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3
처음부터 다리 밑을 볼 생각은 없었다.
그저 다리 위로 건너가려고 했을 뿐. 어쩌다 다리 밑을 보게 됐을까. 많은 물고기. 늘 거기서 날 기다린 것처럼 많은 잉어가 기를 쓰고 나를 만나려고 애를 썼다. 입을 벌린 게 말을 건네려고 한 것일까. 눈을 마주치려고 하는 듯도 하다.
물을 보려다가, 우연히 다리 아래 흐르는 탄천을 보려다가 그 강물에서 내내 내가 보아주기를 기다리며 강물에 몸을 숨긴 잉어들이 있었다.
첫 만남은 우연했지만 세상사에 그저 우연이기만 한 우연이란 없는 법이다. 부질없는 욕심에 핸드폰 카메라를 저 아래로 가져다 댄다. 만남의 기억이 남는다. 물빛과 바람과 주변을 스친 사람과 온갖 소음. 다리 아래 물 위를 들여다보는 내 흔적. 다리 위의 내 기억은 물 위에 일렁이는 그림자로, 불편하게 끼어든 다리에서 물로 연장한다.
글/사진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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