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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취소된 인보사, 코오롱 신뢰성에 타격
허가 취소된 인보사, 코오롱 신뢰성에 타격
  • 정초원 기자
  • 승인 2019.05.29 1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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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자료 허위 제출"
치료제 투여 환자·소액주주 집단소송 본격화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뉴스1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뉴스1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가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 허가 취소를 당하게 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이 약품을 허가받는 시점부터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회사 측이 사실상 제품의 성분을 고의로 속였다고 식약처는 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구개발비를 반납할 위기에 처한 데다,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은 상장 유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인보사에 대한 자료가 허위로 밝혀져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이 회사를 형사고발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 허가 당시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한 자료에는 주성분 중 하나로 연골세포가 기재됐지만, 확인 결과 신장세포(293유래세포)였다는 게 확실시됐기 때문이다. 

퇴행성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는 이웅열 전 회장이 '네 번째 자식'으로 칭할 정도로 공을 들였던 코오롱생명과학의 역작이다. 1998년 개발을 시작해 19년 동안 1100억원의 투자금을 쏟아부었고, 2017년 7월 국내 최초로 유전자치료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연골세포가 들어간 '1액'과 연골세포 성장인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가 담긴 '2액'을 섞어 주사하는 형태로, 국내 환자 3707명이 이 주사를 맞았다. 

하지만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당시 연골세포로 분류했던 형질전환세포가 사실은 신장세포인 293유래세포라는 게 뒤늦게 밝혀지면서 제품 판매가 중단됐다. 그간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한 시험검사와 코오롱생명과학 현장조사, 미국 코오롱티슈진 현지 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의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지난 2017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이 성분을 고의적으로 속여 제출했을 가능성에 대해 "확증하긴 어렵지만 의심은 된다"며 "정황상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또 코오롱생명과학이 뒤늦게 성분이 바뀐 내용을 알았더라도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만약 어제 허가를 받고 오늘 성분이 바뀐 것을 알았더라도 당연히 도의적으로 밝히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의 경우 인체에 들어갔을 때 악성종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간 치료제를 투약한 환자들의 불안감도 컸다. 식약처는 인보사로 인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에 하나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해 투여 환자에 대한 특별관리와 장기 추적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인보사 투여 환자들은 단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 상태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의 변호사는 지난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인보사 투약 환자 244명의 손해배상 청구 소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공동소송 청구액은 1회 주사비용과 위자료를 포함해 총 25억원으로 책정했다. 

인보사 사태로 코오롱 측은 극심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일단 코오롱티슈진은 한국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상태로, 내달 19일까지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이 상장 심사와 관련해 제출한 서류 내용 중 중요한 사항의 허위기재 또는 누락내용이 투자자보호를 위해 중요한지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미 소액주주들은 현재까지의 피해 규모와 향후 상장폐지 가능성을 고려해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날 주식 거래가 하루 중지됐다가 재개된 직후 25% 이상 급락한 1만9000원에 거래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그동안 정부에서 지원받은 인보사의 연구개발금도 반환해야 할 상황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5년 10월 정부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인보사 개발 명목으로 2015년 29억1000만원, 2016년 28억원, 2017년 25억원의 지원금을 챙긴 바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27조 11항)을 보면 연구개발 결과가 불량해 실패한 과제로 결론나거나,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했을 때 지원금 전액을 환수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봉합한다고 해도 코오롱그룹의 바이오산업은 이미 상당한 신뢰성을 잃은 상태라, 시장에서 입지를 다시 굳히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그룹은 입장문을 내고 "당사의 품목 허가 제출 자료가 완벽하지 못하였으나 조작 또는 은폐 사실은 없다"며 "취소 사유에 대해 회사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향후 절차를 통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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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원 기자
정초원 기자 chowon616@ilemonde.com  다른기사 보기