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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그날 바다에 유령선은 누가 왜 띄었을까?
[송영애의 시네마 크리티크] 그날 바다에 유령선은 누가 왜 띄었을까?
  • 송영애(영화평론가)
  • 승인 2020.04.2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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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2020년 4월 15일 김지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유령선>이 개봉됐다. 이 영화는 2018년 4월 12일에 개봉됐던 김지영 감독의 <그날, 바다>에 이어지는 영화로서, 세월호 참사의 실체를 또다시 추적한다.

 

- <그날, 바다>가 제기했던 문제들

 

2년 전 <그날, 바다>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세월호의 사고 지점과 사고 원인이 모두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사고 당시 배 안에서 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을 제시했다. 승객 휴대전화, (일부만 남았지만) CCTV, 차량 블랙박스를 통해 기록된 영상들은 분명 공식 발표와는 다른 장소와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세월호를 목격했던 두라에이스호 선장 등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면서 <그날, 바다>는 공식 발표의 근거로 제시됐던 세월호의 항적 기록인 ‘AIS 데이터’가 조작된 것 같다고 의심했다. 세월호 안에서 촬영된 영상들과 생존자, 목격자와의 증언과는 전혀 맞지 않는 데이터였기 때문이었다. 청문회에서 관련 전문가도 인정했듯이 데이터 자체도 이상했다.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그날, 바다>가 개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기존 공식 발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조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AIS 데이터는 세월호 참사를 ‘단순 해양사고’로 보는 근거가 됐고, 관련 재판 판결에 증거로도 채택됐다.

지난 4월 18일 아트나인에서 <유령선> 상영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김지영 감독은 <그날, 바다>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비롯해 언론의 취재, 관련 재조사 등이 진행되길 기대했다고 했다.

<그날, 바다>는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높은 흥행 성적인 54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까진 성공했다. 당시 활동 중이던 선체조사위원회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며 실체 규명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그날, 바다>의 제작진들은 음모론자로 몰렸다.

이번에도 그 근거로 AIS 데이터가 활용됐다. 국내 관제소에서 세월호로부터 수신받아 저장하고 있던 AIS 데이터와 동일한 데이터가 네덜란드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장비 이상으로) 데이터 자체가 좀 이상하게 생성되기는 했지만, 동일한 데이터가 네덜란드에도 있으니 조작된 게 아니라는 논리였다. (이후 확인해보니, 네덜란드에서 발견됐다는 데이터는 국내 데이터와 동일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결국 2018년 8월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AIS 데이터는 조작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고, 침몰 원인은 규명하지 못한 채 ‘외부 충격’과 ‘선체 결함’ 모두 가능하다는 내용이 결과보고서에 작성됐다. 그리고 <그날, 바다>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은 잊히는 듯했다.

 

- <유령선>이 다시 요구하는 것들

<그날, 바다> 이후 2년이 흘렀다. 이번에 개봉된 <유령선>은 음모론자로 몰렸던 <그날, 바다>에서 제기했던 문제들을 보다 구체적으로 다룬다. AIS 데이터 조작의 흔적까지 찾아냈다.

AIS 데이터에는 관제소와 주고받은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배들과 주고받은 데이터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만약 세월호의 데이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다른 배들과 주고받은 데이터도 조작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배들의 데이터도 조작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어찌 보면 그 시작은 우연이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여러 국회의원이 국내 관제소에 사고 당시 세월호의 AIS 데이터를 요청했다. 그런데 김현 의원은 사고 당시 제주 관제소에서 수신한 모든 선박의 AIS 데이터를 요청해 받았다.

 

<유령선>(김지영, 2020) 스틸

<그날, 바다> 제작진들은 개봉 이후, 국회의원들이 확보했던 데이터들을 정리하던 중, 김현 의원이 받은 세월호를 포함한 수많은 선박의 데이터에서 이상을 발견하고, 전수 조사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중에서 스웨덴 군함의 데이터를 찾아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근처에 스웨덴 군함이 있었다니? 게다가 데이터상의 위도와 경도를 해독해보니, 스웨덴 군함의 위치가 중국 선전시 도심이었다. 스웨덴 정부는 해당 데이터가 자신들의 군함 데이터가 아니라고 확인해 주었다. 스웨덴 군함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선이었다. 유령선은 더 있었다. AIS 데이터를 생성하지 못하는 소형 어선들의 데이터까지 발견됐다.

 

<유령선>(김지영, 2020) 스틸
<유령선>(김지영, 2020) 스틸

영화 <유령선>은 누군가 세월호 AIS 데이터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배의 데이터까지 조작할 수밖에 없었고, 조작한 데이터를 제주 관제소에 옮겼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영화적으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영어와 기호들로 복잡하게 조합된 데이터들을 애니메이션을 동원해 설명한다. 낯선 용어들은 의인화되어 아빠 데이터, 아들 데이터 등으로 명명되고, 귀여운 외모의 캐릭터로 시각화된다.

 

<유령선>(김지영, 2020) 스틸

영화 초반은 영화 초반은 중국어 내레이션이 깔리는 스릴러 애니메이션이다. 개봉 전에 공개된 영상으로서, 데이터 조작범의 시선에서 짧은 스토리가 전개된다. 초반 애니메이션을 보며, 이 영화가 끝까지 허구를 기반으로 한 영화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영화 마지막에 조작범을 비롯해 조작을 의뢰한 이들까지 모두 잡는 해피엔딩도 잠시 상상했다.

 

<유령선>(김지영, 2020) 스틸

<유령선>은 5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영화다. 세월호 AIS 데이트가 조작되었다는 것을 보다 명확하게 증명한다. 관련 해외 기관과 전문가들에게도 확인을 받는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대한민국 검찰에게 수사를 요구한다. 

 

- 그날 바다에 유령선은 누가 왜 띄었을까?

세월호 참사 후 6년이 흘렀다. 아직은 밝혀지지 않은 게 너무 많다. 의문 없이, 온전히 애도하고, 위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재조사와 수사 등에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문제제기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날, 바다>, <유령선>을 비롯해 다양한 시선에서 제작된 영화들을 관람하는 것도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글:송영애
영화평론가.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한국영화 역사와 문화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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