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호 구매하기
조양호 '낙마' 안팎 시각차
조양호 '낙마' 안팎 시각차
  • ilemonde
  • 승인 2019.03.28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 "재벌문화 이정표 세웠다" 긍정평가
국내 전문가 "한진그룹 큰 변화 아직 어렵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내연임에 실패한 사건을 두고 해외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반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안팎의 온도차가 드러난 셈이다.

 

미국의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27일 서울발 기사에서 조 회장의 퇴진은 총수 일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한국 재벌 문화에 이정표를 세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면서 이런 평가를 내린 것이다.

 

이 신문은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한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조 회장 일가의 일탈 행위에 주주들이 등을 돌렸다고 지적하고 이번 사건이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WSJ'행동주의 투자'의 승리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2대 주주로서 11.56%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플로리다연금과 캐나다연금 등 해외 공적연금의 반대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은 조 회장의 실패가 한국에서 재벌총수가 주주들의 반대로 물러난 첫 사례라고 전했다. 또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인 한국에서 행동주의 투자가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렇지만 국내 증권사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의 진정한 변화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28"이번 주총 결과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크게 바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양호 회장이 직접 이사회 참석을 할 수는 없지만 기존 이사회 멤버들을 통해 대한항공에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봉 하나금투 연구원은 "최대주주의 찬성 없이 신규 사내이사를 선임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기존 사내이사 3인을 유지하면서 조원태 사장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조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함에도 오너리스크 해소가 시작되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박 연구원은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이제 관심은 29일에 열릴 예정인 한진칼 주총"이라며 "국민연금이 제안한 임원 자격 관련 정관변경,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통과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신증권도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실패가 그룹 지배구조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양호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어 대한항공에 대한 간접적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또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사장이 대한항공의 대표이사 및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조 회장은 그를 통해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 연구원은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자회사인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칼호텔네트워크, 토파스여행정보, 제동레저, 정석기업,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Waikiki Resort Hotel)로 구성된 체제를 이미 완성했다""조 회장의 대표이사 재선임 부결이 그룹 지배구조의 변경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한진그룹 전반의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최고운 한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총은 조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주주들이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KCGI 등 견제세력에 힘이 실리면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최 연구원은 전망했다.

 

최 연구원은 앞으로 한진그룹 전반에 걸쳐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높아져 계열사에 대한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해외 경쟁사와 비교해 대한항공이 받고 있던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감 역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실질적인 변화의 관건은 내년 한진칼의 정기 주총이라는 것이 최 연구원의 전망이다.

조 회장의 한진칼과 한진 사내이사 임기와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 남아있는 데다 연임에 반대한 주주 비율이 예상만큼 높지 않았기에 단기적으로 큰 변화의 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가 붙는 점은 긍정적이나 이번 주총 결과만으로 대한항공의 본질 가치 자체가 바뀌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이르다고 최 연구원은 진단했다.

 

 

  • 정기구독을 하시면 온라인에서 서비스하는 기사를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 후원 전 필독사항

비공개기사에 대해 후원(결제)하시더라도 기사 전체를 읽으실 수 없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구독 신청을 하시면 기사를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 5000원 이상 기사 후원 후 1:1 문의하기를 작성해주시면 1회에 한해 과월호를 발송해드립니다.

ilemonde
ilemonde eramus414@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