신 부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장 인근 지역주민과 관계자분들께 환경에 대한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모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선 염화비닐 배출과 관련해서는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조치를 취한 상태이며 현재는 법적 기준치를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 폐쇄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신 부회장은 "지역주민과 관계자분들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과 건강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화케미칼도 이날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반성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다만 한화케미칼은 "피의자로 지목된 담당자에 대한 자체 조사는 물론 조사 기관에서 2회에 걸쳐 소환조사를 했지만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공모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인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공모에 대한 어떠한 증거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해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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