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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미국서 SK이노 '영업비밀' 제소
LG화학, 미국서 SK이노 '영업비밀' 제소
  • 김진양 기자
  • 승인 2019.04.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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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인력 빼가기로 기술 유출 " vs SK "정당한 영업 활동"

LG화학이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 인력들을 대거 빼가면서 2차 전지 관련 핵심 기술이 유출됐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은 29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 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는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을 기점으로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들을 발견했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로는 미국 ITC와 연방법원이 소송 과정에 강력한 '증거개시' 절차를 두어 증거 은폐가 어렵고 이를 위반 시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진다는 점을 들었다.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ITC가 5월 중 조사 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 중 예비판결, 하반기 중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인력 유출 관련 일지. 자료/LG화학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인력 유출 소송 관련 일지. 자료/LG화학

앞서 LG화학은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올해 초 LG화학은 2017년 당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핵심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전직금지가처분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LG화학 측은 "앞선 자제요청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핵심인력 채용 과정에서 유출된 영업비밀 등을 2차전지 개발과 수주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행위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LG화학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7년부터 불과 2년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 이 중에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됐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핵심기술 유출우려가 있는 LG화학 인력을 대상으로 추가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화학은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음을 확인했다.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 리더,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 있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이를 통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으며 또한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400~ 1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유출된 LG화학의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고,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실제 2016년 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30GWh에서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 LG 화학 측은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LG 화학의 2 차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고 이들을 통해 조직적으로 영업비밀을 유출해간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해 전사 연구개발비로 1조원 이상을 투자했고, 이 중전지분야에만 3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특허건수는 1만6685건에 달한다.

한편, LG화학의 이 같은 조치에 SK이노베이션은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함에 따른 국익 훼손 우려 등의 관점에서 먼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LG화학이 제기한 문제들을 명확하게 파악해 필요한 법적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제기한 인력 빼가기 주장에 대해 "경력직으로의 이동은 당연히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이동 인력 당사자 의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투명한 공개 채용 방식으로 국내외서 경력직원을 채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톱3 배터리 기업이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사업 본연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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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김진양 기자 jy.kim0202@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