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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과 연대의 서사, 그리고 믿을 것은 ‘나’라는 신념
탈출과 연대의 서사, 그리고 믿을 것은 ‘나’라는 신념
  • 정민아 l 영화평론가
  • 승인 2021.12.01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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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평상이 뽑은 2021년 한국영화 10선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 상황이 2년째 지속되면서, 2021년에도 극장은 정상화되지 못했다. 당연히 영화제작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동시에 스트리밍 영화관람 체제가 일상화됐다. 이제 집에서 편하게 OTT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뉴노멀’이 되고, 극장용 영화는 홈시어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네마’ 고유의 체험공간으로 특화되는 듯하다. 

2년간 이어진 예외상황에서 한 해 한국영화를 결산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작영화 제작이 원활하지 않고, 극장 개봉을 미루다 OTT로 직행한 경우도 있다. 극장은 오지 않는 관객을 기다리는 대신, 독립예술영화나 재개봉작에 관을 할당해 마니아층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언택트가 뉴노멀이 돼가는 지금, 극장은 OTT와의 공존을 현실로 수용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아카데미 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가 일찌감치 입장을 바꾼 것처럼, 올해의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도 OTT 오리지널 영화까지 포함해 한 해를 되돌아봤다. 매체 간 경계가 불명확해지는 현재, 시네마를 극장과 OTT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졌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며, 영평상은 조금씩 입장을 선회했다. ‘시대와의 공명’이 영화 및 영화평론의 사명이라는 점에서도, 이런 변화를 거스르기는 어려웠다.

영화평론가들이 시상하는 영평상은 여타 영화상과 차별화된 시선으로 영화를 뽑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형식의 독창성, 내용에 구현된 시대정신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2021년 영평상 10선에는 다음 영화들이 이름을 올렸다. (가나다 순)

 

·   <내가 죽던 날>(박지완)
·   <모가디슈>(류승완)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종필)
·   <세자매>(이송원)
·   <소리도 없이>(홍의정)
·   <승리호>(조성희)
·   <인질>(필감성)
·   <인트로덕션>(홍상수)
·   <자산어보>(이준익)
·   <콜>(이충현)

 

지난 몇 년간 한국영화계의 두드러진 현상이었던 걸출한 여성감독의 연출작이나 여성서사 영화들이 올해의 10선에도 여지없이 올라왔고, 올해에는 두 명의 신인 여성감독(<내가 죽던 날>, <소리도 없이>), 세 편의 여성 서사 영화(<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세자매>, <콜>)가 포함됐다. 사극, SF, 호러, 스릴러, 가족드라마 등의 장르적 다양성이 어느 때보다 눈에 띄었다.

사극(<자산어보>)과 시대극(<모가디슈>,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그리고 본격 스페이스 오페라로 비평적 평가를 획득한 <승리호>, 치밀한 각본과 연기 위에 쌓아올린 공포감이 빛을 발하는 <콜>, 가족 이야기를 들춰내자 수면으로 떠오르는 각자의 트라우마들과, 숨막히는 긴장감이 극을 지탱해가는 <세자매>,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변두리 인간들의 욕망의 충돌로 서스펜스를 끌어가는 <소리도 없이> 같은 영화들은 한국영화의 장르적 스펙트럼을 넓고 다양하게 보여줬다.

 

<내가 죽던 날> 스틸컷

감독상과 작품상을 놓고 최종 경합을 벌인 <자산어보>와 <모가디슈>는 이준익과 류승환, 두 베테랑 감독들의 귀환에 존경과 응원을 보내게 했다. <소리도 없이>, <내가 죽던 날>, <콜>, <인질>을 연출한 홍의정, 박지완, 이충현, 필감성 등 네 명의 재능있는 신인감독은 한국영화가 앞으로 성큼 더 발전할 것임을 확신하게 했다. <인트로덕션>의 홍상수 감독은 언제나 그렇듯 해외 예술영화계에서 환영받는 인물이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건재함을 보여줬다.

2021년 한국영화 10선에서는 어떤 경향성이 엿보인다. 영화는 한 시대의 역사이자, 그 시대 대중의 멘탈리티와 욕망을 투영한다. 10편의 우수작을 선정하고 시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이 작품들이 무엇을 보여주는지 밝히는 것이다. 필자는 영화평론가들이 뽑은 10편의 영화가 어떤 시대적 징후를 반영하는지, 몇 개의 키워드로 분석해보려고 한다. 그 키워드로 필자는 ‘탈출’, ‘연대’, ‘믿을 것은 오직 나’를 뽑아봤다. 

 

탈출과 연대의 서사 

팬데믹 상황 속에서, K-콘텐츠는 ‘신한류’라고 불릴 만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대, ‘온택트’와 느슨한 연대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활동이 일상화된 지금,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에 따른 성찰과 함께 한국영화는 장르와 내용에서 많은 변화를 보여준다. 팬데믹 영향은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 유행처럼 번져가는 특정 유형의 작품들을 관객에게 선보이며 시대를 증언한다. 사람-인권, 연대-공동체에 대해 진지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며, 영화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팬데믹 위기가 영화계에 변화의 기회를 선사한 셈이다. 우선 두드러지는 것은 과감한 장르의 도약이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과 연대가 강화되면서, 한국영화는 글로벌 관객을 아우르는 기회를 만났다. 한국영화가 글로벌 시장에 호소력을 가지자 과감한 장르 진화를 꾀하고 있고, 크리처 호러, 하드코어 스릴러, 스페이스 오페라 등 다양한 새로운 장르가 나타나고 있다. 

이 시대 많은 한국영화가 감염·감금 상황 속에서의 탈출을 서사의 주요 동력으로 삼는다. 10선 중 <모가디슈>, <소리도 없이>, <세자매>, <콜>, <승리호>, <인질>은 재난 등 공포상황, 혹은 심리적 트라우마로 인해 물리적, 정서적으로 감금된 주인공이 탈출하려는 시도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대중매체의 재난과 공포 서사는 대개 시각적 요소, 스펙터클에 의지함으로써 서사를 단순화했다. 그러나 팬데믹이 불러온 일상의 급변을 체험하면서, 대중문화 콘텐츠의 내용과 주제는 생존 본능을 기반으로 변화 중이다. 이런 서사적 변화를 10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모가디슈> 스틸컷

감독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음악상 등 영평상 4개부문을 수상한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UN 가입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와 북한 정부가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던 때, 내전이 시작되면서 남과 북 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이 고립된 도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드라마 이상으로 파란만장했던 실화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적 각색을 거쳐 풍부한 서사와 캐릭터가 더해졌고, 여러 가지 사회적 맥락이 녹아들었다. 

지금은 해적의 나라가 돼버린 소말리아. 그 나라의 내전, 해빙기 이전 냉전 무드였던 남북관계, 경제성장이 활발하던 남한과 고난 직전의 북한의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정치사회적 배경을 이해하며 탈출 서사를 따라간다. 그리고 남북의 연대가 승리를 만들어냈으나, 서로 반대 방향으로 떠나야 했던 주인공들의 뒷모습이 깊은 잔상을 남긴다. 

사회적 맥락에서 드러나는 모순적인 상황을 극복하고자, 적대적 관계인 남북이 연대해 탈출에 성공했다는 서사적 결말은 지금도 적대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반도의 정치적 상황에 역사적 깨달음을 던져준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서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이 영화가 지닌 큰 장점은 과거 어느 시점으로 들어가 현재를 발언한다는 점과 함께, 어쩌면 선언적이될 수도 있는 정치사회적인 요소를 오락적으로도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소년 전투병까지 기관총을 난사하는 가운데, 네 대의 차가 탈출-생존을 위해 긴박하게 달리는 장면 속에는 폭력적인 상황을 스펙터클로 전시하지 않기 위해 맥락을 정교하게 구성했다. 누군가의 비극을 ‘보고 즐길거리’로 치환하지 않기 위함이다. 기관총 세례의 중심으로 들어간 카메라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본능을 절절하게 전달한다. 또한 잔혹한 광경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이데올로기나 국가의 대립 등을 작게 만든다.

목숨이 걸린 위기 속에서 잠시나마 동지가 된 그들은, 감정과잉의 신파를 배제한 여백에 ‘인류애’라는 철학적 명제를 남긴다. 한국에서만 가능한 ‘분단영화’의 성과를 보여준 이 작품은, 배우들의 뒷모습에도 표정을 담고, 서서히 멀어지는 차량 동선에도 감정을 살리며 연출의 깊이를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들의 각성과 연대는 탈출 서사가 성공하기 위한 기본적인 요소다. 영웅의 고귀한 희생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가 빚어낸 승리를 추구하는 것이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이다.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어려워진 상태가 일반화되면서 ‘생존’이라는 용어가 핵심적인 과제로 등장했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존하는 법’을 찾아내는 것. 그것이 모두가 생존하는 길이라는 것을 마치 이 시대에 무의식적으로 체득한 것처럼, 한국영화는 ‘연대’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다. 

 

<소리도 없이> 스틸컷

각자의 욕망에 따라 괴물도, 가족도 될 수 있는 치열한 경쟁의 자본주의 환경에서, 한국영화는 가족과 사회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가족의 의미가 확장된 사회에서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고 어우러지면서 모두가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소리도 없이>는 감금하는 자와 감금당하는 자, 모두가 주변부 존재로서 ‘연대를 통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본능적 감각에 따라 감정적 유대를 형성한다. 이런 서사방식은 인간관계와 가족(혹은 유사가족)에 대해 질문한다. 그러나 이들의 느슨한 연대는 곧 깨진다. ‘뒤바뀌는 처지’라는 반전에 의해서다.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연기인지, 생존이 최고의 화두가 된 시대에 큰 깨달음을 남긴다.

 

<승리호> 스틸컷

 

<인질> 스틸컷

하지만 ‘생명의 공동체’에 대한 희망은 유효하다. 극한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지키기를,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전한다. <인질>과 <내가 죽던 날>,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승리호> 또한 극한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연대할 때,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이 영화들은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상황 속에서, 느슨한 연대로나마 서로 존재를 확인하고 위로하는 공동체의 가치,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사람들을 은유한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생존투쟁은 오히려 자본주의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인류는 고립이 아니라 연대를 통해 성장해왔다. 위기의 시대,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이 더욱 확고해졌고, 따라서 공동체 유대와 연대의 감각이 훨씬 강화됐다. 서로가 필요한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만들어낼 새로운 영화문화는 연대와 소통의 문화일 것이라는 희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믿을 것은 ‘오직 나’라는 신념 

단절과 격리의 시대, 재난 상황에서 미래가 불안한 우리에게는 위로와 위안, 그리고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것은 가족일 수도 있고 다른 존재일 수도 있다. 가족해체 시대, 많은 영화들이 대안가족 또는 유사가족으로 가족코드를 확장함으로써 영화가 대안책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잘 사는 것, 행복해지는 것은 남이 아닌 ‘나’로 인해 가능하다는 것은 이 자가격리의 시대에 한층 더 절실하게 다가온다. 따라서 셀프행복과 자아도취는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됐다. 사람들은 나만의 취미를 개발하거나 깊이 몰두할 뭔가를 찾는다. 이런 측면에서 영평상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각본상, 국제비평가연맹상 등 4개부문을 수상한 <자산어보>를 주목해본다. 이 작품은 사극임에도, ‘나’에 대한 메시지를 함의하는 방식이 대단히 현대적이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해양수산물 백과사전 ‘자산어보’를 저술하는 과정에, 상상력을 가미한 이야기다. 

 

<자산어보> 스틸컷

정조가 사망한 직후 순조 원년(1801년)에 천주교 탄압을 위해 단행된 신유박해와 황사영 백서사건이 터지자 형 정약전은 흑산도로, 동생 정약용은 강진으로 유배를 간다. 갖은 고문 끝에 유배지로 떠나게 된 정약전 형제의 고행. 그것만으로도 한 편의 영화가 가능하지만, 고문과 유배는 초반 10분으로 요약되고, 영화는 그 사건 이후에 집중한다. 성리학을 통해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연구하던 정약전이 사물의 원리를 깨우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인데, 그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온다. 양반의 서자로 태어나 어머니와 근근이 살아가는 가난한 청년 어부 ‘창대’였다. 이후 서사는 정약전과 창대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흑백으로 포착된 바닷가 자연경관은 수묵화 같은 짙은 질감으로 표현된다. 눈부시게 선명한 새하얀 하늘이 흑백 화면에 담백하게 담기자 그 농도의 차이를 실감하는 것만으로도 형형색색처럼 느껴진다. 정약전은 소박한 마을과 소박한 사람들의 아름다움을 느꼈고, 모두가 주인인 평등한 세상을 꿈꿨다. 집약적으로 한 분야를 탐구했던 그의 학문적 변화의 이유는 영화에서 설득력 있게 전개된다.

‘나’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냄으로써, 내 인생에서 들러리가 아닌 주인공임을 자각하는 것.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대다. 인생의 주도권 여부는 팬데믹으로 인해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계기와 맞물리면서 이 시대의 중심 화두가 됐다. 탈집단주의와 극단적 개인주의, 각자도생 사회에서 믿을 것은 오로지 ‘나’밖에 없다. 정약전이 고난의 유배 생활에서도 자신의 관심사를 극대화하고 지적 재미를 추구하며, 후대에 남을 귀한 연구서를 남겼듯,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삶이 사회를 건강한 관계들로 채울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나이와 신분을 초월해, 서로에게 멘토가 돼주는 평등한 관계. 이런 수평적 관계는 옛 인물이 겪은 영화적 사건으로 구체화됐다. 이는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세대와 지역, 계층과 젠더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화된 현재, 작은 공통 관심사를 기반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귀를 기울일 때에야 누릴 수 있는 풍요 말이다.

흑백은 극적으로 대비되는 두 사람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무채색의 자연과 얼굴들이 더욱 기품과 힘을 가졌음을 느끼게 한다. ‘나’의 존재성과 ‘너’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자산어보>의 흑과 백은 사람들 사이에 채워진 공기 변화에 집중하게 한다. 사건과 배경에 미혹되지 않고, 오직 사람에게 주목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소중한 우정을 나눈 중년과 청년이, 혼탁한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인트로덕션> 스틸컷

<소리도 없이>에서 단단한 줏대를 가진 소녀가 자신만의 생존법을 터득하는 과정, <내가 죽던 날>에서 사라진 소녀를 추적하는 형사가 피폐해진 자기 삶을 극복하는 방식, <인트로덕션>에서 각각의 에피소드들을 결합하는 어떤 장치도 없이, 오직 사람의 존재 그 자체에 집중하는 실험적 시도들. 이 모든 것이 ‘나’의 존재성에 기대는 이 시대의 화두를 담는다. 

 

여성들의 싸움판, 그리고 여성의 연대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스틸컷
<콜> 스틸컷

부가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주제는 ‘강한 여성들의 싸움판’이 시대정신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다른 시간대를 살아가는 두 젊은 여성이 미래와 과거를 주고 받으며 거대한 대결장으로 들어서서 강렬한 두뇌게임으로 서스펜스를 채우는 <콜>, 누군가의 보조역할에 그치지 않고 ‘옳은 일’을 위해 연대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해가는 고졸 여성들의 성장기를 그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강한 여성’들의 활약으로 각광받았다.

 

<세자매> 스틸컷

<세자매>는 대물림되는 외도와 폭력적 가족 관계가 야기한 깊은 트라우마를 응시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이겨내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연대하는 여성’을 보여준다. 죄를 묻고 책임을 지우며 죄의 대가를 치러야 용서할 수 있다는, 인내와 용서에 관한 메시지가 시대성을 떠나 보편적 정언으로 울림을 준다. 위안 그 이상의 의미를 전하기에 더 크게 다가오는 세 여성의 연대는 특히 인상적이어서, 두고두고 회자 되기를 바란다. 

 

 

글·정민아
영화평론가, 성결대학교 연극영화학부 교수. 한국영화학회 학술이사 및 EBS국제다큐영화제·여성인권영화제 자문위원이며,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에서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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